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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Apr 29. 2023

나도 케이크 먹을래

6년 전 오늘 2017년 4월 28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남산보다 컸던 배에서 두 병아리를 세상에 나오게 한 날.

이날 이 오기 2주 전부터 나의 주치의는 당부했었지 앞으로 딱 4주만 견디자고... 37만 채워보자고...

  

성격이 사주팔자라던가...

그마저도 급했던 나의 성격 탓에

35주 4일 만에 아이들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주수는 기억에서 안 잊힌다)

  


  

 첫째 역시 한 달 넘게 가진통 후 예정일보다 일주일을 넘기고 겨우 낳았는데,

둥이도 어김없이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둥이를 품에 안고 3/31일까지 출근을 했던 나였기에,

쉬는 그날부터 조금씩 집도 치우고 첫째도 돌보고 그런 나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그날부터 징조가 이상했다

출산 D-7 (낳았으니 가능한 숫자)

첫째가 별안간 짜증이 좀 늘었고 .....

뱃속에선 좁은지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전 검진에서 버티라는 말을 들었기에 몸은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도....조리원가방을 싸야 할 것 같은 촉이 오기 시작한다...



D-1

첫째를 하원하며 오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생리통처럼 아픈 폼이 벌써 2년이 지난 첫 번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뭔가 불안하다. 그냥 내 느낌에 당장 내일 병원에 가야 할 것만 같다.

  

 

D-day

첫째 등원 후 생각보다 배가 안 아프길래, 그다음 날이 검진이라서 버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하고도 1시간은 기다리는 병원인데 이렇게 가면 2-3시간은 기본이고 진료를 못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가보자 하는 생각에 액셀을 밟아본다.

자동차 전용도로 위, 있는 것은 자동차와 그 안에 있는 사람 뿐.

그리고 내 차안에는 아이들 들려준다며 틀어뒀던 동요들...이 흘러나온다. 동요에 감명을 받은 것인지 꽉 닫힌 유리창 너머로 다른 이들의 슬픈 이야기가 들린 탓인지,



눈물이 떨어진다... 흐른다.. 급기야 엉엉 운다....



나도 이 상황이 지금도 이해가 안 가지만 추측건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슬픔이었나 싶다.

배가 핸들에 닿을락 말락 한 채로 40분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난 당연 응급이 아니니 분만실로 바로 가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바로 가는 건지도 몰랐다 ^^;)  배가 너무 커서인지 선생님 식사 전 마지막 타임으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진은 겁나서 안 하고 싶은데 잘 견뎌보세요. 하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갑자기 분만대기실로 가서 내진을 하자며..


수간호사님과 의사선생님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수간호사님의 내진은 엄청나게 임신부를 배려한 내진이라 아프지 않아서 더 신기했고, 2cm 가량이 열렸는데,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어떤 비상사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조금 더 버텨보자는 의사선생님의 소견. 


 그때의 난, 자연분만이라는 선택권이 강제박탈상황인지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수간호사와 의사의 의견에 따라.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솔직히 쌍둥이도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나의 병원에선 위험부담을 하기 싫어했고, 몇일 전 보았던 기사에서, 둥이 자연분만 중 일어난 사고를 보았기에.

응급상황을 만들 수도, 더이상 버틸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날은 정기검진이 아닌탓에 

혼자 병원을 온 것이었기에,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일하고 있어서....통화가 안되 사내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풉)

첫째를 시어머님께 전화해서 부탁하고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오롯이 내 몸을 챙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차디찬 수술방에서 온몸을 떨며, 숫자 세볼게요....하는 순간

깨어나보니, 회복실이었다. 첫째는 분명 낳고 처음 바로 만져봤었는데, 혈압과 맥박이 잡히지 않아서 보호자 만남도 미뤄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마저도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오후 3시 33분, 34분

그렇게 내 병아리들은 2.3, 2.5kg로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향했다. 





어느덧 6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7살이 된 둥이는,

원하는 케이크 원하는 선물을 또박또박 이야기 할줄도 알게 되었고 자신들의 생일을 손꼽아기다리며 그날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사주고, 집을 꾸며 생일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문득, 나의 출산상황이 생각나며... 

나도 챙겨도 되지 않아? 싶은마음에 둘째의 레인보우 케이크 중 한 조각을 덜어

나만 따로 혼자 먹었다. 아주 맛있게 냠냠 

하루종일 이리저리 왔다갔다 케이크 사며 함께 샀지만 끝까지 마시지 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나도 오늘은 나에게 애썼다며, 내 지분을 당당히 차지했다.

  

  

엄마가 되었다는 것도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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