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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Apr 14. 2021

영국 브랜드, 샬롯 틸버리

Charlotte Tilbury: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샬롯 틸버리, 영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름이자 그녀가 론칭한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아티스트들이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론칭한 브랜드가 많은데, 그중에 잘 팔리는 상품들은 대기업 소속 브랜드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해외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유투버들이 브랜드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명 코스메틱 덕후(코덕)들은 배송 중 상품이 깨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구매해왔다.




 영국에 올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인 부츠와 슈퍼 드럭 등이 있는데, 웬만한 동네에는 다 있다. 부츠는 한국에 상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 수순을 밟고 있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가 됐다.

 아무튼 그 드럭스토어에 들러 화장품을 구경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다양하지 않고 한국 브랜드를 능가하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아쉬웠는데, 그래도 찾다 보면 내 마음에 쏙 드는 로컬 브랜드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내 영국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나도 에너자이저가 되어주기 위해 끼를 마구 발산했던 친구들이 있다. 런던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있어서 방이 화장품으로 가득한 친구들이었다. 열심히 검색해보고, 발품 팔아도 못 찾던 화장품 브랜드를 그 친구들 덕분에 알게 됐는데 그게 바로 샬롯 틸버리다.


 락다운 동안 한 집에 모여 24시간 중 12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파우치 구경해도 되겠냐고 묻다가 그게 메이크업 놀이까지 가게 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문가의 손길에 VIP 고객이 된 기분이었다. 나도 많은 브랜드를 알고 있는데, 처음 보는 샬롯 틸버리라는 브랜드를 발견하고는 아직 코덕으로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뒤로 가본 적 없는 미국 세포라 입점 브랜드에 대해 엄청 많이 찾아봤다.)


 전공자의 의견으로, 샬롯 틸버리는 아직 한국에서 팔지 않고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딱이라는 것이었다. 친구 걸로 테스트해보니 확실히 로드샵 브랜드와는 다른 질감이었다.

 락다운이 완화되어 백화점에 갔더니 샬롯 틸버리가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해외 브랜드의 특징은 한국에 없는 색상이 많다는 것이다. 보라색 립스틱, 파란색 아이섀도 등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놀랄만한 색상이지만 런던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매장에서 열심히 구경하면서 국내 포털사이트와 한국어 해쉬태그로 검색해봤는데 후기가 많지 않았다. 일단 집에 가서 생각해보자며 구매를 미뤘다.


 

 오랜 락다운으로 인해 매장 재고가 창고에 쌓이면서 말 그대로 창고 물량을 대방출하는 세일이 겨울 내내 진행됐다. 그때를 틈타 아이섀도 팔레트 하나를 구매했는데, 내가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심적으로 많이 신세 졌던 동료 언니가 생각나 고른 색상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아직도 전해주지 못했는데, 아직 샬롯 틸버리를 모를 확률이 높아서 간단하게 설명도 해줘야 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 상륙하지 않은 브랜드를 선물하면서 소개까지 덧붙이는  좋아한다. 거기에 샬롯 틸버리처럼 SNS 통해 유명세를  브랜드는 SNS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어서 설명하기 편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답게 제품 사용법을 영상으로 올리기도 하고, 영국 베이스 회사답게 다양한 피부톤을 가진 다양한 인종을 모델로 고용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구매해놓고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샬롯 틸버리는 제품 활용 방법을 공유하며 고객의 경험을 중요시한다고   있다. 가끔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 유명한 연예인도 등장해서  구매를 자극한다.

또, 유명 인스타그래머들이 올리는 셀카 사진의 댓글을 보면 5-80%가 '어떤 립스틱을 바른 것이냐', '어떤 치크를 바른 것이냐', '파운데이션 몇 호 쓰냐'는 질문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 속에서 사용된 상품을 바로 구매 링크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SNS 중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혹은 유투버가 론칭하는 브랜드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거라고 예측한다. 화장품에 있어서는 비싼 브랜드의 로고를 자랑할 수 있는가 보다 퀄리티가 좋고 개개인의 피부에 잘 맞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상품군이 바로 화장품이지 않은가! 적당한 가격에 사치 욕구를 채울 수 있으면서도 하나를 구매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나와 같은 악건성이나 악지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일본 친구에게 한국 아이섀도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검색해 찾아주었다. 그 브랜드의 마케터도 아닌데 뿌듯하고 재밌었다. MZ세대가 원하는 화장품,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는 연구할수록 즐겁다. 세대가 지나면서 트렌드가 강하게 반영되는 인더스트리가 바로 뷰티, 패션 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행하던 '자연주의' 슬로건을 넘어 더 구체적인 스토리가 들어간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다. 비건, 미니멀리즘 등은 어느 정도 예측했던 키워드이지만, 마스크는 갑자기 불쑥 찾아온 키워드이기 때문에 화장품에 대한 연구는 멈출 수가 없다. 동남아, 유럽 시장에서 K-뷰티가 대세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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