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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a Mar 24. 2021

고자질의 고수

사회 조직 관계 소통 공동체 뭐이딴거

사회 초년생의 깨달음 : 고자질도 능력이더라


나는 알바부터 CEO까지 다 해 봤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써 보려고 한다. 20대 때는 안 해본 알바가 없었다. 알바를 할 때마다 갑질을 당한다. '하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깍듯이 대해 주겠나'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받아넘겼다. '약자로 갑질을 당하면서도 그만 두지 못하는 나의 무능이고 나의 잘못인 거다'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어쩌다 좋은 사장님 만나면 기적이다 싶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 하구나 생각하며 또 힘을 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다양한 알바를 하다 보니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약자의 입장에서 갑질을 이기는 법? 뭐 그런 거였다. 


20살이 되고 처음으로 사회의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어떤 회사에서 서류 보조 알바를 했다. 직원들은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이제 20살인 나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라니... 그래도 나는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은 편이었다. 쉬는 시간에 커피도 주고, 과자도 주고, 쓰다듬어 주고, 뒤통수도 한 대 쳐주고, 뺨도 꼬집어 주고 그랬다. 나름 칭찬도 받고 상처도 받고 참 좋았다. 


그런데 나와 같이 일을 하던 군대를 제대한 두 살 많던 형은 좀 달랐다. 능글능글하고 뺀질뺀질 하고 약삭빠른 늑대였다. 그 형은 늘 나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말 끝마다 짜증과 불평과 무시와 무례를 담아서 말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더 칭찬받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저러다 잘릴 텐데 뭐... 그랬다...


어느 날 알바를 관리하던 대리님에게 불려 갔다. 그리고 야단을 맞았다. 왜 같은 동료인 형에게 무례하게 대하냐고 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말을 듣는 척하고 사람들이 안보는 곳에서는 무시하고 대들고 그랬단다. 내가? 정말? 오호라... 이것 봐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형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했길래 이 대리님이 그 말을 믿는 거지? 평소에 그 형의 모습에 불만도 많았는데 왜 갑자기 저러지? 이상했다. 뭔가 고자질 테크닉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그래서 따졌다. 


"형, 왜 없는 말을 해요? 내가 언제 그랬다고?"

"어 넌 안 그랬지"

"근데 왜 대리님에게 그렇게 말해요?"

"난 말 안 했는데?"

"대리님이 형이 그랬다고 저 야단쳤잖아요?"

"아 내가 말한 게 아니고 대리님이 먼저 말하더라고. 네가 좀 말을 안 듣지 않냐고 하면서"

"그럴 리가요? 대리님이랑 말이 다른데요? 같이 가서 물어보죠"

"아니 싫은데? 난 대리님이랑 친해져서 그런 거 안 물어봐도 되거든"

"언제 친했다고..."

"요즘 둘이 술친구 됐잖아. 술 한잔에 인생 한잔 부어 가면서... 어쩌고 저쩌고"




형은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리님과 술친구 되고 점수를 딴 거다. 그렇다고 상황이 이렇게 바뀌나? 이거 뭔가 불안했다. 어쩌지... 가만있어도 되는 걸까? 다음 날 또 대리님에게 불려 갔다. 


"어제 네가 형에게 가서 따졌다며?"

"없는 소리를 하니까요"

"너 안 되겠네. 이번 주까지만 하고 넌 그만둬"

"네? 제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그래요?"

"들어볼 필요도 없어 그냥 그만둬"


그때는 고용노동부니 뭐니 존재조차 몰랐던 시절이다.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 줄 알았다. 듣다 듣다 참지 못한 여자 직원이 내 편을 들어줬지만 그 직원도 삼진 아웃당하고 그대로 퇴장했다. 퇴장하며 나에게 한마디 한숨 섞인 말을 남겼다. 


"에휴... 어쩌겠어요. 이게 사회생활이에요. 아무리 잘해도 먼저 고자질하는 넘이 이기는 거랍니다"


그때 알았다. 고자질도 능력이라는 것을. 그것도 선빵 고자질이 가장 좋은 테크닉이라는 것을... 그때까지는 고자질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고자질도 능력이었다. 와우~ 내가 공부만 하느라 고자질을 못 배웠네. 나 자신이 참 답답했다. 나중에 군대를 가서 알게 되었다. 고자질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역전 드라마를 찍어낼 수 있는 마약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아.. 이런 고자질을 갚아줄 뭔가... 짜릿하고... 뭔가... 화끈한... 개 패듯 팰 수 있는 야구 방망이 하나 없나?


아.. 글을 쓰면서 또 그때 생각이 나고 화가 난다. 여기까지 쓰고 화를 식히고 다시 이어서 써야겠다. 


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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