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온 Jun 13. 2023

500일의 썸머_전 연인을 통해 나 돌아보기

소셜링 후기

전 인연을 비난하기보단 헤어짐을 통해 한층 성숙해져서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나 돌아보기' 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신청을 하게 됐어요.


1년 전 이별 후 상대방을 한없이 이상화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어요. 사실 이별은 한 쪽만의 잘못이 아닌 상호 작용의 리액션이고 쌍방의 과실인데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다 표현하지 못했기에 미련이 오래갔던 거죠. 아무리 건강하게 운동하며 관리했어도 마음에 따라 몸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헤어짐을 통해 경험했어요.


이별 후 성찰하고 돌아보며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추스르는 기간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또한 타인에게 몹쓸 짓이니 스스로를 충분히 알아주고 사랑해줘야 되는 시기 같아요. 거의 회복하기 까지 수개월의 기간이 걸렸고 다음 공간을 내어주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들이 필요했어요.


사람은 사람을 통해 잊는 거라며 이성을 만난다며 외로운 상태를 지우기보다는 나를 돌보기 위해 육아 서적도 읽어보고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움직임 명상, 표현예술치료를 찾아보며 케어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현재에 행복한 감정들을 믿고 충실히 즐기면 좋을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도 미래를 한번씩 시뮬레이션 돌려보고 예측해보다보니 상대가 확신을 주지 않으면 불안했어요.


혼자 있을 땐 삶을 즐기고 행복했는데 유독 연애만 하면 너무 행복했지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좀 더 이기적으로 자신을 1순위로 두고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매번 간절할 수록 멀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비언어적 표현보다는 언어와 단어, 말에 유독 민감하다보니 표현이 거칠거나 사소한 농담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곤 했어요.


내가 칭찬 메이커가 되서 한없이 상대를 칭송하고 이상화할 수록 상대는 표현을 받는만큼 표현에 인색하더라고요. 결국 언어로 표현하지 않을만큼 날 사랑했다기보단 그냥 좋아했던 거죠. 상대가 원하는 표현보단 각자가 좋아하는 방식을 고수했지. 소통이 부재했지. 싶어요.


슬프게도 내가 확신을 갖고 다 표현하고 매달린 만큼 상대방의 '좋아해.' '사랑해' 라는 말 한마디가 인색하더라고요. 아무리 날 사랑스럽게 바라봐도 정서적 교감을 꿈꾸며 확신을 가진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했는데 내가 먼저 좋아서 다 표현하는 을을 자처하곤 하다보니 전 표현해달라고 매달리는 어린 아이같았어요.


바다의 일출을 보며 시작했던 연애, 그 친구 덕에 일에만 푹 빠져 살았던 삶에서 사랑을 믿게 됐고 여행의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리고 미련없이 깔끔하게 지워진 관계이니 고마웠고 행복하라. 는 말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사실 이후에 짧은 썸이 있긴 했는데..돌아보고 나니 이 썰을 소셜링에서 선뜻 밝히기에는 꺼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완전히 보낸 좋았던 인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됐던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스스로를 무한 자책하고 상대를 계속해서 이상화했을텐데 둘다 서툰 쌍방의 잘못임을 알고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글로 쭉 정리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날 귀엽다고 괴롭히고 장난치고 '서툴다'는 표현이 아니라 '예쁘다. 좋아해. 수고했어.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소중히 다뤄주는 표현을 해줬다면 속상하지도 불안에 떨지도 않았을텐데 사소한 표현 방식이 불편했어요.


내가 먼저 직진하고 다가갔던만큼 불안하지 않게 그냥 확신을 줄 말 한마디면 됐었는데 자꾸 자신의 관점대로 판단하고 정의를 내리니 처음에는 좋았지만 결국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동굴로 숨어버리게 됐어요.


나의 불안도 컸지만 상대방이 불안의 씨앗을 먼저 던져줬으니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 내 안의 다른 불안을 끄집어냈죠.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커지는 것 또한 상대가 준 좋아함에 대한 나의 리액션의 반응임을 알겠더라고요. 좀 더 확신을 갖고 현재를 즐겼으면 좋았을텐데 미래를 그리며 불안해 했네요.


하지만 존중하는 언어보단 정의 내리고 판단을 내리는 상대와 함께 했다면 매력적인 상대지만 전 불행했을 것 같아요. 인간의 단편적인 면을 보고 함부로 판단하고 정의내리는 모습을 보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미련은 없더라고요.


모든 헤어짐은 상처받고 미워했던 마음과 별개로 진심으로 좋아했던만큼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성장시켜준 인연이니 헤어져줘서 고맙다. 라며 앞으로 행복하라.며 응원할 수 있어요. 내가 서툰사람이라 상대도 고생했지 싶어요.


앞으로는 1순위를 상대에게 내어주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조금은 이기적인 연애를 해볼려고요. 현재의 행복을 충실히 즐겨보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Q 새벽 3시25분 이 사람들 도대체 뭘 하는 걸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