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이 쉽고 빠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찾아서.
세상 귀찮은 반품. 택배를 다시 보내고 환불받는 과정이 번거로워
맞지도 않는 옷을 그냥 입거나 악성 재고로 집 안에 쌓아두기 일쑤다.
이왕 돈 쓰는 거, 구매부터 환불까지 간편한 게 좋지 않을까.
현대인은 급하고 화가 많다. 간단하고 빠른 걸 선호한다. 쇼핑 공간은 직접 찾아가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배송은 “누가 누가 빠른가” 업체별로 분 단위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반품 과정은 왜 달라지는 게 없는 걸까. 상품을 구매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반품 신청을 하고도 환불받을 때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우선 택배사에 상품 회수 요청을 한다. 이후 업체에 반품 배송비를 입금하고, 택배 기사님께 반품할 상품을 전달하며, 카드 취소 혹은 환불 금액이 계좌에 들어오기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복잡하다.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황은 이미 반품 신청을 했는데 “이진수 고객님, 고객님께서 요청하신 상품 수거를 위해 금일 oo시경에 방문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택배사 메시지가 오지 않을 때. ‘대체 반품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반품 신청이 된 건지 안 된 건지’ 감감무소식인 진행 상황에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소비자 사이에서 특히 악명 높은 것은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반품 절차. 1인 마켓·쇼핑몰·브랜드 등이 입점한 오픈 마켓 형태로 셀러와 고객을 중개하는 기업이다 보니, 앱에서 반품 신청을 해도 상품 자동 수거 시스템 유무에 따라 고객이 택배사에 직접 회수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이로 인해 “환불 요청 눌렀는데 승인은 언제 되느냐” “반품 방법 너무 어렵다” 같은 고객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인기 이커머스 패션 플랫폼 가운데 반품과 환불이 가장 편리한 곳은 어디일까. 기자가 에이블리·브랜디·지그재그·스타일쉐어의 반품 절차 및 속도를 비교해봤다. 그 첫 단계로 3월 8일 네 곳에서 동일한 상품을 주문했다.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오드스튜디오’의 ‘ODSD 로고 티셔츠-8 COLOR 더스티 블루 컬러 M 사이즈’다. 아이즈원 강혜원(블랙), NCT 텐(화이트) 등 아이돌 그룹 멤버 여럿이 착용한 제품이다.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기준 정상 판매 가격은 3만9000원.
3월 11일 오후 3시 56분, 네 곳 모두에서 상품이 도착했다. 배송된 폴리백에는 주문한 티셔츠와 브랜드 로고 스티커, 교환·반품(환불) 요청서가 들어 있었다. 곧이어 3월 14일, 앱을 통해 네 곳 모두에 반품을 신청했다. 접수가 가장 빠른 곳은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여기까지 읽고는 “브랜디랑 스타일쉐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갈아타야 하나?” 고민에 빠질 수 있을 터.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네 곳 모두 상품 수거는 한날에 했다는 사실. 플랫폼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에이블리
반품 빠르기·절차 간소화 공동 1등
3월 8일 오후 7시 12분 주문해 3일 뒤 배송받았다. 네 곳 중 유일하게 배송 알림 카톡 메시지는 없었다. 에이블리는 배송 시작 및 완료, 취소·환불 완료 메시지를 모두 앱 내 푸시 알림을 통해 제공한다. 상품은 약 34% 할인가 2만5800원에 5000원 쿠폰을 사용해 2만800원에 샀다. 무료 배송이다. 반품 절차는 반품 접수→상품 수거→환불 3단계. 이때 반품 배송비는 환불 금액에서 차감한다. 상품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반품 접수를 하면 셀러에게 내역이 바로 공유돼 자동으로 택배 회수가 이뤄진다. 반품 접수 후 택배 기사님께 상품 전달만 하면 된다. 이렇게 간편할 수가!
3월 14일 오후 11시 17분 반품을 접수하고, 16일 상품 회수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19일 기준 상품 수거는 완료했고, 환불은 진행 상태다. 에이블리는 평일 오후 6시 전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출고하는 ‘샥 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찜’과 ‘구매 이력’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인공지능) 개인화 추천’ 서비스도 있어 내가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귀찮은 건 절대 못 참아!” 참을성 없는 이들에게 권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디
낮 주문 저녁 도착 가능, 반품 시 배송비 별도 입금 필요
3월 8일 오후 7시 13분 주문. 10일 오후 12시 22분에 브랜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을 통해 발송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상품은 44% 할인된 가격 2만1840원에 구입. 무료 배송이다. 브랜디의 반품 절차는 환불 요청→배송비 입금→상품 수거→환불 4단계로 이뤄진다. 다른 플랫폼은 환불받을 금액에서 반품 배송비를 자동으로 차감하는데 브랜디는 한 단계가 더 있다. 반품 배송비를 직접 챙겨 입금해야 하는 점이 영 번거롭다. 브랜디 관계자에게 묻자 “배송비 차감 시스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앱 주문·배송 페이지에서 교환·환불 요청 버튼 클릭, 반품 사유를 간단히 적고 환불 정보 확인 후 요청하기를 누르면 끝. 브랜드 측에 반품 접수가 전달되면 반품 배송비 입금 요청 메시지가 온다.
