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디자인 에이전시에 소재한 디자이너의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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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더 나은 환경에서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고됬던 경험들로 다가서 새로이 고민해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조심스레 전해보았다.
항시 뛰어난 감명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글재주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목표를 세웠다. 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프로덕트'로 가늠해 보았다.
글의 의도와 목표는 명확해졌다. 진취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지만 여정이 녹록지 않은 비슷한 처지의 디자이너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과 수많은 실패담들을 명확히 이야기하고 매듭지을 것이다.
나의 작은 발자취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길 바라며
이직을 위한 4번째 면접이었다. 잡플래닛을 확인했을 때 비이상적인 고점으로 단란한 분위기를 갖춘 60명 규모의 해외 투자 기업이었다. 그 분위기는 면접에서도 이어져 정말 따스했다. (흔치는 않다..)
비록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달랐고, 좋은 결과를 얻지도 못했지만 이 당시 얻게 된 경험이 길어졌던 이직 준비 과정 속의 큰 원동력뿐 아니라 이후 나 자신의 브랜딩에 크게 기여했다.
감사하게도 면접 과정 중 면접관(팀장)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강점을 아낌없이 전달해 주었다. 에이전시 디자이너로서 항시 모면하고 싶었던 부분들까지도 말이다.
그간은 탈락한 이유를 곱씹고 문제해결 역량, 협업 능력, 짧은 시간 내의 인상을 주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만 혈안이었다.
스스로 에이전시에 요구하던 기존의 역량(UI 구성, 다양한 도메인, 작업속도, 비주얼 등)은 비주류로 치부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런 면들은 또 다른 경쟁력을 제공했다.
에이전시 소재의 디자이너들은 강점이 많다. UI에 대한 높은 관심도, 다양한 도메인 경험,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기 위한 협업 능력(처세술), 현재에 이르러 새로운 환경을 도전하고자 하는 진취성까지
지원한 직무가 실무에서 경험했던 프로세스가 아니면 당연히도 포트폴리오와 면접 과정에서 자신감이 낮아질 여력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프로덕트 업무에만 치중되어 요구하지 못한 강점 또한 제공할 수 있다.
물론 필수적인 역량들은 먼저 증명돼야 하고, 부족하다면 노력을 통해 보완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역량과 강점이 미약하다고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던 동기가 있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고, 나는 대화 중 동기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직을 희망하시는 이유는 본인의 역량을 더욱 입체적으로 평가받고 싶음이 아니었어요?"
이직에 대한 결심은 새로운 환경에서 나의 역량(또는 성향)이 더욱 입체적으로 활용되고, 그에 따른 성과와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직을 통해 현 환경에서 탈피하여 더 많은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역량을 떠올리고 정리해 본다면 강점을 표현하기에 기존보다는 수월할 것이다.
지원 초기 50회 이상의 반복되는 탈락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합격 횟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개선의 여지였다.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아티클들을 모두 읽어봤고, 경쟁자들의 포폴을 훔쳐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아티클도 정말 많이 찾아보았지만 가장 많이 마주친 조언은 '주변 사람에게 피드백 요청하기'였다.
분명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동료 디자이너가 많지 않은 비전공자이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도 잘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피드백받을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확장해 나갔다.
1.오프라인 스터디 2.커피챗(시니어 디자이너) 3.커리어 상담소 4.커피챗(미들 디자이너) 5.온라인 스터디
비용과 시간을 참 많이 들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경험들을 주저했다면 지금도 원티드란 플랫폼은 합격 기능이 없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피드백을 받을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항시 피드백이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드백 전부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관점과 인사이트인 것은 분명하다.
경험을 토대로 한 작은 팁은 보상과 리뷰가 있는 커피챗이 피드백의 품질이 가장 좋았다. 그 외에도 스터디를 통해 비슷한 상황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피드백의 시점은 헤매고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여, 다양한 연차와 관점들로 피드백을 요구하고, 횟수보단 확실한 개선 이후를 기준으로 순차적으로 받아 봄이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확실한 것은 혼자 매몰되어 있는 포폴은 다양한 면접관을 만족시키기엔 아쉬운 면모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취업시장이 좋지 않기에 기대하는 공고도 많이 없을뿐더러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갔었다. '단거리 달리기'를 기대했었지만 점점 '마라톤 경주'로 변모해 지치기 시작했다.
차츰 주변 디자이너들 또한 서류합격도 버겁기에 당장의 서류합격만을 목표로 에너지를 200% 씩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원하는 직무를 온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디자이너들에게는 서류합격은 최소 조건과도 같다. 서류합격은 단순히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채용 시장의 폭이 좁아지고 면접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정말 작은 단위의 스타트업조차 검증을 위해 '과제'를 진행했고, '면접'에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고, '컬처핏'까지 완벽히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인하우스를 경험하지 않은 나조차 순수한 노력만으로 과제 중에는 떨어져 본 적은 없다.(자랑이 아닌 남들보다 1시간을 더 고민하는 노력이라 전하고 싶다.)
면접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완고해질 것이고, 본인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보완해 가며 차츰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필요한 건 페이스 조절이다. 서류합격이 곧 마지막인 것처럼 준비한 수많은 동료들이 준비하고 지쳐 쓰러져 나갔다.
늘어가는 서류합격 소식의 날아갈 듯이 신났던 적이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면접 탈락과 재준비 그리고 기업마다 너무나도 달라지는 면접 유형으로 이미 '서류합격'에만 에너지를 쏟은 나는 정작 면접 과정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지 못했었다.
단거리가 될 수 있지만 마라톤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에너지를 분배해야만 한다. 항시 지금의 노력이 '결과'라고 한정하지 말자. 결과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다.
노력한 결과는 분명히 뒤따를 것이다. 준비되야 할 건 오래 달릴 수 있는 체력 그리고 중간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게끔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아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족한 디자이너의 글을 봐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보다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돌아오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