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괴롭힘에 지쳐서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삶을 끝내야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너무 억울했기에 너에게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어 ‘죽고 싶다’라는 문장에는 나 이 정도로 힘드니까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혀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는데 네가 그 의미를 몰랐다는 핑계는 말이 안 돼 중학생이면 그 정도는 다 알 수 있잖아
너에게 문자를 남기고 죽지 못한 나는 다음날 학교 가기가 두려웠어 살아있는 채 교실에 들어선 나를 얼마나 또 괴롭힐까, 나는 그 시간들을 벗어날 수 있을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교실에 들어섰고,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았어
네가 내 앞에 앉아서 나를 향해 몸을 틀었고 핸드폰을 꺼내서 내가 보낸 문자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죽어보라고 할까?”라는 말을 하며 시시덕거렸지
죽지 못한 나에게 비아냥 거리며 죽을 거면 문자를 왜 남기냐며 조롱했던 거 난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 너의 주도하에 선택받은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됐었는데 그거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지?
방학 때 피해자였던 아이들이 모였던 적이 있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공통점이 있더라. 네가 이간질하고, 주도했던 거 그리고 너는 그 사이에서 착한척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는 거 개학하고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 왜 나를 그렇게까지 괴롭혀야 했는지, 내가 왜 선택을 받은 건지 그런데 너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생각 안 나는데”라고 말하더라 순간 화가 나서 너를 때렸어
너를 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사건을 기점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뒤바뀌었지
너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는데, 그거 아니 너는 그날 하루 당한 걸로 아프고, 힘들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했는데 나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몇 년째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그날 하루 때문에 내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게 됐어 나 너무 억울해서 명치가 답답할 정도야
네가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교무실에서 진술서라는 걸 처음 작성해 봤어 내가 당한 거 생각나는 대로 다 적었어 다른 아이들도 진술서를 작성했고 모두 공통된 진술을 했는데 너는 너의 잘못만 쏙 빼서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하더라 너는 이유 없이 맞기만 했다는 식으로 그렇게 어이없는 말을 너와 너네 가족들이 합심해서 피해자라고 우기는데 어찌나 울화통이 터지는지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진술이 공통되고 가해자가 된 내가 원래 그런 학생이 아니기에 학폭위는 열지 않았고 나는 징계를 받지 않았지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3학년이 된 너는 여기저기 네가 피해자라면서 선생님들, 학생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니더라
소문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네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를 괴롭히는 일이 생겼지 그 소문과 괴롭힘이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지더라
일부러 다른 지역 학교로 진학을 했는데 너와 네 친구들이 학교에 소문을 냈더라 내가 거지라는 둥, 성격이 이상하다는 둥, 왕따였다는 둥 별소리를 다 하더라 덕분에 무시 많이 당했어 너를 더 원망하게 됐고 우울증도 심해졌어
우연히 sns를 통해서 네가 연기학원을 다니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내심 네가 데뷔하길 바랐어 그래야 세상사람들에게 네 얼굴과 네가 한 짓을 알릴 수 있으니깐 근데 너는 연기를 포기하고 간호조무사가 된 거 같더라 그 이후는 더 알고 싶어도 내가 우울증이 심해져서 sns를 탈퇴하고 모든 연락들을 끊어낸 바람에 너의 소식을 알 수가 없었어
sns를 다시 시작하고 너를 수없이 검색을 해봤지만 나오지 않더라 너의 소식을 알지 못하니 나는 너의 인생이 시궁창 같기를 간절히 소망했어
내 인생을 더 살펴보고 잘된 모습을 여기저기 퍼뜨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너의 비공개 계정을 발견하게 됐어 설마설마하면서 프로필 사진을 보니 내가 찾던 네가 맞더라 너의 이름 밑에 이모티콘을 보니 너는 결혼해서 애도 둘이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서 머리가 띵 하더라
죽지 못한 나를 조롱하던 네가 애엄마라니, 네 가족들한테는 네가 피해자라고 했을 거 아니야
너는 뭐가 그렇게 떳떳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거니? 나는 왜 너 같은 거랑 엮여서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거니?
언젠가는 너에게 칼을 꽂을 날이 오겠지
나는 그날을 위해서 오늘도 준비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