전주는 두 번째입니다만, 이런 분위기였나요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가 지나기 전에 가보지 못했던 국립박물관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일단 과거에 방문했떤 4곳은 제외하고 새로운 곳 위주로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생기다보니 정말 생각지 않게 전주가 첫 번째 방문지가 되었다.
전주, 돌이켜보면 아예 가보지 않은 곳은 아니고 한옥마을 등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그렇게 인연이 있지는 않았다. 2016년에 전통혼례를 올린 지인 때문에 겸사겸사 한옥마을까지 구경하고 왔었는데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서 전주까지는 차로 1시간 20여 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지만 묘하게 심리적으로는 가까운 느낌이 아니다. 게다가 해당 도시를 실지 체험도 할 겸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예매했고, 곧 그 날이 다가왔다.
대전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 여러 개지만 나는 정부청사 터미널에서 가기로 했다. 정부청사 터미널은 시외버스도 있어서 초행길에는 헷갈릴 수 있기에 예매할 때에는 정부청사(샘머리)로 표기된다. 위치는 대전정부청사 동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9시 15분 버스라 9시 경에 터미널에 도착해서 홈티켓을 발권하려고 하는데 어머님 한 분이 티켓 발권을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셨다. 해당 터미널은 무인이라 키오스크만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나 또한 티켓 발권을 해야 했기에(계좌이체로 결제한 경우 모바일 티켓이 불가능하다) 먼저 발권을 하고 도와드렸다. 서울 고속터미널이 서초동에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셨는데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동까지는 모르는데 고속터미널이 맞다고만 알려드렸다.
어머님은 3분 뒤에 떠나는 버스를 타셨는데 그 직후 또 어떤 분께서 나에게 캡처한 걸로 되냐고 물어보시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내가 어제 홈티켓 발권을 꼼꼼히 읽어봐서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혹시 나를 직원으로 생각하시나 싶어서 직원은 아니지만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다른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보람찬 일이라서 어려울 건 없었다. 그 분의 경우는 비회원 예매를 하셔서 모바일 발권을 해보다가 안 될 것 같아서 홈티켓 발권을 알려드렸다. 알고보니 나랑 같은 버스를 타시는 모양이었지만 모른 척했다...
하필이면 이날 도로공사 때문에 20분이 늦어졌는데 오히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전주에 들어서고 나서 내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것은 바로 실외 흡연자들이었다.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2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흡연하는 사람이 꽤 늘어져있는 것도 보았다. 순간 전주는 흡연율이 높은 도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알 수는 없었지만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이동하려는 그 순간에도 흡연하시는 분을 보았다.
외부 흡연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내가 대전에서 생활할 때와는 다르게 흡연자가 많이 보이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뇌리에 남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시내버스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건 차로 여행하는 경우 전혀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예전에 광주 시내버스에서도 꽤 놀라움을 겪었는데 전주 시내버스는 조금 더 심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시내버스든 시외버스든 종류를 막론하고 기차보다 버스를 좋아하는 DNA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면 뭐가 그리 편한지 스르르 잠에 들었던 전력이 있다.
그런데 전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느낀 것은 버스가 매우 슝슝 지나간다는 점이었다. 쉽게 말해 별로 설 생각이 없다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애초에 버스가 막차선으로 다니지 않는 것을 보면 나처럼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전주 시내버스가 악명이 높은 지 꽤 되었다는 점이었다. 전국 시내버스 최악 TOP2 지역이 천안과 전주라는 글도 있었다. 두 지역의 공통점은 버스를 택시처럼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탄다고 손을 흔들어야 세워주는 그런 무서운 곳 말이다....
확실히 그건 사실이긴 한데 버스기사 분들은 나름 친절한 모습도 보였기 때문에 평가는 이용하는 사람의 몫이 될 것 같다. 뭐랄까 버스운행은 난폭하더라도 내 승객에게만큼은 친절한 문화인가?
일본에 갔었을 때에도 관광지에 한국인이 많았을 때 들었던 느낌이 전주 관광지에서도 느껴졌다. 보통 유명한 관광지는 외부인이 많기 때문에 실제 도시 분위기나 문화와는 이질감이 있을 수 있는데 국립전주박물관을 관람하고 경기전 쪽으로 오니 그걸 알 수 있었다.
널리 알려진 맛집과 로컬 맛집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는 것처럼 유명한 관광지는 사람이 많다보니 실제 그 지역 사람들은 많이 가지 않는 분위기인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소풍 등으로 많이 가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서 경기전으로 향하는 길은 확실히 한옥마을과 비슷한 데다가 부모와 아이들에게 딱 좋을 전동카트도 빌려서 타고 있어서, 방금 전까지 느꼈던 로컬 분위기와는 달랐다. 뭔가 데이트하기도 좋은 곳처럼 한복을 빌려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야 하나, 대전에서도 뭔가 소풍 같은 학생들을 봤는데 경기전에도 소풍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백 여명이 넘게 모여있었다. 복잡한 와중에 경기전 관람을 포기하고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다 전주에서 유명한 제과점인 PNB풍년제과 본점에 다다랐다.
초코파이와 빵 몇 개를 구입했는데 문득 대전시민이라 그런지 전국구인 성심당과는 비교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력 상품이 다르기도 하지만..?? 너무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서울 가는 고속버스를 타던 정장 아저씨들 손에도 성심당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약간 전주에서 기가 빨린 탓에 복귀를 예정보다 빨리 했다. 다행히 버스 시간이 맞아서 1시간 정도 일찍 올라왔는데 역시나 피곤한 탓에 버스에서 숙면을 취했다.
제일 좋았던 것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생각지도 않은 유물을 보게 되었던 것인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