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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Jul 26. 2023

그곳으로 들어가다

여탕의 세계

손잡이를 잡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문을 연다.


  순간 앞은 보이지 않고 뽀얀 수증기가 나를 반긴다. 그리고 하나둘씩 보이는 빛, 바로 그녀들이다.

새로운 사람의 등장은 대화의 소재거리가 되는 그곳

그렇다. 나는 여탕에 들어왔다.





  직접 치료를 받는 기간과 거동이 좀 힘들었던 기간이 지나고, 내가 느끼기에도 체온이 너무 내려간 것이 느껴지는 시점에, 누군가 반신욕을 권했다. 집에서 가끔 반신욕을 했던 터라 좋은 방법이다 생각했지만, 사람은 늘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물을 받는 시간과 기다림의 느긋함을 견뎌내지 못했을뿐더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를 반기는 플랜카드에 "세신 합니다"라는 말로 반겨주는 곳이었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여탕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그녀들의 시선을 느낀다. 뭐 예전 같으면 나의 울룩불룩한 몸이 조금 창피한 탓에 움츠렸을지 모르지만, 아이 셋도 나았겠다 환자기도 하기에 뭐 그러든지 말든지?라는 생각에 뻔뻔해지게 된 것 같다. 그녀들이 티 안 나게 나를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고 있을 때, 나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로 빈자리를 찾는다. 작은 동네목욕탕, 아무리 듣지 않으려 해도 아무리 보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실은 그렇기에 감정의 세렝게티 같은 이곳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빈자리를 겨우 찾았을 때, 큰 대야 독과점의 행태를 인지한다. 왜, 큰 대야를 2개씩 가지고 있는 거지? 자기 물건을 담아두는 것도 왜 큰 대야를 쓰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딱 봐도 나보다 다 윗분들, 게다가 그들의 눈빛 레이저에 이미 풀이 꺾인 나는 작은 대야를 갖고 목욕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목욕은, 나에게 묘한 해방감을 주었고, 다닐만하네? 하는 생각도 안겨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나를 이곳으로 이끈 현수막의 주인공에게 걸어간다.


"저기... 세신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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