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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 Mar 30. 2023

정신 차려 이건 정신력 싸움이야

N수, 실패하기도 합니다. 당연한 겁니다.

정신력 싸움, 흔히들 말하는 이건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버티는 싸움인 걸까 타인을 상처 주는 싸움일까요? 어떻게 하면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걸까요? 멘탈이 약한 사람은 결코 정신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겠죠? 멘탈이 약하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N수생입니다 반수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시험을 무려 네 번이나 봤기에 N수생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N수생의 이야기를 찾아보면 성공신화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전 실패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N수를 해본 결과, 대입은 도박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하면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맘때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는 대학 잘 가는 것뿐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부모님은 너 대학 잘 가는 거 그거 말곤 바라는 거 없어라고 합니다. 전 대학에 잘 가야만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올백을 맞았던 아이였고 중학교 시절 아주 뛰어나진 않아도 꽤 어려웠던 수학시험에서 100점을 맞은, 가능성 있는 아이였고 고등학교에서는 무려 학생회장을 하며 오만군데서 ‘장’을 맡았습니다.


제가 좋은 대학에 갈 거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친구들, 지인의 지인들까지••• 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 때는 대학 따위 안 가도 잘 살 것 같지 않냐며 대충 그 말들을 흘려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수시 기간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고 저는 제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성실한 아이였다면 그 많은 활동들을 해왔으니 적절한 내신 성적과 그 행적들을 잘 담아낸 자기소개서만 준비한다면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분명히 좋은 대학에 가고야 말 것이었습니다. 가야만 했습니다.


나름대로 애는 썼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받은 기대와 관심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했다가도 시간이 흐르니 어느새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성적이, 결과가,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추가합격 전화가 왔던 그날, 부모님께 진지하게 재수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저는 괜찮다고 했었던가요. 아무튼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정신 차려 보니 재수생이 되었습니다.


집안의 기둥을 뿌리 채 뽑아 보낸 재수생활, 죄스런 마음으로 반년은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만을 하다가 남은 반년을 독학재수학원에서 보낸 삼수생활, 9월 어느 무렵, 정말 마지막이다 소리치며 갑자기 시작한 사수생활까지. 어느 순간에는 원하는 학교에 손바닥 한 뼘을 남기고 가닿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슨 경험을 했든 구차한 변명일 뿐이죠.


저는 유구한 시간 동안 제가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약할 수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대입에서 목표를 이뤄야만 정신력이 강한 것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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