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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r 01. 2022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다. 1살 아기마저도.

눈물 쏙 빠지게 아픈 오미크론, 증상 추이와 도움 되었던 행동 정리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리 집은 코로나 청정구역이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지난 2년을 통틀어 자가진단키트/PCR 검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적도 없었고, 감기 비슷한 것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 우리 집에도 코로나가 찾아왔다. 오미크론은 공기 중으로도 전염된다더니,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지난 한 주간 주변의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가 피크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종식 전까지 어떻게든 확진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어디에나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고 걸렸을 때를 대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완치가 아닌 상태지만 기억이 생생할 때 정리해보는 우리 집의 코로나 증상 추이와 현재까지 도움되었던 것들. 



증상의 발발과 추이


D+1 : 남편 음성 / 아기 음성 / 엄마(나) 음성

우리 가족 중 가장 처음 증상을 보인 사람은 남편. 

아침부터 목이 칼칼한 것 같다며 코로나 자가 키트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결과는 음성.


그다음은 16개월 된 아기. 돌치레 한 번 없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감기나 열 증상이 없던 건강한 아이가 갑자기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불덩이 같았다. 열을 재보니 38.1도. 체온을 확인하자마자 급히 아이를 둘러업고 소아과 문 닫기 5분 전에 헐레벌떡 도착해 진료를 봤다. 목이 부어있었고, 우리 집 텐션 왕인 아기의 처음 보는 축 쳐진 모습에 겁이 났다. 의사 선생님은 이맘때 아기들이 발열을 동반한 목감기에 걸릴 수 있어서 코로나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해열제를 써도 다음날까지 열이 안 떨어지면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자가검진키트로 검사해보니 아기 역시 음성. 6시간에 한 번씩 병원에서 처방받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와 기침 시럽을 주며 증세가 호전되는지 지켜봤다. 


D+2 : 남편 양성 / 아기 양성 / 엄마 음성

다음날, 아기 열은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38도는 넘지 않아 하루 만에 잡혔지만 나와 남편과 아기 모두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항체검사를 해보니 어제와는 달리 나만 빼고 양성이 나와 바로 PCR 검사를 하러 갔다. 


남편의 인후통은 점점 심해져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프다고 했지만 나의 경우 원래도 환절기 아침에는 원래 목이 약간 칼칼한 느낌이 있었기에 환절기/미세먼지로 그냥 목이 좀 무거운 정도로 느꼈을 뿐 그 외 증상은 전혀 없었다. 


D+3 : 엄마는 여전히 음성

PCR 결과 남편과 아기는 양성, 나는 음성. 그러나 이때부터 목의 이물감은 조금씩 칼칼함에서 따가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남편도 증상이 나타난 초기 이틀간은 음성으로 나오다가 3일째에 양성이 나왔기 때문에 나도 내일쯤은 양성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편은 전날에 비해 컨디션이 급 나빠졌고, 몸살과 근육통, 오한 그리고 극심한 인후통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죽을 잘 못 넘길 정도로 인후통이 심했고 가래에 피가 조금 섞여 나오기도 했다. 


이 와중에 천만다행이게도 아기는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해 아주 이따금씩 하는 기침 외에는 잘 놀고 잘 마시고 잘 먹었다. 내가 양성이고 아기가 음성이었다면 마음 편히 아기를 돌볼 수도 없고 혹시나 내가 옮긴다면 죄스러운 마음이었을 텐데 아기가 먼저 코로나를 겪었기에 차라리 나은 상황이었다. 



D+4 : 엄마 양성

남편의 인후통은 여전히 극심했지만 이제는 그래도 침대에서 나와서 조금 돌아다니고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정도의 기력은 회복했다. 하지만 물을 마실 때, 침을 삼킬 때, 음식을 먹을 때마다 큰 고통을 호소했다. 전날의 오한은 사라졌고 발열이나 두통, 기침 증세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극심한 인후통.


나는 반대로 인후통이 줄어들고 엄청난 양의 콧물과 코막힘 그리고 두통으로 옮겨갔다. 확실히 남편과는 다른 양상으로 증세가 흘러갔다. 코 내부 점막이 극도로 충혈되어 코와 그 주변 감각이 맵고 시큰했다. 코 속에 아주 간지러운 것이 들어가면 재채기 하기 직전에 골이 띵하게 당기는 느낌이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코뿐 아니라 귀, 목, 눈 주변도 아리고 시큰거렸다. 그러다 보니 눈 주위부터 관자놀이, 귀 주변, 턱까지 두개골 전체가 얼얼한 두통이 동반되었다. 그리고 이날은 나도 자가검진에서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



D+5 : 

남편의 인후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는 사무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고, 나도 콧물과 두통 증세가 훨씬 더 호전되어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완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완치를 할 때 까지는 기록을 업데이트해보려고 한다. 



