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 house 같은 집에 살고 싶어
200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디자인 회사 HAY,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편집샵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다.
딱 1년 전, 코펜하겐에 가려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빠른 시간 안에 유럽까지 퍼지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계획으로 남아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쉬운 마음 브런치 글로나마 달래 보려고 한다.
코펜하겐을 포함해 북유럽 3-4개국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북유럽 디자인과 예술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편집샵에 꼭 방문하게 될 것이다. 아, 물론 한 겨울 오로라를 보기 위해 가는 사람들의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데니쉬(덴마크 사람)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말하고 다녔다. "나 봄에 코펜하겐 갈 거야!"
가로수길이나 한남동에 있는 편집샵을 한 번이라도 들러본 적이 있다면, 상품들의 가격이 꽤나 높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무리 디자이너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을 잠깐의 고민 끝에 살 수 있는 그런 가격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집 혹은 내 방의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 꼭 필요한 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사게 된다.
HAY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여러 영역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인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회사인 이케아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도 북유럽 스타일에 관한 기사와 칼럼을 많이 접했는데,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고 고객들의 니즈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가구들은 두세 달이 걸려도 해외직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이 외국인 패널들이 메인인 프로그램에 북유럽 출신자들이 여러 번 출연했는데, 다들 비슷하게 하는 말이 있다. 북유럽은 추운 날이 길고, 해가 뜨지 않는 계절도 있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날씨의 영향인지 그들의 문화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해서 집 안의 따스함, 평안함, 화목함을 위해 노력한다. 상점들도 문을 일찍 닫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기도 한다.
덴마크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와 비교하면 조금 더 남쪽에 있는 나라지만, 코펜하겐의 위도는 모스크바, 스코틀랜드와 비슷하다. 날씨라는 게 내가 이전에 어디에서 왔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한국인에게 덴마크의 겨울은 춥고, 어둠이 길다.
HAY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칭했는데, 집 안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가구뿐만 아니라 소소한 액세서리, 주방 용품, 문구 용품들도 만든다. 온라인 상에서 HAY 상품의 시각적인 면만 봤을 때는 '평범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매장에서 실제로 만져보고 들어 보면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HAY는 전 세계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한다. 내가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COS와도 2017년 협업을 진행했다. 덴마크 디자인, 스웨덴 디자인이라고 분류해서 말하지 않고, 북유럽 스타일,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 때 자취를 하는 동안에는 언제 휴학할지 모르고, 언제 교환학생을 가게 될지 몰라 나만의 방이 있어도 취향대로 공들여 꾸미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나는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라는 허들이 더 컸다. 계속해서 내 집 꾸미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 최근 급성장한 셀프 인테리어 앱들이 바로 그 수요를 십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 않고,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아직 재택근무에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유럽, 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이미 새로운 근무 스타일에 대한 세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산업이 커지고 있으며, 아예 집 내에서 업무 공간과 홈 라이프 공간을 분리시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년 내에 나도 완전 독립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지 모른다. 그땐 아마 눈여겨보던 HAY 제품들이 내 집 곳곳에 있게 될 것이다. 비교적 현대 건물이 많은 서울의 주택과 HAY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색감'정도만 영리하게 매치하면 앱에서 소개되는 집들 못지않은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그렇게나마 코펜하겐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곧 가겠다는 설렘을 안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