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그럼 나도 할 수 있는 있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아닌걸 안다.
천만퍼센트, 나도 할 수 있을까?의 시작은 나도 했어! 로 결론나야하지만,
대부분 나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표로만 남아있기에 남들이 했다고 해서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있을까?
이 질문에 평상시 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하는 일 = 남들도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이 봐온 터인듯하다. 겸손을 탑재하는 것이 삶의 미덕이라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나다움을 단내나게 강조하던 나는, 나다움을 담은 서점을 열었다.
이곳에선 모든 것이 나만 할 수 있는 일들 투성이다. 나만이 해야하고, 내가 다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한다.
막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주하고 있는데 너무 어렵다. 무엇을 담아내야하는지, 어떻게 풀어내야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것들이다.그러며 가장 크게 알게 된 것은 겸손을 기본으로 탑재해온 내가, 드러냄으로 기본 옵션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메인을 드러냄으로 그리고 옵션을 겸손으로 바꿔야하는 시스템 변경은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어려운 난제다.
이 일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만두었던 학교에 다시 강의를 하러 다니고,
강의를 하다보면 아! 살아있구나를 느끼지만 또다른 시간의 한계에 마주한다.
(서점을 오픈해 둘 수 없으니...)
그럴때마다 내 안에서 외침이 들려온다.
페르소나가 너무 많은 나는 심지어 그 페르소나들이 각자 봐달라며 강력한 소리를 낸다. 그렇게 많은 페르소나의 토글목록을 열어내며 하나씩 체크체크, 할일을 완주하고 있을 때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다가 갑자기 흐느끼는 나를 본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은 호르몬 때문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꼭 남기고 싶다.)
그렇다. 나의 한계 점에 온 것이다. 새로운 길에 발을 디뎌보며 나아가고 싶었던 내가, 막상 내딛은 곳이 혹한의 추위였을 때,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었을 때 단전에서 올라오는 힘이 풀리자, 힘주고 있던 눈물보도 터져버린 것이 분명하다.
얼마전 나를 매일 울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종영했다.
나에게 홍해인은 너무 멋진 여자였고, 백홍부부의 달달함은 간만에 드라마에 빠져들게 했다.
백홍부부의 오열들도 나의 베스트들에 속하지만, 가장 크게 내가 와닿은 것은 바로 11화. 가족들이 홍해인의 불치병을 알게된 순간들이었다.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의 이런 느낌이겠지.
그 순간, 나의 상황들이 홍해인에게 이입되었고, 내가 아파서 사라지는 순간에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쉼없이 흘렀고, 강하게 괜찮게 살고 있던 내가 아니구나..
척, 하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무서웠던 나의 상태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살다보면 잊혀질까 괜찮아지리라 머리와 마음이 손잡고 나를 속이고 있었던 것은 아니려나.
나의 무의식이 나에게 속이려 한거라면, 괜찮은 척 하라고 한거라서 내가 속은거였다면
이젠 생각포장을 풀어내고,
진짜의 생각으로 나의 무의식에 담아둬야겠다.
이런 삽질이라면, 언제든지.
언행이 일치 될 수 있도록,
남들이 할 수 없고 정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
사진출처 :
1. TVN 자료제공
2-3. 작가 개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