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은 말에 아이가 가랑비에 옷 젖듯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뜻에서 고른 책이었는데 어제의 글은 요즘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한 내용이었다.
It takes the same energy.
One might feel more natual than the other, but the amount of energy you end up putting in is not that different. If you look close enough, you'll see that neither one is easier. Do you think it's easier to give up because you are afraid of failing to live up to others' expectation? Or do you think it's easier to not care about others' opinions and focus on buiding what you truly love? If it's going to take the same amount of energy either way, you might as well go for what adds more value to your life.
똑같이 힘들다.
한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결국 쏟아붓게 되는 에너지의 양은 그리 다르지 않다. 자세히 보면, 어느 쪽도 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두려워서 포기하는 게 더 쉬울까? 아니면 다른 사람 의견에 신경 쓰지 않고, 진짜 좋아하는 것을 쌓아올리는데 집중하는 게 더 쉬울까? 어느 쪽이든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면 내 인생에 더 많은 가치를 더해줄 쪽으로 가는 게 맞을 것이다.
롱디 결혼생활에 대한 얘기를 오마이뉴스 기사로 쓰고 있는데 남편 지인들이 그 기사를 읽고 남편한테 연락을 해서 너인줄 바로 알겠더라며 와이프가 너무 다 까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코멘트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나니 딱 쓰기가 싫어져서 요즘 오마이뉴스 기사도 안 쓰고 누워있었다.
남 읽으라고 써놓고 남편 지인이 읽고 남편을 통해 입을 대니 쓰기 싫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싶다가 내가 이런 작은 시선 하나 감당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운동을 다시 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내가 그노무 시선과 기대를 버거워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검도부 동아리 후배들에게 운동하는 선배로 함께하고 싶어서 동아리 선배님(=사범님)의 도장에서 운동을 하기로 한 거였기 때문에 8단 선생님도 사범님도 나(의 과거)를 아시는 분들이다. 그러니 어쩌다 도장에 누군가 와서 합동연습을 하면 꼭 나를 이렇게 소개하셨다.
"옛날에 엄청 유명한 선수였다."
아아아아악. 선생님... 그것은 20년 전 이야기가 아닙니까... 사실 엄청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는데요... 게다가 지금 저는 엉망진창인데요...
그렇게 소개를 받은 분들이 예의상 '아, 그렇군요.'라든가 '아, 역시 그랬군요.'라고 답하실 때마다 땅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기본기가 탄탄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의 검도 버전이랄까.
그렇게 요즘 글쓰기와 검도 모두 움츠러 들어서 눈만 도로록도로록 굴리고 있었는데 저 글이 뼈를 때리는 거다.
야, 포기하면 쉬울 것 같아? 포기하는데도 그만큼 에너지가 들어. 어차피 힘들거면 하고싶은 거에 집중해.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맞다. 남들이 입 대는 거 어쩔 수 없다.
내가 쓴 사는 이야기 기사를 읽고 '아줌마,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굳이 댓글을 적는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라고 조용히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오쪼라구' 마인드로 계속 쓰는 수밖에.
내가 검도하는 걸 보고 옛날에 잘했다더니 검도 왜 저럼?이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쟤 왜 저럼?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도 별 거 없다. 우리 모두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검도와 실제 자기 몸으로 하는 검도의 괴리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일 뿐.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 거 아니다.는 효진적 사고가 필요하다.
땀에 흠뻑 젖어 기진맥진 호구 끈을 풀고 마침내 끈에 묶여있던 머리가 자유롭게 풀려나는 순간의 해방감, 면수건으로 땀을 닦는 순간의 홀가분함, 두 손을 모으고 아랫배에서부터 끌어올려 '묵상'을 외치는 순간이 좋으니까 그냥 하는 거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한걸음씩, 그러나 멈추지는 말아보드라고!
아이 공부를 봐줘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읽는다는 태도로 읽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딱 필요한 조언을 품고 있었다니. 역시 기대하지 않았던 조우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을 건져올릴 때가 있다. 루틴을 신봉하지만 우연도 많이 찾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