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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도 Mar 27. 2021

[새벽 산책] 2. 꿈의 역설

깨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꿈이 너무나도 달콤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꿈은 결코 삶의 본질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깨기 마련이었고, 때가 되면 너무나도 냉정하게 나를 현실로 내쳐 버다. 그 꿈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은 도리어 현실을 악몽으로 만들어 버다. 현실은 꿈처럼 고요하지 않다. 그저 힘들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현실에서는 그조차 이뤄지지 않으니까. 악몽으로 변해버린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다가, 역설적으로 다시 도달하게 되는 마지막 도피처는 꿈이다. 언젠간 깰 수밖에 없는 꿈과, 꿈에서의 내가 행복감을 느낄수록 더욱더 불편해지는 현실 속의 나. 두 가지의 내가 번갈아 감을 반복하다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무렵에는 더 이상 무엇이 진짜 나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 쳇바퀴 돌아가듯 끝나지 않 반복은 어느 순간 이미 내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깰 수 없는 불변의 규칙으로 어져갔다.

다. 처음에는 현실에 너무 지쳤을 때 잠시 쉬는 정도면 충분했던 꿈이 어느 순간 현실을 버티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어 버렸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지나치게 꿈에 의존하고 있었다. 매일 눈을 떠야만 한다는 사실이 괴로울 정도였고, 깨어나기를 거부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잠시 달콤하고 환상적인 꿈에 취했다가 다시 깨어나 몸을 일으키는 일은 매일 반복되었다. 처음부터 꿈속에서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난 그 달콤한 행복을 알아 버렸고, 그건 되돌릴 수 없다. 잠이 들고 싶지 않다. 정확하게는 잠이 든 뒤에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지 못하다가 순식간에 내일이 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행복감 외에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꿈이 남은 오늘과 내일의 시작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리는 것이 슬프다. 그 기억나지 않는 시간 동안이라도 내가 행복함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겠지만, 그게 정말 감사할 일인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 행복이 현실에서 나를 더 괴롭게 만들기에. 물론 꿈이란 게 없었다면, 또는 그 꿈이 행복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버티지조차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행복한 꿈을 꾼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함이 마땅한데. 언젠가는 그 꿈 때문에 현실을 괴롭게 여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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