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제주에 갈 것이라고 계속 말했지만, 나는 용기가 없어
티켓팅을 주저하고 있었다.
2019년의 마지막에 잃은 직장과, 잃은 사람들로 인해서
한동안 감흥도 없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그냥 살고 있었다. 허송세월 보내듯이, 그저 삶을 살아내는 데에만 급급했다.
급급한 삶이다 보니까 감흥이 있거나 새롭거나 하지 않았다.
삶은 삶이었고, 지겨울 만큼 반복적으로 똑같고 똑같은 삶이었다.
이런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떠한 삶에 대한 미련과 희망도 없어질 즈음에
나는 그저 티켓팅 했다.
엄청난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어차피 할 것도 없었고 갔다 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리라 생각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갔다 온다고 떠들어댔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에
그저 티켓팅을 했을 뿐이다.
그래야 소위 말해 쪽팔리지 않으니까, 내 말은 지키고 사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 으시될 수 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제주를 간다고 티켓팅하고 나서 오히려 마음 한편이 놓였다.
나의 2019년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을 택하다니,
오히려 행운을 만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