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유JiYou Jul 23. 2023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오만

소심한 반격



가끔 아니 자주 음악을 직업으로 한다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아주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 때가 있다. 그렇다. 나는 그 주제에 이르면 몹시 화가 나서 괴롭다. 그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하지만, 그들의 말에 동의한다거나 어떤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화가 나는 내 성정 탓에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점점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음악 너무 순진한(naive) 거 아냐?

코드 진행이 너무 단순해, 애들도 만들겠어.

그런 음악은 사라져야 해, 사람들이 왜 그 사람 음악에 열광하는지 모르겠어, 듣는 사람도 다 똑같이 수준이 낮아.

음 세 개로 곡을 쓰다니, 너무 대충 일하는 거 아냐? 그게 뭐야 동요도 아니고.

그 사람 음악은 쓰레기야. 들어줄 수가 없어.


아주 비약해서 줄여 말하면 대충 이런 식의 의견이다. 자기가 하는 혹은 공부하는 음악만이 숭고하고(주로 아무도 모른다. 마니아가 있지만 대부분 자기들끼리 하고 듣는다.) 상업음악계에서 성공한 곡들은(예를 들면 영화 음악, 댄스 음악, 발라드 등 많은 사람이 듣고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곡. 유행을 타서 바뀌기도 하지만 시대에 따라 비슷한 스타일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대부분이 쓰레기이다.


왜 취향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 그런 부류의 음악이 싫으면 그냥 안 들으면 되잖아? 혹시 질투?


나는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 사람들, 슬프게도 대부분 친구이자 동료인 이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과 비난을 퍼붓고 싶은 것을 꾹 참아야 한다.


당신은 음 세 개를 가지고 곡을 만들어 보았는가? 그 곡을 전 세계 반이 넘는 인간들이 듣고 좋아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저 방구석에서 자위할 뿐이다.


나에게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용기는 없다. 물론 화가 나서 내뱉는 이 말들에도 정의는 없다. 그러니 말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것이다. 아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런 것만 빼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그게 내 마음을 더 아린다.


대신 나는 자리를 떠날 뿐이다.


이런 내가 참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참 쓸데없이 예민하다 싶다. 그냥 너는 그렇구나 하고 넘기고 싶지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도록 굳이 글로 남기는 꼬장꼬장함까지.

소심하고 예민하게 생겨먹은, 꼭 그와 같은 성격의 반항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인 버킨이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