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간을 계속 알릴 수 있는 이유
코시국(코로나 시국)의 종국에는 무엇이 남을까. ‘위드 코로나’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끝을 상상해 보는 것은 역시나 섣부른 일이려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채우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코로나에 대한 걱정으로 서론이 길어져 소개가 늦었다. 나는 초기 사회혁신 창업팀을 대상으로 하는 공유오피스 ‘KT&G 상상플래닛’ 운영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초기 창업팀이 많이 입주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홍보하고, 입주한 초기 창업팀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이들의 이야기를 대외로 알린다. 조금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싶을 때는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조명한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몇 년간 광고 대행사에서 AE(account executive)로 일하다가 작년에 성수동 공유오피스 운영팀으로 합류했다. 다시 말해, 공유오피스를 운영한 이래 코로나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개관할 때도, 개관 1주년을 맞이했을 때도 우리는 코로나의 축하를 받아야 했다.
사실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특히, 공유오피스는 입주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미팅이나 취재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어디 이뿐인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세미나에 포럼에 이것저것 진행해야 하는 행사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은 방역수칙을 준수해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해왔지만,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보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설이나 멤버십 관리, 커뮤니티 빌딩도 그렇지만 홍보도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보라는 건 결국 무언가를 널리 알리는 것에 존재 이유가 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나 좋은 시설, 양질의 프로그램 등의 장점을 살려 콘텐츠로 가공하고, ‘우리 공간 좋으니까 많이 오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다. 최대한 사람 간 접촉을 지양해야 하는 이 시국에 사람이 모여야 하는 공간을 홍보한다는 것, 이러한 간극 사이에서 일에 관한 고민은 점차 늘어갔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펜데믹의 위협 속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거다. 개관하고, 공간에 입주 멤버가 늘어나며 깨달은 부분이다. 내가 제작한 입주사 인터뷰를 통해 VC(venture capital)와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좋은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의 청춘 시절을 기록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메일을 열었을 때, 효율적인 펀딩 홍보를 위해 고민하고 제안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을 때, 나 역시 내 일에 대한 위안을 받았다.
개인적인 위안뿐만 아니라, 사회혁신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입주 멤버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느끼는 점이 많다. 모두가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이들 중에는 이 공간에서 성장해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로 거듭나는 이들이 생겨날 거다. 코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간에 오도록 열심히 알릴 수 있는 당위는 이들이 분명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고, 우리의 공간과 서비스가 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있다. 이러한 사실을 1여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애초에 공간이라는 것은 ‘빌 공(空)’에 ‘사이 간(空)’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속이 텅 빈 이곳에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이야기를 가득 채우며 이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괜찮은 위안이 될 것 같다.
나는 그저 이 시국을 최선을 다해 이겨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 일이 이들의 내일을 위한 한 칸의 계단이 될 수 있도록.
EDITOR
윤태웅 I Marketig Director
woong@nestand.kr
<공유오피스 운영팀입니다>는 실제로 성수동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네스트앤드’ 멤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운영팀으로 일하며 각자가 겪는 고민과 경험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기록합니다. ‘일’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모든 분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공감,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