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스트앤드 Nov 08. 2021

커뮤니티 매니저로 사는 것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말하는 것이 재밌고, 누군가의 소식을 듣는 것이 흥미롭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함께하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내 기질이 이렇다 보니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일들을 호기롭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청년창업 전용공간 KT&G 상상플래닛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공유오피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입주 멤버들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주황색 목걸이를 맨 상상플래닛 멤버를 보면 우선 인사부터 건넨다. 인사가 통하는 때에는 잠시 라운지에 가서 대화를 나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우리 공간으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공간에 지내시면서 필요한 것은 없는지. 


때로는 그들과 함께 퇴근 후 밥도 먹으면서 깊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일로 만난 사이에 사적인 시간을 내냐 싶기도 하지만, 나는 그 사적인 시간에서 우리 공간이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을 찾는다. 그렇게 찾았던 일 중 하나는 <플래닛 캠퍼스>를 기획한 것이었다. 


칼바람이 부는 12월의 저녁, 입주 멤버와 이자카야에 간 적이 있다. 창업 1년 차인 그는 편히 잠은 잘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해야 할 것도, 고민할 것도 많았다. 연말인데 세금은 언제, 얼마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하나하나가 모두 고난의 연속이었던 그에게 가장 막막한 때는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라고 했다.


내 앞에 있는 그의 고민이 전혀 남일 같지 않았다. 사업을 하고 있는 내게도 언젠가 겪을 이야기일 것이고, 대부분의 초기 창업가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분야들을 뽑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강연이나 컨설팅을 진행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사전에 입주 팀들에게 사전 수요를 받고, 그 수요에 맞는 강연 분야를 짜면서 조금씩 <플래닛 캠퍼스>의 기틀을 마련해갔다. 세무, 법무, 마케팅, 브랜딩, VC/AC…  본격적인 운영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검색창을 두드려 전문가를 리서치하고, 강연 섭외 메일을 보내는 일도 했지만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오지 않는 회신의 공백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아직 부족한 것인가 자책도 했다. 나 또한 프로그램 기획이 처음이었기에 막막하고 행여 실패할까 두려웠다. 무모한 섭외일지도 모르는 수 차례 메일과 톡을 주고받은 끝에 과목을 완성하고 플래닛 멤버를 모집해 <플래닛 캠퍼스>를 운영했다. 


상/하반기에 걸쳐 총 14차시의 강연이 종료되고, 프로그램이 어땠는지 점검하기 위해 피드백 설문을 받았다. “플래닛 캠퍼스 덕분에 브랜딩을 실행해볼 용기가 생겼다.", “실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강의가 계속되면 좋겠다.” 와 같이 긍정적인 의견들이 주를 이뤘고,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수도 꽤 높았다.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돌이켜보면 <플래닛 캠퍼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곁에 있는 상상플래닛 멤버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알고 초기 사회혁신가를 위해 지식을 나누어주신  전문가 분들과, 성장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참여한 멤버들이 상상플래닛에 모였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도출해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런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기 사회혁신가의 성장지원. 목표는 거창하지만,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네스트앤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오래, 함께 바꾸어볼 것이다.




EDITOR

김환주 I Community Manager
hwan@nestand.kr


<공유오피스 운영팀입니다>는 실제로 성수동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네스트앤드’ 멤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운영팀으로 일하며 각자가 겪는 고민과 경험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기록합니다. ‘일’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모든 분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공감,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