3월 14일 오후 11시 15분 반품 접수를 하니 다음 날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은 왕복 배송비 5000원 입금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20분 뒤 배송비 5000원을 입금했다. 다시 하루 뒤인 16일 택배사에서 상품 회수 알림 메시지가 왔다. 19일 기준 상품 수거는 완료했고, 환불은 진행 상태다. 브랜디의 장점은 빠른 배송.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받는 ‘하루 배송’ 서비스가 있고, 서울의 경우 낮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 배송받는 ‘저녁 도착’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반품 시 배송비를 따로 보내야 하는 게 귀찮지만 배송과 반품 접수는 신속하다. “반품, 교환 필요 없다!” 옷이 내일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겠다.
#지그재그
반품 빠르기·편의성 공동 1등, BUT 배송비 6000원
3월 8일 오후 12시 36분 주문. 10일 오후 12시 22분에 지그재그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을 통해 배송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상품 구입 가격은 약 49% 할인가에 무료 배송으로 1만9800원. 지그재그 반품 절차도 반품 요청→택배 수거→환불 3단계. 지그재그 앱 마이 페이지에 들어가 주문 상세 내역에서 반품을 요청할 수 있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교환은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가능. 반품 신청 시 해당 셀러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택배사와도 바로 연결돼 고객이 별도로 반품을 접수할 필요가 없다. 버튼만 누르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니 이제껏 원했던 간편함이 아닌가! 3월 19일 기준 상품 수거 완료, 환불 금액은 미수 상태.
앞선 세 플랫폼의 장점을 모으고, 각각의 단점까지 보완했다. 앱에서 ‘반품 요청’ 클릭 후 ‘반품 사유’를 적은 다음 ‘수거해주세요’ ‘이미 보냈어요’ ‘나중에 직접 보낼게요’ 가운데 수거 방법을 고른다. 이후 반품 배송비를 환불금에서 차감할 건지, 택배 박스에 동봉할 건지, 셀러 계좌에 송금할 건지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수거해주세요’와 ‘배송비 환불금 차감’에 각각 체크했다. 환불 예정 금액은 반품 배송비 6000원을 제외한 1만3800원. 배송비가 나머지 세 곳보다 1000원 더 비싸다. 밤 12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는 ‘직진 배송’ 서비스 이용 가능.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광고는 물론 ‘스타일난다’ ‘육육걸즈’ 같은 국내 대표 쇼핑몰을 만나볼 수 있다. “평소 쇼핑 스타일이 까다롭다. 돈 더 내도 상관없으니 편하고 세심한 앱이 좋다” 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겠다.
#스타일쉐어
반품 접수 확인 필요, 상품 최저가 1등
3월 8일 오후 7시 14분 주문. 10일 오후 11시 4분에 스타일쉐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으로 배송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구입 가격은 약 45% 할인가 2만1800원에 3270원 쿠폰 할인을 받아 1만8530원. 네 곳 중 가장 저렴했다. 무료 배송이다. 스타일쉐어의 반품 절차도 반품 신청→택배 수거→환불 3단계. 3월 19일 기준 상품 수거는 완료했고, 환불 금액은 미수 상태다. 앱으로 반품 접수를 하자 “반품 접수 후 평일 기준 2~3일 이내에 회수 기사가 방문 예정입니다”라는 알림이 왔다.
스타일쉐어는 플랫폼 입점사에 따라 앱으로 환불 신청을 해도 택배가 자동으로 수거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챙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입점사 가운데 25%가 각 택배사와 개별적으로 맺고 있는 계약 문제 때문이라고. 이들 업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반품할 때 직접 택배사에 반품 신청을 해야 한다. 스타일쉐어 측은 “불편함을 겪는 이용자가 많아 3월 31일 자로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라면서 양해를 부탁했다. 택배 회수가 늦어진다면 셀러 측에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반품 배송비는 환불금에서 차감된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상품 가격이 저렴하고 #에디터추천상품 #인기스타일 등 트렌드 파악이 한눈에 가능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스쉐라이브’에서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패션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반품 좀 느리면 어때! 가격 저렴하고 재미있게 쇼핑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딱 맞겠다.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반품’ 가장 빠른 플랫폼 에이블리·지그재그, 꼴찌는? : 여성동아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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