현재까지의 증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남편 (30대 남)     두통 x 오한 발열 x 콧물 코막힘 x 기침 x 인후통이

엄마(30대 여)      두통 오한 x 발열 x 콧물 코막힘 기침 x 인후통이

아기(16개월 아기) 두통? 오한 x 발열 콧물 코막힘 x 기침  인후통

=> 셋 다 인후통, 목 부음 증상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 셋 다 증상이 나타나고 3일 전까지는 테스트 결과가 음성이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한 테스트 결과는 신뢰도가 매우 떨어짐. 





증상 호전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들


1. 물 마시기 (feat. 도라지 돌배 생강차)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조건 무조건 물은 계속 끊임없이 들이켜야 한다. 코로나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고 호흡기 안쪽이 건조할수록 바이러스가 더 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목은 언제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특히 아기들은 열이 나면 탈진이 오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 많은 물을 먹여야 한다. 아기들이 목이 아프고 따가우면 밥 넘기기 힘들어서 평소보다 밥을 적게 먹거나 안 먹으려 하기 때문에 식사로 섭취하지 못한 수분까지 충분히 먹여야 하고 물도 삼키기 힘들어한다면 달달한 주스나 초콜릿 우유라도 마셔서 기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 뜨거운 온도의 물은 오히려 식도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40~50도 사이의 뜨뜻한 물을 계속 마셨다. 처음에는 목감기에 좋은 도라지와 배를 달인 물을 엄마가 달여주셔서 열심히 들이켰는데,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코로나에 걸려버리니, 달이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데 비해 물이 너무 빨리 소진되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집에 있던 도라지 돌배 생강차 티백을 우려 마셨는데, 카페인도 없고 은은하게 구수해서 아기도 잘 마시고 무엇보다 티백 하나로 여러 번 우려 마실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았다. 




2. 가습기 상시 가동 

1과 같은 이유로 코와 목 점막을 계속 촉촉하게 유지해주기 위해 풀가동했다. 확실히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의 칼칼함과 코막힘이 덜하다.



3. 스트렙실

소염 성분이 들어있는 캔디인데 남편의 인후통이 심할 때는 입에서 침도 안 나오고 물을 삼키기도 어렵다고 해서 스트렙실을 사다 줬다. 소염 효과가 드라마틱한지는 모르겠지만 물고 있으니 확실이 침이 조금씩 나와서 목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사탕이지만 약 성분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먹어서는 안 된다. 약 성분이 서서히 목을 타고 흐르도록 깨물어 먹지 않고 서서히 녹여 먹어야 함.


4. 코 세척기

나처럼 코로나가 콧물/코막힘으로 온다면 매우 유용할 아이템이다. 매일 아침 코 세척하는 습관을 2년 동안 유지해오고 있는 엄마가 추천한 방법인데, 한쪽 콧구멍에 0.9%(정제수 1리터에 9그램의 소금)의 소금물을 흘려보내서 다른 쪽 콧구멍으로 나오게 해 비강을 소금물로 씻어내는 방식이다. 코 세척 습관을 들인 이후 매년 달고 살던 환절기 감기와 비염에서 자유로워진 엄마가 여러 번 추천을 했지만 코에 물 들어가는 것에 공포감이 있고 번거로워서 여태 코 세척기를 안 사고 버티다가, 이번에 코가 너무 간지럽고 얼얼해서 약국에서 코 세척기를 사다가 해봤는데 꽤나 시원하고 개운함이 지속되었다. 동봉되어있는 코세정 분말(이라고 하지만 사실 소금)을 용기에 붓고 점선만큼 정수기 물을 부은 후 용기 입구를 한쪽 콧구멍에 대고 입으로 아~ 소리를 내면서 물을 주입하면 다른 한쪽 콧구멍으로 물이 나온다. (입으로 소리를 내야만 물이 귀로 흘러들어 가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는 소금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소금 용액 농도를 잘못 맞추면 코가 매워지기 때문에 딱 정량에 맞게 만들 수 있도록 되어있어 편리하고 사용법도 굉장히 간편했다. 




