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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Nov 22. 2022

아무튼, 기록

어제도 오늘도 씁니다 내일도 계속 쓸까요?



항상 무언가를 썼다.


쓰는것을 안하면 읽었다.


읽는 것도 안할 땐 쓰고 있었다.



무얼 쓰고 싶은지 모를 때도 무언갈 썼다.



말도 안되는 시를 쓰기도 하고

낙서에 가까운 줄글을 쓰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더욱 소중한 일기는 가장 많이 쓴 글이다.



나는 쓰면서 말하고 쓰면서 들었다.


가끔 지난 날의 대화들을 뒤적이기도 했다.



거기서 발견하게 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을 찾았다.



'외로움'



외로움만이 오로지 살아가는 동안


자세를 꼿꼿히 한 채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렸다.



외로움은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외로울 때 마다 찾았던 글은


어느새 쓰다보면 저절로 외롭지 않게 되었다.



모든 외로움이 소진될 때까지

쓰고싶은 글을 아무거나 써보라고 동생이 말했다.


그러면 새로운 글감이 떠오르지 않겠냐며.



참으로 바보같이 이제는 글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오히려 글을 쓸 수가 없다.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이 진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사랑하면 가끔 멀어지고 싶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글을 영영 미워하게 될까 두려웠다.



-



미술은 물감이 손에 묻어서 싫고,


체육은 잘하지도 못하는 달리기를 꼴등으로 달릴게 뻔했고.


싫은 이유가 참 많아 글을 선택했다.



가만히 앉아서 원고지를 채워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너무나도 편했다.



옆에서 친구는 도대체 무슨말을 쓰냐며 투덜거렸다.

원고지만 보면 너무나도 막막하다고.



신기하게도 나는 펼쳐진 원고지가 하나도 막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빨간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끔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을 쓰고싶어 안달이 나기도 했고.


​​


글을 사랑하게 된 건 글이 필요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나에게 이만큼의 설렘과 고통과 재미와 슬픔과 좌절을 동시에 맛 보여 주는 건 없었다.



설명 못할 감정들을 설명하려 노력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글의 행간사이에 숨겨진 숨결들을 같이 들이마시며 때로는 울 수도 있다는게 행복했다.


사이사이에 인간적인 고찰들을 숨겨놓은 글을 쓸 수 있다고 그땐 굳게 믿었다.



꼭 그렇게 되고 싶다는 치기어린 마음이 있었다.



-



좋은 글을 써서 같이 세상을 나눠 보고, 그 글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가끔은 값비싼 외식을,


사랑하는 동생과 단둘이 뉘일 곳을 찾고 싶었다.


바보같이 감히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외로운 밤들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물은 적 있다.

너는 왜 글이 이토록 좋은거니.

잘 썼다고 인정받거나, 돈을 벌거나, 완전한 심신의 안정을 주거나


어느 것 하나도 해당 된다 말할 수 없잖아.

듣는이가 없어도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글쎄, 도대체 나는 왜 글이 좋을까.



-



상담시간엔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연습을 한다.


그 방법으로 명상을 하거나 좋아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발바닥의 움직임을 느끼거나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


'현재' 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글쓰기는 현재에 마음을 두는 작업이다.


과거를 고찰해도 현재의 내가 쓰는 작업이고


미래를 상상해도 현재의 내가 쓰는 작업이다.



수많은 과거에 상심하여

나의 본질을 상실하더라도

글을 만나면


다시금 잃어버린 것들을 주워담을 수 있다.


나다운 것은 변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잃지 않는 분투와 같다.



나는 아직 나를 사랑하기에 글을 쓴다.


​​


아마 언젠가,

나를 더 이상 눈꼽만큼도

사랑해주기 싫다면 글은 영영쓰지 않을 작정이다.



-



오늘도 쓴다.



내 안에 아주 작은 사랑이

얼마나 남아있나 들여다보기 위하여.

입안이 온통 비릿한 것이 죽을 맛이더라도,​

게중에 살만한 것을 찾아내려 애쓴다.


​​

그러다 보면, 세상을, 친구들을, 가족을, 과거를, 미래를,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아무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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