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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un 03. 2021

잡호퍼(JobHopper): Part 1

직장인 진입기_신입사원이라면 이렇게

첫 번째 직장의 재직기간은 4개월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퇴사를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선 직속 선배에게 조심스레 퇴사 의사를 전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내 퇴사 건은 부서장에게 보고되었고, 나는 부서장실로 불려 갔다. 조용히 나를 부른 부서장은 처음부터 내가 원하던 보직이 아닌 곳에 배치되어 본인도 걱정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올린 OJT(On the Job Training: 신입 사원의 실무 훈련) 보고서를 보고 나를 기획팀으로 발령 내라 지시했으니 조금 기다려 보라고 했다. 당시 기획팀에는 회사에서 가장 인정받는 인재들이 몰려있어 평소 같았으면 기분 좋은 제안이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팀 부서장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기획팀에서는 내가 하게 될 기획 업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직하기로 한 회사와 동일한 조건의 연봉을 제시했다. 만약 지금 당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주저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곳의 온화한 조직문화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한 20대였다. 변화가 적은 학원사업보다는 좀 더 다이내믹한 비즈니스의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며칠 후, 나는 회사의 제안에 깊은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내 의지를 정중히 전달하고 첫 직장을 떠났다.   

  

그렇게 두 번째 직장에 입사했다. 지원했던 기자직 대신 벤처기업의 홍보 업무 대행을 업으로 하는 회사에서 PR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맡으며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전 직장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회사였고 업무마저 완전히 달라 전 직장에서 쌓은 경험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하루빨리 일을 배워 조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의욕만 넘치는 신입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주요 고객사와 관련된 잡다한 업무들이 주어졌다. 잡무들이라 그런지 금방 배워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른 업무를 달라고 졸랐다. 업무가 많았던 팀장에게 일을 가르쳐달라고 하기 미안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홍보대행사는 기본적으로 업무량이 많아 매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특히 고객사에서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특정 이슈가 생기면 제때 식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주해졌다. 소형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각 직원이 담당하는 고객사의 수가 많았고 그만큼 업무량 또한 엄청났다. 입사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바쁜 선배들에 비해 나는 비교적 한가했다. 한가함을 즐기기보다 작아도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팀장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먼저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처리하기도 하고, 선배들이 바빠서 정리하지 못한 책상 위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먼저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내게도 조금씩 일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선배들이 하던 업무를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정시 퇴근은커녕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신입 사원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물어보고 일을 달라고 조르고 이등병처럼 분주하게 뛰어다닌 덕분에 나는 입사 동기에 비해 더 빨리 난이도 높은 일들을 맡게 되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엔도르핀이었다.     

신입 사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뻔한 대답이지만, 바로 성실함과 적극성이다. 좋은 학력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신입 사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배우려 노력해야 기존 조직원들에게 보탬이 되고 비로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신입 사원의 자세지만, 요즘에는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신입이라면 이등병처럼 적극적으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바짝 군기 들어간 힘찬 목소리까지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비법노트인정받는 신입 사원이 되는 비법  

   

비법 1. 지각은 No, No.

너무 당연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직장인의 태도이며 성실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출근 시간이다. 요즘은 유연근무제(Flexible Time) 도입으로 출퇴근 시각이 사람마다 다른 회사들도 많지만, 아직 대부분 회사의 근무 시작 시각은 9시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업무 시작 시각을 기준으로 신입사원이라면 적어도 10분 전에는 출근해 차 한잔과 함께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시작해보자.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여유로워지고 전체적인 업무에 짜임새가 생길 것이다.

반면 지각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걷거나 뛰어와 죄인처럼 팀장과 선배들의 눈치를 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앉는다. 땀을 닦고 컴퓨터를 켜면 10분을 훌쩍 넘기게 될 것이다. 어쩌면 팀장이나 선배들로부터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개념 없는 신입사원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지각은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겨우 5분, 10분 차이로 당신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비법 2. 보이는 대로 인사하기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관심받기는 경력사원도 마찬가지긴 하다). 같은 부서뿐만 아니라 타 부서에서도 새로 입사한 막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고, 선배가 업무 협력이 많은 부서로 신입 사원을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부서를 돌며 인사를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에게 얼굴도장이 찍힌다. 그렇다 보니 나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아는 상황이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신고식을 마치고 나면 매일 출근하며 회사 복도나 승강기 등에서 수많은 선배들과 마주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모른 척하며 인사하지 않는 신입 사원들이 많다. 하지만 회사 내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조건 먼저 인사를 건네자. 만약 상대방이 누구냐며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럼 당당하게 본인의 소속과 이름을 말하고 “이번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를 덧붙이자. 밝고 싹싹한 인상으로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으며, 이는 업무 상 다른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도 요긴하게 작용할 것이다.     


