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ba y Lola: 빔바와 롤라
스페인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브랜드의 이름을 보고, 빔바와 롤라? 사람 이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스페인어 단어 'y'는 영어로 'and'다. 빔바와 롤라는 창립자 자매가 키우는 강아지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두 강아지 이름으로 브랜드 이름을 짓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이름에서부터 독특함이 느껴졌다. 패션 브랜드들은 여전히 창업자의 이름이나 특정 단어들을 매칭 시켜 짓는 경우가 흔하니까.
올해로 16주년을 맞이한 빔바이롤라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18 F/W 시즌부터였다. 그 전에는 간간히 이름 정도만 들어봤지 제대로 구경해보거나 검색해본 적은 없었다. 그때 막 한국에서 스페인 직구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배대지(배송대행지)에 스페인 지역 서비스를 늘리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국내에도 매장이 있지만 타 브랜드에 비해 직구 가격과의 차이가 아주 커서 직구로만 구매했다. '스페인에 살고 있을 때 살 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스페인 직구가 쉬워서 직구 중독을 끊을 수 없었다.
나는 옷을 화려하게 입는 편이 아니고, 무채색을 선호하지만 키치함이 넘쳐흐르는 빔바이롤라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자유분방하고 독보적인 스페니쉬 디자인 감각에 빠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닌 것 같지만 자꾸 눈길이 갔고, 아티스틱한 퍼포먼스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지금 빔바이롤라 공식 홈페이지는 최근 몇 년 동안의 룩북에 키치함을 열 스푼 담아 장식해두었다. 내가 의류 쇼핑몰을 보고 있는 건지, 아티스트의 작업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리지만 눈만큼은 즐겁다.
빔바이롤라는 각 컬렉션을 구상할 때, 아티스트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 초현실주의 작가, 포토몽타주 작가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베이스는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이지만 젠더리스 컬렉션을 내놓은 적도 있다.
빔바이롤라 옷을 입으면서 느꼈던 단점이 하나 있다. 사이즈가 너무 단조롭고, 마른 사람을 위한 사이즈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 브랜드기 때문에 사이즈 체계가 다를 수야 있지만 그 나라에도 분명 마른 사람들이 있을 텐데. 빔바이롤라에서는 옷을 하나 산다는 것보다 스페니쉬 예술작품을 산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패션 회사에서 근무해본 적이 있기에, 상품 하나를 파는 데 투자되는 인적자원과 금전적 자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안다. 메인 디렉터의 천재성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 천재성을 고객들의 구매로 연결시키기까지 중간에서 수많은 포지션의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빔바이롤라의 매 컬렉션에 감탄하는 것이다. 컨템퍼러리 브랜드로서 여타 대기업에 인수된 브랜드보다 큰 규모로 작업하기 쉽지 않을텐데 매번 보여주는 작업물 때문에 빔바이롤라에서 탈덕할 수가 없다. 잠시 멀리갔던 고객도 잡아오는 매력은 꾸준한 아이덴티티인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스페인에 살다온, 스페니쉬의 디자인과 감각을 사랑하는 사람 외에 빔바 이 롤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브랜드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