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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Sep 28. 2023

웨야즈 블러드: 볼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리리시즘] 웨야즈 블러드의 'Something to Believe'

Photo by Kathryn Vetter Miller

 중세에는 종교와 가족, 사회적인 요소가 뿌리내렸던 신앙이 개인을 지배했지만, '신은 죽었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제창할 수 있을 만큼 파편화되고 다변화된 사회가 된 오늘날이다. 웨야즈 블러드의 정규 4집 'Titanic Rising'에 수록된 'Something to Believe'는 삶을 살아가며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염원하고 찾기를 강렬하게 희망하는 나탈리 머링이라는 한 개인의 자기 고백록이다. 곡에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서적인 불안감과 상실된 목표, 씁쓸한 사랑과 같은 허무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첫 번째 벌스에서는 사라진 동기부여에 무기력하게 보내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토로한다. "오늘 커피를 많이 마셨어, 흐트러진 나는 가지고 있던 모든 걸 잠시 내어줘야 했지"라는 가사로 시작하며 점차 이울고 있는 의지로 임계점을 고스란히 넘을 듯한 위태로운 개인을 그려낸다. 이후 텅 빈 상자 속에 있던 잊힌 진주ㅡ과거의 영광, 행복, 희망ㅡ와 불길을 떠나간 소녀ㅡ열정이 식어버린 무력한 여성ㅡ를 메타포로 암시한다. 단층선(Fault Line)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긋난 현대사회를 가사라는 서술 방식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알레고리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벌스에서는 의미와 가치가 퇴색된 사랑에서 싹트는 권태기를 발견하고 있다. "누구도 같은 방식으로 너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우리 중 일부는 방황해서 나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며 멀리서 걸었지." 웨야즈 블러드는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사랑만큼은 결락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걸 확증하고 싶어 한다. 이는 과도한 불안과 같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어 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랑조차 현대에 와서는 성경 속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바빌론의 탑 같고, 이마저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절망을 선사할 수 있다.


 코러스와 브리지, 특히 브리지는 웨야즈 블러드가 4분 45초라는 러닝타임 내내 청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의 심장부일 것이다. 예를 들어 브리지에서 "마침내 죽음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데, 유사(流沙)에서 빠져나와 할 수 있는 걸 해보겠어"나 코러스에서 "눈물은 나오지 않지만 그저 엎드려서 흐느껴 울었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나에게 줘"와 같은 가사이다. 웨야즈는 의욕 없이 유사에 휩쓸려서 시간을 죽음으로 가는 수단으로 삼는 대신 최선을 다해 자신의 믿음과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을 거칠 거라고 노래한다.


 싱어송라이터는 이번 곡이 "진저리 나는 믿음 속에서 성장한 그 이후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내용"(<엑스프레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독교적인 진리 속에서 살다가 빠져나와 신념의 투쟁과 도피를 반복했던 부조리한 실존의 경험을 회억하는 것이 이변에 깔려있다. 그러나 기악적으로는 청자에게 풍부하고도 고전적인 미를 더하여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이상적으로 주입한다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릴 것이다. 능동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과정에서 'Something to Believe'는 결핍된 조각을 끼워 맞춰서 플레로마 상태에 이르고자 하는 무궁한 욕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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