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05. 2024
UK 인디 록 신에 뛰어든 남다른 후발주자
[리뷰] 잉글리시 티쳐의 <This Could Be Texas>
English Teacher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에서 농부들과 쇠가래(pitchfork)를 무시하라며 미국 음악 비평 사이트인 Pitchfork의 비판적인 리뷰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이들은 영국 웨스트요크셔주에서 'Frank'라는 드림 팝 밴드로 활동하다가 기어를 전환하며 포스트 록 체제로 나아갔다. 독자적인 노선을 찾는 데도 출중한데, 'You Blister My Paint'에서는 피아노 독주와 더불어 슈프레히슈티메 창법을 쓰는 프런트우먼 Fontaine의 음색이 한순간 뒤바뀌는 게 그 예이다. 'R&B'의 경우 2021년 버전은 그런지에 가까운 투박한 사운드인 것에 비해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훨씬 깔끔하게 다듬었다."피부색과 달리 나에게 알앤비를 할 목소리는 없지 / KEXP보다 유튜브 컬러 쇼 영상을 더 많이 봤는데도 말이야"라는 가사도 판도를 뒤흔드는 말이다.
대부분의 청자들은 첫 번째 트랙 'Albatross'의 벌스를 끝까지 들은 후 짧게 펼쳐지는 포스트 록 세례에 이 밴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놓쳐도 상관은 없다. 'Nearly Daffoldis'를 틀고 2분이 지나면 BCNR을 자동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은 'R&B'를 두고 사우스런던 중심의 밴드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기에 아트 록을 펼쳐 보이는 두 밴드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BCNR의 <Ants Up From There>는 강약 조절이 훨씬 섬세하고 웅장한 챔버 스타일이지만, <This Could Be Texas>는 기타와 신서사이저를 집약적으로 사용한 슈게이징 느낌이 나는 실험적인 인디 록이다. ('I'm Not Crying, You're Crying', 'Sideboob', 'Not Everybody Gets To Go To Space'를 듣다 보면 신스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Credit: Andy Ford for NME음악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지역의 정체성이 다르다. Lewis Whiting(기타), Nicholas Eden(베이스), Douglas Frost(드럼) 모두 2020년 리즈대학교를 중심으로 결성되었고,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원이나 펀딩을 받아 발전할 수 있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Fontaine은 "지원을 넘칠 정도로 받을 수 있었다"며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게 곧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한다. (<라우드 앤 콰이어트>) 가사에서 언급되는 콜른의 Albert Road나 랭커셔주에 위치한 Pendle District 모두 성장경험과 대학생활 당시의 장소로, 앨범 내 그루비한 느낌의 펑크 트랙인 'The World's Biggest Paving Slab'에서도 마녀사냥의 역사(The Witches of Pendle), 리즈 출신의 배우 John Simm,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등 소상히 표현한다. Fontaine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다가 아웃트로에서 터뜨린다.
반대로 나직하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눌러 담은 포크 트랙 'Mastermind Specialism'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세일러 순으로 읊는 동요를 가져와 일관성 없이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우유부단하게 살아온 삶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함께 허밍하며 마무리한다. 이처럼 영국 내 다른 배경을 지닌 또 하나의 밴드가 성장담을 늘어놓고 탄탄대로를 선망하는 것과 달리 앞으로의 활동에 큰 결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범잡을 수 없는 장르적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현학적이고 빠져들 만한 아트 록 앨범을 선사한다. <This Could Be Texas>는 현재지 시각 9월 6일을 기준으로 2024 머큐리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 바 있다. (후보에서 승자로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