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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Apr 26. 2021

프랑스의 역사를 간직한 불리 1803

BULY 1803: 이끼 향이 도대체 뭐길래


 어느 여름, 누군가가 불리의 리켄 데코스 향을 짧게 설명한 글을 보자마자 이끌렸다.


"이끼 향, 마치 호텔의 깨끗한 침구 위에 누워있는 듯한 청량함"


 호텔에서 사용하는 베개와 침대 커버는 락스에 담가 세차게 세탁해 이끼 향이 나진 않지만 바스락거리는 청량함은 느낌적으로 알 것 같았다. 장미향, 비누향, 시트러스 향, 풍선껌 향, 이런 식으로 향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있다. 아직 시향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향을 글로 설명하다 보면 점점 어휘와 표현력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적절한 포인트를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리켄 데코스에 대한 알 것 같기도 하면서 아리송한 예측을 가지고 과감하게 온라인으로 결제해버렸다. 여름이라 청량한 향수를 갖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보통 브랜드들이 한 상품을 두고 30, 50, 75, 100ml 등 여러 가지 용량으로 출시해 선택권이 넓어보지만, 더 큰 용량으로 구매해야 이득일 것 같은 가격 정책을 펼친다. 예를 들면, 30ml는 6만 2천 원인데 50ml는 9만 원이라 이왕 비싼 향수 사는 거, 조금 더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때로는 기존에 없던 트래블용(파우치에 들어가는 사이즈)나, 온고잉 상품과 다른 보틀 디자인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는다.


나는 보통 작은 용량으로 구매해 새로운 향을 많이 시도해보자는 주의지만, 불리 향수는 선택권이 없었다. 75ml인데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존재감이 확실한 덩치를 자랑한다. 무겁기도 정말 무거워서 떨어트리면 병이 깨질까에 대한 염려보다 발등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다. 하지만 그 무겁고 고풍스러운 보틀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구글맵에 Buly1803으로 검색해보니 전 세계 통틀어 몇 매장 뜨지 않는다. 백화점 내에 입점된 매장은 뜨지 않나 보다. 향수는 아무리 유명한 스테디 상품이어도 취향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 때문에 시향이 중요한데 코로나로 인해 매장이 있어도 시향이 어려운 현실이다. 런던에 있는 백화점들은 아예 스프레이 입구를 뽑아놨다.


아쉽게도 내가 소장 중인 리켄 데코스가 불리 향수 중 유일하게 맡아본 향이다. 정말 이끼 향이 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진짜 이끼 향은 짐작으로만 어렴풋이 안다. 식물원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 나는 향과 비슷해서 이끼 향임을 확신했던 것 같다.


 파리의 불리 매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보니 피렌체에서 산타마리아 노벨라 매장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마치 오래된 박물관에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들이 전시돼있는 것처럼 어두운 조명 속 상품에만 빛이 모인 모습을 보고 분위기에 압도됐다. 사실은 그 분위기에 너무 압도된 나머지 직원한테 말도 못 걸고 나왔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1800년대파리에서는 향수와 화장품 산업에 엄청난 붐이 일어났다. 그에 따라, 조향사들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찾아냈다고 한다. 그중 향수는 왜 필수템이었는지는 다 아실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 시절의 전통성을 재현해냄과 동시에 최신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향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바로 불리 1803이다.


 독특한 향과 보틀 디자인과 더불어 마음에 들었던 점이 하나 더 있다. 오 트리쁠 향수는 워터 베이스다. 즉, 알코올 베이스 향수보다 피부 자극이 덜 하다. 향수를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손목과 턱 밑에 톡톡 뿌리라고 하지만 피부에 화학 약품이 닿으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옷에만 뿌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리켄 데코스가 워터 베이스인 덕분에 마음 놓고 칙칙 뿌리는 중이다. 분사력도 안개 미스트 같다. 전통미와 현대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이렇게 되는구나를 알려주었다.


 유명한 셀럽들이 그들의 pick으로 소개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희귀성 있고, 앤티크한 디자인 면에서는 남다른 아우라가 있다. 매거진에서는 향수 말고도 핸드크림이나 립밤자주 소개되는데 선물하면 센스 있는 사람이 된다는 뉘앙스로 많이들 언급한다.  물건살 때는 가격과 할인율,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지를 꼼꼼히 따져보지만, 선물을 고를 때는 상대의 취향과 트렌드가 우선 고려 대상이니 저런 광고 멘트, 이해는 간다.



 혹시 불리의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거나 막 구매했다면, 패키징도 함께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품만큼이나 포장 박스도 퀄리티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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