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지는 망고가 입양 오기 1년 3개월 전부터 키우기 시작했는데, 얘는 집 근처에서 비 맞고있는걸 동생이 주워와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내가 처음 깜지를 만났을 땐 이미 눈도 뜨고 사료도 먹을 정도로 자란 상태였지만, 동생 말로는 처음엔 눈도 못 뜰만큼 어렸다고 한다.
깜지는 정말 성격이 순한다.
망고도 어디 가면 고양이가 이렇게 순하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깜지는 망고보다 훨씬 얌전하다.
어느 정도냐면고양이는 보통 발톱을 깎거나 양치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깜지는 도망은커녕 발버둥도 친 적이 없다. 특히 목욕시킬 때망고는 물이 살짝만 묻어도 도망가서굉장히 힘든데, 깜지는 물을 뿌려도 도망가거나 하지 않고 그저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목욕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그제야 싫다고 울음소리를 내곤 한다.
의사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도 애가 왜 이렇게 착하냐며 내 동생 보고 운이 참 좋다고 얘기하곤 한다.
내가 망고를 자취방에서 본가로 데려갈 때 걱정했던 점은 고양이 두 마리 합사 문제였다.
보통 고양이를 두 마리나 키우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성급한 합사로 인해 두 고양이가 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기존에 살던 고양이가 새로 온 고양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 성격 궁합이나 추가 화장실과 밥그릇 등 고려할게 많아져서 보통 한 마리를 입양하고 추가로 한 마리를 더 데려오진 않는다.
자취방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본가에 적응시킬 목적으로 망고를 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 처음엔 망고를 이동장에 넣은 채로 깜지와 얼굴을 보게 했는데, 깜지는 내 걱정과 달리 냄새만 맡고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망고 이동장에서 자는 깜지
망고도 처음엔 가까이 다가오는 깜지한테 하악질을 한 두번 했는데, 두번째 만남에는 자기 이동장에서 자고 있는 깜지를 가만히 바라만 봤다.
이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돌아다니며 놀았는데, 둘이 예상보다 궁합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 집은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솔직히 나도 합사가 이렇게 잘 풀릴 줄은 몰랐는데, 깜지가 다른 고양이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준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보기보다 성숙하고 노련한 아이를 보고 인생 2회차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깜지를 볼 때마다 얘는 2회차 냥생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