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개똥을 발견했다.
큰 똥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걷다 보니 이미 누군가의 발바닥과 함께 이동한 똥은 발바닥 주인만 모른 채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폴짝폴짝 뛰며 똥을 피했다.
20여 년 전 명동 바닥에 설치되어있던 피아노 건반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뛰어다녔던 아가씨가 되어.
누가 보면 '저 여자 뭐야? 드디어 출근하기 싫어 미친 건가?'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똥을 싼 놈 보다는 똥을 처리하지 않은 주인을 원망하며 혹여 내 발에 묻어 하루 종일 찝찝할까 싶어 가열하게 똥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나는 참 많은 똥을 만났다.
몇 년이나 사귄 나를 두고 술자리에서 합석한 여자와 바람나 날 뻥 차 버린 놈.
전화를 걸어 내가 신던 스타킹을 좀 팔아주면 안 되냐고 했던 놈.
자기 아이가 6번 전학을 했는데 그때마다 문제는 담임이었다고 말했던 20년 전의 학부모.
굉장히 불친절했던 빵가게 주인.
내 험담을 즐기던 친구.
나를 이단으로 끌어들이려고 참 많이도 애쓴 친구.
자기 업무를 제대로 안 해놔서 처음 업무 맡은 나를 학교 감사에 걸리게 한 전임자.
교무실도 아닌 행정실에 전화해 담임인 내가 전화를 너무 안 받는다 하소연한 학부모. 나는 수업 중이었을 뿐이고 부재중 전화는 들어와 있지 않았을 뿐이고.
때로는 그게 똥인 줄 알면서도 붙잡으려고 울기도 했고 칼에 베인 듯 그 상처가 꽤 오래간 적도 있었다.
길바닥의 똥을 피하듯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똥들을
이제는 잘 피할 수 있을까?
언젠가 오늘처럼 싸고 갔는지도 모를 누군가의 똥을 내가 밟을 일은 없을까?
똥 밟은 줄도 모르고 신이 나게 앞서 갔던 사람은 지금쯤 똥 밟은 걸 알고 있을까?
그게 정말 똥이었다면
앞서갔던 사람처럼 똥 밟은 걸 모르고 산다면 속은 좀 덜 시끄럽겠지
딱
정했다.
앞으로 똥은 폴짝폴짝 피해 갈 거고
똥을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모르게 땅바닥은 보지 않고 걸을 거라고
그러려면 조금 덜 예민한 후각을 가져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