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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lan Lee Jul 09. 2024

또다시 실패한 에이전시 디자이너

5년간 디자인 에이전시에 소재한 디자이너의 실패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번 글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이직을 결정짓고도 3개월 정도가 지나갔지만, 야심 찬 도전에 비해 좋지 못한 결과가 뒤따랐다. 그렇기에 우울감만을 다루는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패만 담긴 이야기는 인사이트가 아닌 낙담만 줄 것이라 생각 들었다. 그러나 현재는 어느 정도 도전이 준비되었기에 같은 처지의 디자이너들이 나로서 반면교사 할 수 있는 경험을 다시금 공유하고자 한다.



도전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 소재한 에이전시는 안정적인 규모를 갖고 있었고, 좋은 대우를 제공해 줬고,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일과에 지쳐가면서부터는 프로덕트 중심의 업무 환경으로의 변화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다. 끝내 이직 결심 이후 내 경력에 과분할 정도로 많은 기업과 면접을 진행했었지만 결과적인 선택은, 대표 면접 과정에서 디자인 직무에 대해 매우 높은 기대감을 얘기해주었던 20명가량의 스타트업이었다.


기존보다도 낮은 연봉, 암담한 워라밸, 열악한 근무 환경, 멀어지는 출퇴근 등 수치로 봤을 때는 업그레이드보단 다운그레이드였다. 하지만 이유는 확실했다. 작은 규모의 서비스지만 충분한 매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디자이너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기에 많은 기회가 따라올 것이라 보였다. 더불어 그간 원했던 유저리서치, 데이터 수집 등 능동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었다. 그렇게 업무를 시작했고 짧은 기간이지만 매일매일을 즐겁게 일해나갔다. 하지만 험담은 불필요하기에 결과론적으로 말을 한다면, 열정만으로는 관할하지 못하는 결과들이 뒤따라왔고 끝내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이 직무를 선택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었다. 그렇기에 더욱 암담했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기나긴 여정에 심정이 참담했다. 그렇게 1주일 간 많은 회고 속의 보냈다. 하지만 금세 다시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금 도전을 선택했다. 이제는 내게 '스타트업'과 '프로덕트'는 허울이 아니었고, 반나절 온보딩이 전부인 하드코어 한 업무로 얻은 포트폴리오가 생겼기에 이것의 다시 날을 갈아 무기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디자이너분들은 결코 많은 것을 내려놓는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반드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소 감내해야 할 부분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면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 가로막힐 수 있다. 그리고 분명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급함' 만큼이나 '욕심'도 좋은 결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결점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3개월도 못 다닌 꼬리표가 생겨버렸다. 그렇다면 이 짧은 기간에 대해 마냥 창피해야만 할까? 그러나 나는 기간 내에 최선을 다했다. 데이터를 다루며 많은 결과를 도출했다. 기회가 닿아 면접관을 마주했다면 절대 주눅 들 필요 없는 것이다. 나는 짧았던 기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따라오는 질문을 받았지만, 자리에서 기업에 대한 험담하는 것이 아닌 필연적인 선택 과정을 자신감 있게 명확히 했다. 이런 자신감은 면접관들이 내게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닌 소재한 기업으로부터 찾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나를 증보호하고 증명하는 데 있어 자신감은 결정적인 역할이다. 의례적인 JD에서 나오는 내용들로 역량을 증명하기 어렵다면 이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유용하게 쓰인다. 내가 겪은 실패 이후 새로운 4차례의 면접에서 근거할 수 있다. 며칠 동안 달달 외우는 모범답안 보다도 스스로가 갖는 확고한 디자인관과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회고한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 20차례 가량 되는 서류합격에도 오랫동안 자리할 수 있는 회사를 결정지을 수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도전에는 이러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더 좋은 결과를 더 빨리 가져왔다.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면접관을 통해서도 들었던 말 중 '짧은 경력은 아예 배제하고 이야기할게요'도 여럿 들었기에 확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말 다행히도 길지 않은 공백 속에 새로운 기업의 입사를 앞두고 있다. 일전 스타트업과는 비교할 필요 없는 규모, 복지, 유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심지어 배려가 느껴질 정도의 처우협의까지 현재는 더할 나위 없이 설렘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 절망과 행복을 연이어 겪은 내가 달라진 것은 마음가짐 정도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증명하지 못한다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 또한 이번 계기의 생긴 굳은살을 배기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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