5. 콧물 대처: 코 편한 티슈 + 아토 배리어 크림

비염인들에겐 이미 너무 유명한 크리넥스 코 편한 티슈. 콧물이 줄줄 나서 코를 자주 풀게 되니 코 아래 피부가 금방 헐어버리는데 이 티슈로 풀면 훨씬 낫다. 물론 피부가 끊임없이 콧물로 젖었다 닦아냈다 반복하면 코 편한 티슈를 쓰더라도 피부가 땅기고 뻑뻑해지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수시로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피부가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발랐을 때 따끔한 크림 말고 최대한 자극이 없는 크림을 찾게 되는데 의외로 아기 아토피 때문에 쓰고 있는 에스트라의 아토배리어 크림이 자극감 0에 너무 촉촉하고 잘 맞았다 (!)


6. 충분한 잠: 눈 핫팩 

코 안쪽뿐 아니라 코와 연결된 귀, 눈 주변도 맵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나니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눈을 좀 따뜻하게 해 주면 나을까 싶어서 눈 핫팩을 써봤는데 일시적이긴 하더라도 온열감을 줘서 눈 주위 근육 긴장감을 풀고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되었다. 핫팩을 한 상태에서 눈 주변을 따라 손가락으로 지그시 마사지를 해도 시원하다.


7. 두통 완화: 후두부 마사지 (feat. 요가링)

머리 옆과 뒤통수에 딱 붙어 졸졸 따라다니는 두통이 얼마나 성가신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내가 겪고 있는 두통은 국소적인 부위만 좁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아니라 얼굴 오른쪽면과 뺨, 턱, 귀 밑, 관자놀이, 목 뒤 후두하근과 오른쪽 두개골 전반에 퍼져 넓게 지끈거리는 통증이다. (4년 전쯤 갑자기 원인모를 군발성 두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두통이 있을 때마다 매 번 너무나도 큰 도움받고 있는 요가링 마사지.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작은 일시적으로나마 머리가 바로 시원해진다. 후두하근을 풀어주면서 얼굴 전체의 혈행이 개선되다 보니 코가 뚫리는 느낌도 든다. 


이 영상은 산후조리원에서 수유하며 어깨 뻐근해질 때도 너무 잘 활용했던, 나에게 은인 같은 영상


8. 고함량 비타민C & D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되는 팁으로 비타민 C와 D를 충분히 섭취하라고 언급하기도 했고, 비타민 D는 이전부터 챙겨 먹고 있던 제품으로 꾸준히 먹고 있다. 영양제가 약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비타민 C, D 모두 면역에 도움이 되니 코로나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워주고 있는 내 몸에게 조금이나마 지원군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9. 인후 스프레이 or 가글액 

비대면 진료로 인후통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약과 함께 '헥사메딘'이라는 가글액을 처방해 주셨다. 일반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목 뒤로 젖혀 목까지 가글이 닿을 수 있게 가글 해주면 일시적으로나마 목 안쪽이 시원하고 조금 편해졌다. 다만 처방전에 하루 1번 사용하라고 되어있기도 하고 (제품 정보에는 하루 2번 사용하라고 되어있다) 약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에 의존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아서 일반 가글처럼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비슷한 제품으로 약국에서 '베타딘'이라는 제품도 써봤다. 헥사메딘이 가글형이라 조금 불편한데 비해 베타딘은 스프레이형이라 한번 칙 뿌리면 되어서 좀 더 편했다. 다만 베타딘의 성분이 포비돈 요오드라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다면 사용할 수 없다. 베타딘도 마찬가지로 원인균을 제거하는 방식인데 구강 내에 이익균, 정상 세균들의 균형까지 깨트릴 수 있어서 제품에는 '수시로'사용하라고 되어있지만 이 역시 너무 자주, 장기로 사용하진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그럭저럭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컨디션을 회복해가고 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코로나가 막상 우리 집에 찾아와서 1차 당황 

+ 1살 밖에 안된 아기까지 걸려 2차 당황 

+ 오미크론은 증상이 경미하다고 했고 심지어 무증상도 많다고 했는데 백신 3차까지 다 맞은 남편과 나는 꽤 많이 아파서 3차 당황을 했지만... 

코로나도 어찌 됐건 감기 바이러스고, 몸이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은 필요하다. 약은 그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조금 경감시켜줄 뿐,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진 못한다. 게다가 콧물, 기침, 재채기도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니 무작정 약으로 억누를 일도 아니다. '감기는 약 먹어도 1주일, 안 먹어도 1주일'이라는 말처럼, 코로나에 걸렸다면 최소한 4일 잡고 집에서 충분히 휴식하면서 물 많이 마셔서 건조하지 않게 해 주고 체온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최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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