비법 3. 거북이보다는 경보 선수

빨리 걷는 게 무슨 비법이냐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명심하자.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이 있다는 사실을. 회사에서 빨리 걷는 사람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사장님이나 임원진이 급하게 호출하는 경우나 화장실이 급하거나.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는 빨리 걷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나는 일이 몰려 바쁠 때에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걷는 시간이라도 아껴 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서였다.

신입 사원의 필수 조건은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걸음이 빠르다. 당신이 부지런하지 않더라도 신입 사원일 때는 연기를 해야 한다. 걸음걸이 만으로 더 재빠르고 부지런히 일처리 하는 사원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혹, 영감님처럼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걷는 습관을 가졌다면 서둘러 고치도록 하자. 다른 사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행동이니.      


비법 4. 돌쇠처럼 도와주기무조건.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면 처음 한 달 가량은 비교적 가벼운 업무가 주어진다. 아직 조직이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업무를 섣불리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할 일이 없어 멀뚱멀뚱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마음 편한 일은 결코 아니다. 주변에서 신입 사원을 관심 어린 시건으로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마쳤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부서의 선배나 동료 중 연차가 얼마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자. 선뜻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눈치껏 주변을 관찰하다가 허드렛일이라도 돕자. 작은 일에도 적극적으로 돕고 참여하는 모습은 당연히 좋은 평가로 되돌아온다.

신입 딱지를 떼고 실제 업무를 시작하면 모르는 것도 많고, 한번 알려준 것도 긴장한 나머지 잊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신입 사원 시절에 자신이 베풀었던 도움들이 큰 힘을 발휘한다. 당신에게 도움받은 누군가는 언젠가 그 도움을 되갚아 줄 것이다.     


비법 5. 웃으며 끊임없이 질문 던지기

신입 사원은 궁금한 것이 많다. 작게는 근무 요령이나 회사 내규부터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것들까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모르고 지나쳐도 상관없는 것들도 있지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나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도 있다.

하지만 유독 남에게 물어보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 질문을 하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런 것을 모른다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또 내가 질문하는 것이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일이 될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서 질문의 무한한 찬스가 있는 시기는 바로 신입 사원 시절이다. 신입 사원 때에 회사 생활과 본인의 업무에 대해 꼼꼼하게 파악해두지 않으면, 훗날 여러 가지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당장 자신의 사수가 바빠 질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메일로라도 우선 질문을 던져 놓자. 또한 지시받은 업무를 진행하다가 의구심이 든다면 바로 질문을 던져 애매한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쓸데없는 자잘한 일, 업무 관련도가 낮은 질문들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보다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로 비춰질 수 있다. 한번 물어봤던 내용을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중요한 내용이라면 무조건 재확인 하자. 생글거리는 웃음과 답변에 대한 가벼운 인사, 음료수 한 잔 같은 작은 성의도 도움이 된다. 잊지 말자. 질문하는 신입 사원을 피하거나 꺼려할 선배는 흔치 않다는 사실을.    

 

비법 6. 게으른 천재보다는 성실한 보통 사람이 사랑받는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성실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연차가 오래될수록 요령이 생겨 성실함보다는 자신만의 비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경력이 쌓여 매끄럽고 노련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경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기에 그런 사람들은 종종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신입 사원들은 어떨까? 조직에서 이제 막 입사한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뻔한 얘기지만,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 그들을 인재로 만들기 위해 일과 시간이라는 것을 투자해야 한다. 천재가 아니라면, 성실한 사람이 좀 더 빨리 일을 배우게 된다. 일을 빨리 배우게 된다면, 그만큼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시간을 당기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은 보통 앞에서 설명한 대로 지각은커녕 출근 시간이 빠르다. 남들보다 더 빨리 출근해 하루를 준비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인다.     

함께 근무했던 J 임원의 경우 항상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J 임원을 모시고 일했던 나도 늘 30분 전에는 도착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그와 함께 일하는 동안에는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려 노력했다. 임원보다 늦게 출근하는 게 미안했던 내 사고방식 때문이었다(요즘 세대는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매일 일찍 출근하세요?” 그가 대답하기를, “신문을 읽으며 트렌드도 파악하고,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구상도 하려면 한 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하는 게 좋아. 9시부터는 공식 업무를 봐야지……. 내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출근해요.”     

그의 성실함은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나는 그의 태도를 닮으려 노력했다. 성실함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조직 내에 꼭 필요한 존재로 각인된다. 본인이 성실하지 않더라도 이때만큼은 노력해라. 첫 3개월 동안의 모습이 조직 내의 평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니까.     




화려한 학력과 스펙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경력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적인 이직을 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직장에서 바라던 일을 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담은 경험기, 잡호퍼(Job Hopper)의 출간 전 연재본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소개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16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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