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PG 장르가 무엇인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싶으신 분
SRPG 에서 전략적 플레이와 재미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여러분! SRPG 장르 좋아하시나요? 저는 입사하면서 제가 플레이 한 게임들을 쭉 나열해보니 공통분모가 SRPG였어요. 제 게임 취향을 확실하게 알게된거죠. 최근까지 제가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는 SRPG 게임은 '랑그릿사 모바일'과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라는 두 게임입니다.
‘랑그릿사 모바일’은 제가 1,200일 이상 즐긴 게임으로, 랑그릿사라는 원작 IP를 모바일로 제작한 게임이에요. 3년 넘게 오랫동안 즐기며 이 장르의 매력을 깊이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게임입니다. SRPG가 대중적인 주류 장르가 아니라서 저 같은 마니아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신작 게임이랍니다. 랑그릿사 모바일처럼 SRPG 장르라는 궤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이 글에서는 SRPG 장르의 특징과 전략적 플레이의 재미를 살펴보고, 어떤 면에서 SRPG 장르가 저 같은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지 얘기해 볼게요.
SRPG라는 단어는 시뮬레이션(S) + RPG의 합성어입니다. 1990년에 파이어엠블렘 시리즈가 스스로의 장르를 시뮬레이션 RPG라 칭하면서, 이 때 SRPG라는 장르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북미에서는 SRPG 대신 ‘Strategy RPG’ 또는 ‘Tactical RPG(TRPG)’로 지칭하기도 한다네요.
(출처 : 나무위키 - SRPG )
기원이나 유래보다 중요한 점은 SRPG 장르가 시뮬레이션 요소와 RPG의 캐릭터 육성,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전술적 플레이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전술적 플레이, SRPG 장르의 전략성을 보다 자세히 얘기해 봅시다.
SRPG는 행동방식이 아군과 적군이 교대로 움직이는 턴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전투를 위해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필드에서 적 부대와 조금씩 조우하며 매턴마다 플레이를 진행해 나가게 되는데요. 이때 어떤 경우는 한 턴에 좀 더 많은 적을 더 처치하느냐 /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스테이지 클리어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상황을 "쉐리"라는 캐릭터 고유 스킬과 전략적으로 연관 지어 살펴보겠습니다.
랑그릿사 모바일에서 <쉐리>라는 캐릭터의 고유 스킬은 아래 이미지와 같이 적을 처치하면, 추가로 재행동을 합니다.
다음 스크린샷을 살펴보죠. 여기서 쉐리로 적 A는 공격하면 원킬이 가능하고, B는 원킬이 불가능합니다.
이때, A / B중 누굴 먼저 공격할지 선택지에 따라 각 시나리오 결과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시나리오1>
1) A를 먼저 공격하여 처치
2) 재행동(고유 스킬) 발동하여 B 공격
<결과>
1) A 처치
2) B 생존(체력 감소)
<시나리오2>
1) B를 먼저 공격
2) 행동 종료
<결과>
1) A 생존(만피)
2) B 생존(체력감소)
적과 조우했을 때, 가능한 한 번에 많은 적을 없애는 것이 유리한데요. 왜냐하면 사망하지 않은 적이 아군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위 상황에서 내 플레이에 따라 만약 아군 탱커의 생존여부가 달라지게 된다면, 이는 게임오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재행동 메커니즘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중요한 턴에 공격을 극대화 할 수 있어요
여기서는 재행동과 전략적 메커니즘 설명을 위해 단순히 A, B중 어떤 적을 먼저 공격하는지 순서 선택으로만 단순하게 환원시켰는데요. 실제 인게임 플레이 상황에서는 지형, 버프, 디버프, 다른 아군의 행동순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관여합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재행동 고유스킬이 발동되지 않게끔 전략적으로 이를 아끼는 것도 중요한 운영 전략입니다. 중요한 턴에서 적 처치 및 재행동 여부가 스테이지 클리어와 직결되어 해당 메커니즘이 레버리지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랑그릿사 모바일은 초반 허들 구간에서 이러한 메커니즘과 전략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초기 성장률과 콘텐츠 진행률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앞서 턴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었는데요, 이와 더불어서 SRPG 장르의 또 다른 큰 특징은 타일 기반의 맵 형태에서 전투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다음 스크린샷과 같이 내 캐릭터(레온)를 누르면 파란색으로 이동 가능한 타일 범위가 나타나고, 빨간 단일 사각형으로 공격 가능한 범위가 표시됩니다. 빨간 테두리선과 빨간 반투명으로 표시된 영역은 적의 공격 가능 범위에요. 이런 정보들을 보면서 공격 사거리와 선공 및 반격여부를 수시로 가늠하며 포진을 생각합니다.
