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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하는 연필 Sep 07. 2015

집밥...먹고 갈래요?

정신의 허기짐, 집밥은 영혼을 살찌운다. 

1.


‘집밥’의 위상이 달라졌다. 

귀찮으면 한 끼 거르던 것이 집밥이었는데,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밥을 부르짖는다.


맛있는 외식 메뉴가 지천에 

널리고 널려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단순히 육체적 허기로 인해 

집밥을 부르짖는 것은 아닐 터. 

집밥 만이 채워줄 수 있는 우리의 허기짐은 아마도 

정신적 허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2.  


집밥의 따듯함과 위로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큰 상실이다. 

내가 이 상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은 

지인의 어떤 에피소드 때문이다. 


3.


3년 전, 지인의 어머니가 지병을 앓다 돌아가셨다. 

지인이 상을 치룬 후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머니가 해놓은 반찬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김치, 장아찌, 멸치볶음 등. 

장례가 끝나는 순간까지 잘 견뎌냈던 지인은 

어머니가 해놓고 떠난 반찬들을 보며 무너졌다고 한다.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울던 그녀. 

결국 어머니가 해준 마지막 집 반찬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몇 달을 먹지 못하고 

냉장고 안에 그대로 놔두었다고 한다.



4.


그녀에게 집밥은 어머니였을 것이다. 

퇴근길 힘든 그녀의 발걸음을 빨라지게 하는 된장찌개 냄새, 

꽈리고추만 골라먹는다고 타박 들으며 먹던 멸치 볶음, 

그리고 고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메추리알보다 많은 소고기를 넣어 만든

메추리알 장조림은 세상 가장 편안한 그녀의 안식처와 같았을 것이다.


5.

 

김범수가 부른 노래 ‘집밥’의 가사 중 


집 밥 너무 그리워. 가족의 마법. 본가 따뜻한 집으로. 내가 쉴 수 있는 곳

이라는 가사가 있다. 

대중 가요의 가사는 시대를 대변한다고들 한다. 


집밥이 그리워지는 나이, 

그리고 시기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른의 쓸쓸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고되고 외로운 일상 속 찬란한 이벤트가 돼버린 집밥. 

여러분도 그리고 나도 오늘 저녁 집밥을 

야무지게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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