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치 미술관]
AR·VR 기술을 활용해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MZ세대 역시 예술에 관한 관심이 기성세대 이상으로 높죠. 그러나 작가 전시회나 예술 관련 이벤트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6인치 미술관’ 기획 취재는 이런 간극을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좁혀보려 합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거나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진·중견 작가의 작품과 작업실을 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예술 기사는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작업실을 20여 차례 옮겨 다닌 작가가 있다. 충북 충주시 가금면과 경기 고양시를 거쳐 스위스 취리히, 미국 뉴욕 첼시, 강원 속초시, 아르헨티나 라플라타까지. 내면 이야기와 사람을 그리는 유현경(38) 작가 이야기다.
현재 작가가 머무는 독일 베를린의 작업실은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20분가량 떨어진 바이센제(Weissensee)에 있다. 작업실 앞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다. 큰 벽돌색 건물이 듬성듬성 자리한 차분한 동네였다. 당장 누군가 소리를 크게 질러도 아무도 모를 것처럼 고요했다. 건물 한쪽에서는 젊은 예술가가 자신의 문신 작업물 사진을 휴대전화에 남기고 있었다.
유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강렬한 붓질이 돋보이는 짙은 색의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유 작가가 혼자 쓰는 작업실이다. 여러 예술가가 모여 작업하는 임대 스튜디오의 한 공간을 쓰고 있다. 2020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베를린으로 이사 온 작가. 그래서일까. 그가 고른 작업실은 창가에 뜨거운 여름 볕이 쏟아지고 새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왼편에는 한쪽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분홍빛 그림이 놓여 있었고, 눈앞에는 표정 없는 인물 그림이 순서 없이 걸려 있었다. 작가는 “독일에 온 뒤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 그림을 전보다 더 쉽게 그린다”고 했다.
[+영상] 베를린에 사는 유현경 추상 화가는 그림을 어떻게 그릴까?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베를린=이진수 기자 h2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