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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Sep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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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살아라

경박단소 키치의 시대.

원본이 사라진 포스터 모던의 시대에 진지함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외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본 지 15년쯤 됐나? 어느 유명인이 자기 블로그 대문에 걸어놨던 글이다. 

(글을 맛깔나게 쓰시던 그분 근황이 궁금해 찾아보니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더라. 한때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글을 써서 유명해졌는데, 정치면에도 얼굴이 나오면서는 쉽게 잊힌....)


요새 미국 건국 시기의 정치와 관련된 글을 읽고 있다. 역사를 보니, 세상은 철학적인 사람이 아니라 정치적인 사람의 것이었다. 진리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칙으로 길을 만드는 사람이 세상의 키를 잡았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는 X를 말한 것이 아니라, '훌륭한' O를 선택하겠다 주장했을 뿐인데, X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O와 X의 앞에는 수식이 있을 수 없다. 수식이 붙으면 그냥 X인 것이다. 요즘의 세상에서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얘기는 단지 정치적 수사로 읽힐 뿐이다. 나는 친구에게 상처받지 말고 '가볍게 살라'고 조언해 줬다. 끊고 나니 씁쓸했다. 내 조언은 친구에게 또 다른 상처였을 수 있다.


앞으로 진심은 익명 블로그에만 적어야 하는 걸까.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만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아니면 인공지능 서비스가 믿고 들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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