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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PDF 교정지 대조

눈 돌아감

by 대낮

작가의 초교ㅡ교정(1교) ㅡ조판(인디자인에 얹기)ㅡ 조판 내용 검토하며 다시 교정(2교)ㅡ인디자인 수정ㅡ 수정 내용 대조하며 다시 교정(3교)ㅡ인디자인 수정ㅡ모든 수정과 변경 사항이 적용됐는지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함께 오케이교정


빨간 펜 교정이 끝난 PDF 파일은 디자이너에게 간다. 디자이너는 내 수정사항을 확인하여 인디자인 파일에 반영한다. 띄어 써라, 붙여 써라, 점 찍어라, 쉼표로 바꿔라, 따옴표 방향 바꿔라, 문장부호 틀렸다 등 자잘한 수정 사항이 많다. 한글 파일로 교정하는 1교에서 최선을 다해 골라내는데도 그렇다(편집자에게 가장 골치 아픈 교정은 어쩌면 문장부호일지도).


편집 매뉴얼 파일을 따로 주는 출판사도 있다. 표준맞춤법을 따르지만, 거기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나 '허용' 항목에 대해서는 출판사마다 같지 않다는 의미다. 그게 대체 뭔지 궁금하다면 예시로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책을 보면 된다. 단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 다른 출판사에도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아무튼 '점'처럼 자잘한 수정이 3교에도 나온다. 캡션, 소제목 등 나중에 채워진 것에서 점이 껴들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점 하나까지 체크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보다 보면 현타가 온다. 그러다 큰 거 놓치는 수도 있다.


조금 전까지 수정 전 파일과 수정 후 파일을 대조하다 멈추고 이 글을 쓴다. 작업이 잠시 멈췄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은 PDF 파일에 적힌 교정사항을 본 검토자(갑-의뢰인)가 원고를 출력해서 연필로 체크했다. 내 교정 사항을 반영할지 말지를 연필로 O X 체크한 것이다. 추가 내용도 연필 글씨로. 그 출력물을 스캔해서 보내왔다.

작업이 멈춘 이유는 디자이너가 이 스캔 파일만 보고 수정했기 때문이다. PDF 파일을 출력하면 주석은 안 보인다. 주석 내용을 반영하려면 내가 보낸 교정 파일도 봐야 했던 것.

디자이너가 다시 수정해서 보내오면 나는 어떻게 확인할까. 내가 보낸 교정 파일 + 의뢰인의 스캔 파일 + 디자이너가 수정 반영한 파일. 이렇게 세 개를 펼쳐놓고 일해야 한다(디자이너도 이렇게 했어야 했던 것). 다행히 나는 데스크탑에 듀얼 모니터를 쓴다. 낡은 컴이지만 교정지 펼쳐놓고 보려면 커야 좋다. 눈이 바쁘게 돌아간다. 내용이 맞게 수정됐는지. 의뢰인은 내 수정의 어떤 부분을 거절했는지 본다.


의뢰인의 스캔 파일이 이렇게 일을 만든다. 보통 의뢰인은 수정 사항에 대해 의견이 있는 부분만 메모를 달아 파일로 준다. 그렇게 하면 PDF 파일에서 검토자 주석만 따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교정 작업 하다 보면 자잘하고 반복적이며 세밀하고 속 터지는 일이 종종 있다. 편집자라면 대개 비슷한 일을 겪어서 대충 말해도 뭔 상황인지 안다. 오늘 일은 "수정자 확인하다 반영이 안 돼 있어서 봤더니 연필..." 정도만 해도 말하는 편집자의 답답한 기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덧. 펜으로 교정 보는 교정자도 있다. 그 경우는 스캔으로 주고받아도 문제없다(악필 문제가 있을 수도). 교정지를 퀵으로 받기도 한다. 요즘은 펜으로 보는 교정자도 패드를 많이 써서 퀵은 거의 없을 듯. 나는 악필에다 수원에 살기 때문에 퀵도 종이도 해당 없어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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