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록 Jun 26. 2022

저는 '책 자석'입니다.

책이라면 사죽을 못 쓴다.


쇼핑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상'이라는 단어에 열광하듯 나는 '신간'이라는 단어에 피가 끓는다.


재미있는 책들이 왜 이렇게 쉬지도 않고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지, 행복해 죽으라는 건지, 너무 좋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당장에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인터넷 주문을 하고 배송 상황을 추적하며 기다린다. 그 사이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진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신문을 보다가, 좋아하는 저자의 신간 소식을 듣고, 알라딘이 보내주는 홍보 문자를 보고, 유튜브를 보다가, SNS를 보다가.


책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여기저기 참 많기도 하다.


당장에 보고 싶다. 주문하고 싶다. 저번에 주문한 책이 오기도 전에 새로운 책을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새 책 무더기를 보며 고민한다.


'그만해. 뭐 하는 짓이야. 다 읽고 주문해. 너 이거 읽고 싶어서 안달했으면서 왜 안 봐?'


또 다른 마음이 속삭인다.


'딱 한 권 더 사는 건 괜찮잖아. 몰아서 보면 되지. 지금의 관심사는 이건데~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와?'


두 번째 마음의 소리가 보통은 이긴다. 주문을 누른다. 두 개의 책 박스가 연이어 도착하고 당장 읽고 싶었던 책들에 대한 욕구가 뒤엉켜 어떤 책부터 펴 들어야 할지 헤맨다.  헤매는 사이, 또 다른 책 제목이 내 심장을 파고든다.


책들은 책꽂이에 꽂히지도 못하고 박스에 고이 누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가 천천히 몸을 덮어가는 시간을 맞이한다.


책꽂이에는 나의 지난 욕구들을 가득 담고 깨끗하게 발광 중인 책들이 빡빡하게 꽂혀있다.


내 방은 작은 서점이 되어가고 있다.


아예 안 보는 건 아니다. 제목은 다 봤다. 제목은 다 외울 정도다.


그리고 일정이 없는 날은 책만 본다. 한 권이든 두 권이든 읽고 생각하고 읽고 산책하고 관련 책을 또 찾아 읽으며 파고든다. 이런 날은 밥 보다 책이 더 맛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인 독서 날에 비해 내가 자석처럼 끌어당겨 내 곁에 붙여놓은 책들이 너무 많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이번엔 진짜 볼 것만 같아서, 이 책은 진짜 찐으로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자석을 내민다. '어여 붙으렴!' 하고


덜 사든 지 더 읽든지 해야 한다. 이제는 진짜 해야 한다.


쌓여있는 책들의 불어나는 덩치와 책등에 쓰인 제목들이 주는 혼란한 정보들이 주는 압력.


사실 나는 이것도 좋은데, 문제는 방이 너무 좁아지고 있다. 요 밑에 책을 쭉 펴서 깔고 책 침대를 만들어서 자야 할 판이다.


그만 하자. 책 자석 놀이.

집중 독서 날에 읽을   권만 땡겨오자.


부탁한다 진짜.





매거진의 이전글 밤 12시 반에 설거지가 끝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