때로는 단 한 칸의 위치선정 차이에 따라 캐릭터가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기도 하는데요. 이번엔 타일 기반 전투 시스템에서 한 칸 한 칸 이동과 위치선정이 중요한 사례를 살펴볼게요. 이번 예시에 설명할 캐릭터는 랑그릿사 모바일의 "레온"이라는 캐릭터 입니다. 원작(랑그릿사2)에서는 적이지만 정의롭고 충성심 높은 기사로 나타납니다. 주인공의 라이벌이자, 주인공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인기 만큼이나 실제 게임에서도 강하며 캐릭터 성능도 뛰어납니다.
고유 스킬을 살펴봅시다. 1) 1칸 이동할 때마다 피해(+4%)와 방어(+20%)가 증가하고, 2) 공격 후엔 3칸 재이동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 특성에 따르면, 공격 전에 가능한 많이 이동하는게 유리하겠죠?
다음 이미지에서 실제 전장상황 둘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동일한 적을 공격하는데 첫 번째 경우는 5칸 이동 후 공격, 두 번째 경우는 1칸 이동 후 공격하는 상황입니다. 시작위치는 서로 동일합니다.
<결과>
1) 5칸 이동 후, 공격 : 레온 HP 69%, 적군 HP 28%
2) 1칸 이동 후, 공격 : 레온 HP 46%, 적군 HP 51%
고유 스킬에서 설명한 그대로죠? 공격전에 가능한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나의 피해가 줄고, 적에게는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여담으로 현실에서 기병이 빠른 속도로 적과 충돌했을 때 강하게 공격하여 유리해진다는 점을 인게임 고유스킬로 잘 녹여낸 부분이 영감 깊었어요).
추가로 고유 스킬의 두 번째 특성에 따라 공격 후 3칸 재이동이 가능한데요. 다음 턴에도 레온의 고유 스킬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이번 턴에서 공격 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지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번 적의 다음 이동위치를 예상하고, 아군의 포진을 생각해야합니다.
몇 칸을 이동하고 어떤 칸에 캐릭터를 둘 것인지?
한 칸, 한 칸마다 생각하며 전략적 의미를 곱씹어 보는 것이 SRPG의 매력이에요
SRPG 장르는 열심히 수싸움을 예측하고 머리를 쓰며 플레이를 했을 때, 몇 턴뒤에 스테이지 클리어 등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전략적인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좀 더 높은 난이도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그 재미도 배가 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좌절감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략적 플레이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유저의 마지막 경험은 짜릿한 희열과 재미가 될까요? 아니면, 시행착오 끝에 좌절감으로 매듭지어 질까요? 이 경험을 UX적으로 잘 풀어냈다고 보이는 시스템 사례가 있어 얘기해 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지를 절반쯤 진행했을 때, 중간에 단 한턴의 실수로 게임오버가 됐다고 해봅시다. 일단 게임오버가 된 곳까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스테이지의 기믹이나 목표를 신경 쓰며 머리를 써서 플레이하는 경험이 최초에는 신선하겠지만, 이것을 다시 해야 할 때는 유저에게 피로감과 좌절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플레이 하게 된 이유가 사소한 실수 때문이라면 그 경험은 더욱 부정적일 확률이 높겠죠.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좌절감으로 작용하는지 이는 유저마다 차이가 있는데, 콘텐츠 난이도를 개인차까지 고려하여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랑그릿사 모바일에는 턴 되돌리기 시스템이 있습니다(정확한 인게임 명칭은 "용서의 시계"이나, 이해를 위해 편의상 "턴 퇴돌리기"로 표현). 게임오버 혹은 유저가 원할 때, 지난 행동들을 역순으로 감아보며 원하는 특정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턴을 되돌리는 기준은 한 턴 단위로 가능하며, 한 턴 내에서 캐릭터의 행동 순서 단위로도 가능합니다. 지난 턴으로 돌아가면, 해당 시점부터 이어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완료했던 부분을 다시 일일이 진행하며 겪게될 피로감이나 부정 경험을 피할 수 있는거죠. 턴을 되돌릴 수 있는 용서의 시계는 유료상품이지만 한 달 동안 1,200원으로 매우 저렴하며, 사용횟수는 스테이지 당 9~15회 제공됩니다.
턴 되돌리기의 경우 실패했던 부분부터 이어서 플레이할 기회가 제공되어 실패 시, 허들이나 좌절감이 훨씬 완화되어 스테이지를 보다 수월하게 재도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턴 되돌리기가 콘텐츠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낮추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SRPG의 전략적 재미와 시행착오로 인한 좌절감 사이의 간극을 UX적으로 잘 풀어내서, 유저 경험에 일조하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최근(2024년 8월 1일)에 출시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도 이 "턴 되돌리기" 시스템을 완전히 동일하게 차용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좀 길었습니다. 평소 당연히 알고 재미있게 즐기던 부분을 글로 쓰며 정리하고 생각하다 보니 SRPG는 알아야 할 요소도 많고, 생각을 많이 하며 즐기는 게임이라는걸 느꼈네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크답니다. 여기에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한 SRPG의 매력이나 특징들이 많이 있어요.
SRPG는 깊이 있는 전략과 캐릭터 육성 등을 통해 특별한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 장르입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SRPG의 매력을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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