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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lan Lee Apr 21. 2024

증명이 필요한 에이전시 디자이너

5년간 디자인 에이전시에 소재한 디자이너의 실패담

이전 이야기, 녹록지 않은 에이전시 디자이너



이직은 자신을 진단하기 위한 적기이다.


이번 이직을 위해서 20번이 넘는 면접과 50명 이상의 면접관을 마주했다. 과정에서는 5개월간 포트폴리오를 수없이 폐기하며 쉼 없이 바꿔나갔다. 


고단했던 과정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디자이너로서 강점과 방향성을 온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지이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커리어와 목표를 명확하게 판단하기엔 가장 좋은 시기였다.


지나 보낸 에이전시 커리어는 비록 이직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 주역이었지만 이 커리어의 선택은 나 자신의 결정이고, 한 편으론 단일적인 경험으로는 얻기 힘든 수많은 역량들을 쌓아왔다.


그렇기에 선택의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그러나 별개로 냉소적으로도 본인의 커리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에이전시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과 기한이 최우선 되며 디자이너 개인의 욕심을 많은 부분에서 제약한다. 심지어 사용자가 배제된 클라이언트만을 위한 작업으로 경과될 때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더 나은 디자인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주고 싶었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소재한 에이전시에서는 생소한 유저 리서치, 사용자 테스트, 고도화된 역기획안 등 구체적인 노력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대게의 PM을 비롯해 오래 소재해 온 직원들은 이런 노력들을 필요 이상의 부수적인 노력으로서 치부했다.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었던 여럿 팀장님들은 있었지만 역시나 외로운 경과였다.


그렇기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의 목표는 뚜렷해졌고, 더군다나 현재의 커리어는 나의 역량 및 노력과는 별개로 주목받기 어려웠다.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다음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냉소적으로 나의 커리어를 진단하자면 열정만 외치는 모지리였다.


빠르게 변모하는 시장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커리어에서도 주체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연적으로 나의 가치를 높여놔야만 선택권이 넓혀지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권을 얻기 위해 퇴사 의사를 전달했고, 과분한 제안이 돌아왔고, 주변에 의구심 또한 얻었다. 그러나 이직을 결정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를 역량을 입체적으로 비춰보일 수 있는 환경'을 꿈꾸며 다음을 결정했다.



자신의 가치는 노력으로 증명할 수 있다.


자신을 역량을 가장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고, 그렇기에 포트폴리오는 자기소개와도 같다.


자신의 작업물을 무던하게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명확한 강점과 방향성을 갖춘 경쟁자가 내 옆에 있다면 명확한 우위가 없는 이상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많은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에서 주류가 되어버린 'OOO 한 디자이너'라는 카피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점을 반박하듯이 매우 간결하게 직무만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 커버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소개하고 어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표현함에 있어 뒷받침(근거)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기 나의 포트폴리오의 커버는 '주체적이고 욕심 많은 디자이너'라는 무드였다. 그러나 뒤이어지는 나의 작업물들은 역설되게도 에이전시에서 워터폴 방식으로만 수행되던 지극히 평범한 작업물들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하달식으로 일하면서, 주체적이고 욕심이 많다고?"


이 문제점을 자각하고부터는 실무 프로젝트에 비해 비교적 영양가가 낮다고 숨겨왔던 팀의 생산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시스템과 완성 치도 못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넣기 시작했다.


5년 차 디자이너임에도 소개되는 작업물 3개 중 2개가 실무조차 아니었지만 자발적인 노력들(작업물)로 커버와 맥락이 맞는 근거를 제시했고 단 한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던 나의 포트폴리오는 점차 매력을 뽐냈다.


현재의 포트폴리오에 방향성이 의심된다면 본인이 놓치고 있었던 개인의 작업물을 다시 꺼내보이거나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외부에서 방법(플랫폼 또는 과제 등)을 통해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직무 또는 환경을 변모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면 자리하게 될 면접관들은 업무 적합에 대해 나에게 많은 의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예시로는 에이전시 디자이너라면 일반적으로는 심미적인 부분에 치중되고, 주어진 기획안을 토대로만 시안을 그려낸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례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사용자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보고 디자인의 주체로서 실험적인 도전과 노력을 소개한다면 조금이나마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과 개선 과정은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자신이 느낄 업무 만족도와 성취를 비춰볼 수 있기에 절대 낭비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기업들 그리고 디자인 담당자들이 요구하는 직무적 역량은 실무 과정에서 필연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있기에 이는 당연한 인과관계일 것이다.


면접장에서 또한 나에 대한 의구심은 모두 해소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간의 작업물들과 경험들을 통해 다음의 직무를 욕심하게 된 이유와 수행할 수 있는 증명을 해 보여야만 한다.


"문제 발견과 발상은 좋은데 이터레이션 경험은 없으신가 봐요?"

"우리는 작은 개선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텐데, 지루하지 않겠어요?"


실제로 면접장에서 질의받았던 내용들이다. 


텍스트로만 표현되기에 투박한 질문이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당시 내가 느꼈던 의도는 매력은 충분하기에, 경험 없는 프로세스를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해소됐으면 하는 면접관의 바람이 섞인 질문이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정확한 인재는 사실 알 방도가 없다. 휘황찬란한 JD(Job Descripiton)가 나열되어 있지만 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우뚝 설 결정적인 요인은 담아내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게이다.


그렇지만 포트폴리오 또는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담아내고 그리고 명확히 소개한다면 전부는 아닐지 언정 나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마주하게 되어있다.


대게의 기업이 부담스러워했던 나와 같은 욕심만 많은 에이전시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던 대표가 있었듯이 말이다.


나의 경험들은 압도적인 커리어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몇 개의 상위의 기업만을 도전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환경에 열어놓고 있는 큰 변화를 꿈꾸는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나아갈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갔다.


고민이 계속되고 있거나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리고 작은 의견 물어볼 사람이 많지 않은 나와 같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가볍게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현재의 나는 원하는 만큼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수 있는, 작은 규모지만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B2C 성격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직무하고 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에이전시 디자이너의 실패담을 마무리하며, 초행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회고와 성장을 위해 노력한 회고와 그간의 에이전시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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