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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 Feb 09. 2023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지난 2월 5일,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에멧 코헨 트리오의 첫 내한공연이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에멧 코헨 트리오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이는 공연이었다.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Emmet Cohen Trio First Live in Seoul)’은 국내 재즈계의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준비하기도 하며 흥겨운 재즈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에멧 코헨 트리오는 재즈의 레트로 스타일과 모던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뉴욕 출신의 트리오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재즈 뮤지션 에멧 코헨 트리오는 드럼의 카일 풀, 베이스의 필립 노리스, 그리고 피아노의 에멧 코헨으로 이루어졌다. 


드럼의 카일 풀은 2012년 델로니어스 몽크 컴페티션 최종 결선에 오르고, 2020년에는 링컨 센터가 주최한 “The Young Stars of Jazz”에 선정되어 연주하는 등 훌륭한 실력을 자랑하는 드러머이다. 그는 Poole & The Gang의 리더, 재즈클럽 Smalls의 레지던시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베이스의 필립 노리스는 2016 YoungArts Nationnal 파이널리스트로, 윈튼 마살리스와 테렌스 블랜차드 등과 협업하며 링컨 센터와 스페인의 Jazz San Javier 등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아노의 에멧 코헨은 지난 2022년, 재즈 전문잡지 DownBeat의 평론가 투표를 통해 피아노 부분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다. 이처럼 미국 재즈계에서는 일찍이 에멧 코헨을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에멧 코헨은 필립스 피아노 컴페티션에서 우승을 하고 델로니어스 몽크 국제 피아노 컴페티션의 최종 결선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아메리칸 재즈 피아니스트 컴페티션 등에서 우승을 하며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에멧 코헨은 론 카터, 베니 골슨 등 재즈계의 저명한 뮤지션들과 함께 음반을 내며 경력을 이어왔다. 또한, 에멧 코헨은 재즈 베이시스트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팁 시티”의 멤버로 활동하며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출연한 바 있다.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 환경 속에서도 에멧 코헨은 포기하지 않았다.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자신의 집 거실로 재즈 연주자들을 초청해 온라인 공연을 진행한 것이다. 2020년 처음 시작된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온라인 콘서트는 1주일 만에 조회수 4만 뷰를 기록했다. 에멧 코헨은 매주 온라인 콘서트 를 진행했고, 이는 총 누적 조회수 1,600만 이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에멧 코헨은 재즈의 즐거움과 희망을 전해주며 전 세계 관객들과 소통했다.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는 그는, 뉴욕 재즈의 전통을 전 세계에 전달함과 동시에 재즈와 세계를 연결하는 ‘재즈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Emmet Cohen Trio First Live in Seoul)’ 역시 재즈의 즐거움을 한국에 전달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이쯤에서 솔직하게 밝혀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재즈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없는 문외한이라는 것이다. 재즈 음악이 좋다고 느끼지만, 재즈 음악을 먼저 찾아 들을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 리뷰는 어떤 전문성도 없이 순수하게 느낀 그대로를 적은 감상임을 미리 밝힌다. 


우선, 재즈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에멧 코헨과 카일 풀, 필립 노리스의 연주는 훌륭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분명하고, 통통 튀는 선율은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 귀를 간질였다. 서글픈 선율이 차분하게 가라앉다가도, 경쾌한 음악이 박자에 몸을 맡기게 했다. 


그건 전부 에멧 코헨 트리오의 연주 실력이 출중해서 전달력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에멧 코헨의 피아노는 화려하게 박자를 쪼개는 연주였다. 그의 현란한 손놀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가 들려주는 노래에 빠져든 후였다. 가볍게 무대를 질주하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순식간에 관객들의 관심을 무대에 집중시켰다. 에멧 코헨의 피아노는 자유로웠다. 그와 동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연주였다. 


에멧 코헨의 피아노에 매력을 덧칠하는 건 다름 아닌 카일 풀의 드럼이었다. 카일 풀은 드럼을 자유자재로 연주했다. 카일 풀의 드럼은 다양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드럼에서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날 수 있는 줄 몰랐다. 드럼을 문지르는 아주 작은 소리로 연주에 집중을 시키는가 하면, 폭발적인 연주로 무대의 매력을 증폭시켰다. 


개성이 뚜렷한 피아노와 드럼을 하나의 연주로 융화시킨 건 필립 노리스의 베이스였다.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피아노와 드럼의 현란한 연주와 만나 비로소 하나의 음악이 되었다. 세 가지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재즈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와중에도 필립 노리스의 베이스 역시 개성이 살아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피아노도, 드럼도 전부 개성 있는 독주를 선보였는데, 베이스까지 그렇게 개성 있는 독주를 선보일 수 있을 줄 몰랐다.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Emmet Cohen Trio First Live in Seoul)’에서는 한국의 재즈 뮤지션과 콜라보한 무대도 준비되어 있었다. 색소폰 연주자 송하철과 이수정, 피아니스트 강재훈이 바로 그 뮤지션이었다. 이들의 연주 역시 나를 놀라게 했다. 


