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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

"쓸모없는 수학"_ 김동진 작가

by 대낮

김동진 작가(브런치 김똑띠 작가)와 줌으로 인터뷰했다.

브런치에서 댓글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작가라서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조심스러웠다. 처음부터 구독을 누르긴 했으나 흔적 없이 읽었기에 작가님이 나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누군 줄 알고, 뭐 하는 줄 알고 내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이런 생각 때문에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애를 좀 태웠다. 하지만 작가님은 감사하게도 인터뷰 질문지에 답변을 정성껏 적어 주셨다.


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21년이다. 그는 브런치에 '쓸모없는 수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행했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수학에 대해, 수학 공식 없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앗! 수학? 우리 사회에서 수포자 커밍아웃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인지상정인지라 수학 선생님의 수학 이야기라는 말에 이제 그만 읽으려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미워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당연시될 수는 없습니다. 수학이 어려운 기호와 수식들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미워하는 것은 내가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한 나라를, 그 언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통째로 미워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고 산뜻한 자극을 주는 글이다. 나는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수학이 꼭 '쓸모'가 있어야 하냐고, 그 쓸모를 말하기 전에 수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되었다.


생각의 경향이 평생 쌓여 개인의 개성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개성에 따라 세상을 표현한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학, 미술, 영화, 음악, 춤, 철학, 요리, 과학 (그리고 은근슬쩍) 수학이 됩니다.


그러니까 수학도 "어떤 사람들의 생각의 경향이 쌓여서 이루어진 개성이 담긴 표현 양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오롯이 수학만을 감상하는 자세. 세속의 번잡스러움을 떠나 고요하게 숫자와 기호와 논리 속을 유유히 산책하는 한 정신. 쓸모가 없는 수학. 그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수학에 대한 단상입니다.


수학을 '배우기 어려운 언어'에 비유하고, 수학으로 산책을 한다니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인용된 문장들을 읽으면 독자들도 나처럼 이 작가가 궁금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 수학을 얘기하는 게 맞나 싶을지도 모른다. 수학에 한이 맺힌 독자일수록, 12년 공교육에서 배운 수학이란 대체 무엇이었는지 궁금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내 글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포털 사이트에서 "쓸모없는 수학"을 검색하면 세 권의 책이 나온다. 2021년에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에서 나온 책, 2022년에 자비 출판사 좋은땅에서 나온 책, 그리고 2024년에 마누스 출판사에서 나온 개정판. 현재 앞의 두 권은 절판되었고, 마누스 출판사에서 나온 개정판을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어떤 사연이 있어 이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됐을까.


"쓸모없는 수학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이 단순하지는 않았죠. 이렇게 말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책 출간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수준의 출간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동진 작가에게는 두 권의 책이 더 있다.

"선생님의 목소리"(2023)와 "아빠가 태어나는 중"(2025)이다.

시기에 유의해서 살펴보자. 그러니까 마누스 출판사에서 "선생님의 목소리"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에 김동진 작가의 첫 책인 "쓸모없는 수학"(2024)의 개정판을 낸 것이다. 그 뒤 "아빠가 태어나는 중"이라는 또 다른 에세이집을 마누스에서 냈다. 최근에는 수학과 관련한 다른 책을 쓰기로 했고, 초교를 거의 마친 상태라고 한다.


"정말 자기가 쓴 글이 소중하신 분들은 내가 이 글을 사랑하는 만큼 내 글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좋아요."


작가는 세 군데서 출간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원고를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내놓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책에 실릴 인터뷰 글에는 이 책이 겪은 일들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한 사람에게 다양한 매력과 달란트가 있듯이 작가가 쓰는 책도 그 성격이 다양할 수 있다. 나는 이 작가가 수학이 아니라 문학을 가르친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를 읽으시나요? 저는 아주 가끔 한 편씩 읽습니다. 수많은 말과 문장, 그 사이사이를 이어 붙이는 논리를 끝없이 요구하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찌나 시가 고프던지요. 탄산음료나 커피, 차로 목을 축이다 투명한 정수淨水 한 잔을 마시는 듯하달까요? 툭툭 던져지는 단어의 묵직함과 생략의 낭만이 감정의 갈증을 비로소 해소해 줍니다.


이 글에 굵은 글씨로 인용된 부분은 모두 김동진 작가의 "쓸모없는 수학"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바로 위의 문단도 마찬가지다. 제목에 '수학'이 붙은 책 안에서 만날 거라고 짐작하지 못한 문장들이다.


이번 인터뷰의 공통 질문 중에 내가 주목한 질문이 있다. 독자와 작가 어느 쪽이 더 즐거움이 큰가요?

김동진 작가의 답변은 이렇다.


"즐거운 건 독자가 더 커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고, 부담도 없고 흥미진진하니까요. 뿌듯한 건 작가가 훨씬 크죠. 나만의 것을 만들고, 그게 책이라는 매개체로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는 거, 그게 참 뿌듯해요."


그렇다면 책 출간은 '나만의 것을 나만의 것이 아니게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과정으로 해야 할까. '나' 아닌 사람에게 내 글을 어떻게 보여주고, 출판해 달라고 설득하고, 독자가 읽게 하고, 수익이 나도록 팔아야 할까.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무게를 실어야 하는 것은 어느 단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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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곱 명의 작가를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이 끝났다. 여러 작가의 말을 곰곰 듣다 보니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막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원고를 써야지 맘먹고 앉은 백지 앞에서도 과연 그 마음이 유효할 것인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마음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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