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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 최재운 작가_제12회 브런치북 대상

by 대낮

최재운 작가를 만나고 왔다. 요즘 새로운 책의 초고를 쓰고 있는데, 출판사와 약속한 마감일을 넘겨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이 책은 작가의 네 번째 책이다. 앗, 첫 책을 낸 작가의 설렘과 괴로움과 행복을 담아야 하는데?! 물론 그런 사정을 다 알고 마련한 자리였다.


작가의 첫 책(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AI 공부)은 작년에 나왔다. 10월이다. 두 번째 책(한 발짝 더, AI 세상 속으로)은 올해 5월에 나왔다. 브런치북 대상을 받아 지난 7월에 출간된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가 세 번째 책이다. 이 정도 일정이면 이제 막 입문한 작가가 아니라 인기 작가 아닌가. 맞다. 하지만 이건 그만큼 그 전에 써놓은 글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AI에 대해 쓰고 싶은 내용이 아직도 더 많은 작가라는 의미다.


작년 6월에 나는 브런치에 이런 글을 남겼다.


"사실, 나도 책 한 권 내고 싶다 혹은 작가가 되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개연성 있는 목차를 꾸릴 만한 돋보이는' 글을 한 권 분량으로 써 놓은 게 없는 것이다. '내가 써도 이보다는 잘 쓰겠다' 하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책은 썼으니 출판된 것이고, '나'는 안 썼다. 결론은, 준비된 좋은 글이 있다면 출판은 글쓰기보단 쉽다."


그때 내 글 밑에 최재운 작가님이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 제일 먼저 보낸 곳은 1주일 지났고, 마지막에 보낸 곳은 어제 보냈는데. 5개 출판사가 모두 읽고 회신도 안 줘서.... 읽씹은 너무 한 거 아닌가! 흥! 하고 있다가 [...]


작가님이 이때 투고한 원고는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써놓은 글이었다. 맞다. 이번에 브런치 공모전에서 대상 받은 그 내용이다. 이 때 이미 다른 책 출간이 예정돼 있었지만 아마도 이 내용을 꼭 책으로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마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1년도 안 돼서 책을 이렇게 줄줄이 출간하게 될 줄은. 이쯤 되면 최재운 작가의 출간 스토리가 좀 궁금해지려나.


"출판이 글쓰기보다는 쉽다, 글이나 많이 쓰고 책 낼지 말지 고민하라"라고 거침없이 써놓은 걸 다시 보니 웃기다. 저건 그저 내 경험담이다. 최재운 작가님은 2023년 6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셨는데, 나는 그보다 훨씬 빠른 2021년 6월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브런치에 쓴 내용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묶을 게 없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없어 보여서 덧붙이자면 동화 두 편과 장편소설 한 편을 따로 썼다. 아니 편집자 대낮 씨?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더니? 음... 이 마음은 아마 윤준가 님 인터뷰 정리하면서 쓰게 되지 않을까. 이러면 윤준가님 인터뷰도 궁금해하시려나? 흠흠. 싱겁게 결론을 스포 하자면 나는 작가가 되야겠다는 열망은 없다. 그냥 쓴다. 아마추어의 행복.)


"그냥 쓴다"라고 괄호 속에 적고 보니 생각났다.

최재운 작가님을 인터뷰하면서 작가님이 대답을 안 해주신 게 있다.


같은 책을 왜 또 읽으세요?

그냥요.

내용이 다 기억나는데도 또 읽는 거죠?

네. 삼국지는 진짜 여러 번 읽었어요.

왜요?

그냥요.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요?

딱히...

읽는 재미가 보장된 책을 보고 싶으셔서요?

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맛집에 또 가고 그런 건가요?

그런 건 아닌데...


쓰고 보니 집요하다. 질문 로봇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치듯 계속 물어봐서 얻은 게 있다. 작가님 표정을 열심히 봤다. 카페 테이블이 작았다. 아마도 어린 시절 읽던 삼국지 얘기할 때였을 것이다. 작가님 얼굴에 뭔가 확 스쳐 지나갔다. 맞다. 그냥 읽는 게 맞다. 표정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묘사할 표현력이 딱히 없어서 이 문장 뒤에 작가님의 표정을 붙여넣기 하고 싶다. 이렇게 나는 참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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