송하철의 색소폰은 재즈의 정석 같았다.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렇게 느꼈다. 그냥 송하철의 연주만 들었는데도 재즈 음악 같았다. 거기에 에멧 코헨의 피아노와 필립 노리스의 베이스, 카일 풀의 드럼이 더해지니까 더 아름다운 재즈가 됐다. 마치, 정석대로 잘 만들어진 생크림 케이크에 다양한 과일을 올려 다채로운 맛을 낸 느낌이었다.


이수정의 색소폰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손가락이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길래 저렇게 현란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건지 눈으로 보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상당히 현란한 연주라서 독주로 들을 때 더 돋보일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적절하게 뒤를 받쳐주니 훨씬 듣기 좋은 연주가 되었다. 이수정의 연주는 마치 그 안의 확실한 단맛이 돋보이며 겉에는 은은한 슈가 파우더를 뿌린 가나슈 케이크 같았다. 


강재훈의 피아노 연주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색소폰과 드럼, 베이스의 연주 소리를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에멧 코헨과 동시에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같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의 피아노는 마치 어떤 토핑을 올려도 포근한 맛이 나는 컵케이크 같았다.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Emmet Cohen Trio First Live in Seoul)’가 즐거웠던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무대를 진정으로 즐겼기 때문이었다. 


에멧 코헨 트리오는 무대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무대가 흘러가는 내내 에멧 코헨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건 쇼맨십을 보여주기 위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그의 연주를 즐기고 있었고, 카일 풀과 필립 노리스의 연주와 호흡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음악과 통했을 때 나오는 미소였다. 그 미소가 에멧 코헨의 연주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었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전하고자 하는 재즈를 명확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필립 노리스와 카일 풀 역시 무대를 즐겼다. 연주를 하는 동안 흥에 겨워 작게 추임새를 넣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마저 하나의 연주처럼 들렸다. 그들의 무대는 연습한 연주를 완벽하게 보여주겠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저 노래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고 즐겁게 연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무대를 아우르는 그들의 미소는 유쾌한 감탄을 자아냈고, 더욱 편한 마음으로 재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재즈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살짝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에멧 코헨과 카일 풀, 필립 노리스는 유한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마치 그런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귀에 들리는 대로 음악을 들어보라는 듯이. 편하게 그들의 연주에 귀를 맡겼다. 그랬더니 어느새 내 입가에도 그들과 똑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에멧 코헨 트리오가 전하고자 하는 재즈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렇다. 그들이 이렇게 무대를 즐기는데 어떻게 관객들이 무대를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관객들은 그들의 연주에 화답했다. 무대 하나가 시작되거나 끝나면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고, 뭔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연주가 시작될 때는 어김없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에멧 코헨 트리오가 웃었다. 


무대 중간중간 에멧 코헨이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호응했다. 첫 내한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관객들은 에멧 코헨 트리오의 연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에멧 코헨이 재즈 팬들과 나누었던 적극적인 소통이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재즈로 하나가 된다는 기분을 나는 그곳에서 느꼈다. 



‘에멧 코헨 트리오 첫 내한공연 (Emmet Cohen Trio First Live in Seoul)’은 상당히 인상 깊은 공연이었다. 재즈 공연을 처음 감상한 나는 공연의 분위기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클래식 콘서트나 뮤지컬에서는 하나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로지 무대의 끝에서 환호할 뿐이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게 공연을 즐겼다. 그걸 거슬려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물론 내가 감상한 공연만 그랬을 수도 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점차 그 자유로움에 익숙해지자, 공연이 더 재밌어졌다. 다들 진심으로 이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때 공연이라는 문화 콘텐츠는 그 잠재력을 내뿜는다. 현장에서만 직접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가령, 미소 짓는 얼굴을 마주한다던가, 서로의 박수와 함성을 들을 수 있다던가, 감동의 탄식을 건너 듣는 것이 그렇다. 아티스트와 관객만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관객도 서로 소통한다. 하나의 무대를 공유하고 그를 함께 감상한다는 건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무언가에 전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건 언제나 내게 큰 감동을 준다.


에멧 코헨 트리오의 공연 덕분에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가진 방대한 포용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유쾌하게 무대를 즐기는 이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은 내 안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내게 재즈라는 장르의 인상은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강했는데, 에멧 코헨 트리오의 연주를 듣고 나서 재즈 안에 담긴 유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부담 없이 재즈를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다. 

나의 첫 재즈 공연이 에멧 코헨 트리오의 공연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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