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가 주는 위로

by dreamer

추석이 지난 평일인 오늘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를 깨워 학원에 보내고, 신랑은 일 하러 나가고, 나는 평소처럼 하루를 보냈다.

그저 평범한 일상, 늘 반복되는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평범함이 유난히 고맙게 느껴졌다.


저녁이 되어 가족이 함께 모였다.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학원과 스터디카페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이야기했고,

신랑은 일하면서 있었던 일 중 재미있거나 어이 없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특별한 반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소박한 저녁상이었는데 그 시간의 따뜻함이 마음을 채워 주었다.


식사 후, 가족 셋이 함께 특별하지 않은 음악을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밖은 비가오고 공기는 서늘했고, 가을의 냄새가 나는 그런 저녁 시간 이었다.

“이렇게 소박하고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큰 선물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늘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며 살았다.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도 ‘오늘 나는 뭘 했지?’ 하고 자책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고,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아무 일 없는 하루, 그 안에 담긴 평온이야말로 삶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하루는 너무 벅차서 울음을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아픈 가족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평범함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졌다.


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조용히 누웠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비 소리와 바람 소리, 아이의 고른 숨소리, 신랑의 뒤척이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내게는 “괜찮다, 오늘도 잘 살았다”는 위로처럼 들렸다.

요란하지 않은 하루가 이렇게 단단하게 마음을 지탱해 주고 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아무 일 없는 날들이 쌓여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

삶의 안정감은 큰 사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반복 속에 스며드는 평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감사일기를 쓰듯 마음속으로 조용히 적었다.

“오늘도 아무 일 없어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모든이들에게도 이러한 평화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장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빛났다.

오늘도 무탈하게 평화롭게 평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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