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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Jul 16. 2022

『팩트풀니스』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책의 제목인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왠지 영어 사전에 있을법한 느낌이지만, 저자 한스 로슬링이 새롭게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책에서는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 세계를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으며, 사실충실성을 통해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자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 책입니다. 그럼 우리는 얼마나 세계를 왜곡된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저자는 테스트를 위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 A : 거의 2배로 늘었다.

□ B : 거의 같다

□ C :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평소 시사에 대해 상식이 풍부하신 분들은 이 문제를 보자마자 정답을 맞추었겠지만,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답을 골랐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근거로는 저자는 이 질문을 1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미국, 벨기에, 한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헝가리)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물어봤는데, 평균 정답률은 7%에 불과했습니다. 문항이 3개이니 잘 찍어도 정답률이 33%는 될 것이지만, 7%에 그쳤다는 점은 우리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오해해서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답은 'C :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전 세계의 경제 사정은 점점 좋아졌습니다.




위 질문을 포함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총 13개의 테스트 질문을 던집니다.




-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몇 세일까?

- 오늘날 세계 인구 중 0~15세 아동은 20억이다. 유엔이 예상하는 2100년의 이 수치는 몇일까?

- 유엔은 2100년까지 세계 인구가 40억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주로 어떤 인구층이 늘어날까?

- 지난 100년간 연간 자연재해 사망자 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 오늘날 세계 인구는 약 70억이다. 아래 지도 중 이 70억의 거주 분포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사람 1명은 10억을 나타냄) ※ 책 본문에는 지도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 오늘 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 전 세계 30세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닌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몇 년간 학교를 다닐까?

- 1996년 호랑이, 대왕판다, 검은코뿔소가 모두 멸종위기종에 등록되었다. 이 셋 중 몇 종이 오늘날 더 위급한 단계의 멸종위기종이 되었을까?

-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의 평균기온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




언론을 통해 많이 노출된 마지막 기후 관련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11개 질문들의 정답률 역시 높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세상을 오해해서 바라보는 이유로 10가지 본능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극빈층 비율의 변화'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인류의 소득 수준을 총 4단계로 구분합니다. 1단계는 하루 1달러의 소득입니다. 플라스틱 통을 통해 우물에서 물을 길러오기 위해 맨발로 이동하며, 식사는 주로 간단한 죽으로 해결합니다. 2단계는 하루 4달러의 소득입니다. 1단계 보다 3달러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닭이나 달걀을 구입하여 식량을 보충하고, 자전거를 사서 물을 길러오는 시간을 단축 시킵니다.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하며 전등을 켜고 숙제를 합니다. 3단계는 하루 16달러의 소득입니다. 저축이 가능하며, 수도가 공급됩니다. 오토바이를 통해 이동하며, 냉장고에 음식을 저장합니다. 자녀는 고등학교까지 진학하여 후에 부모세대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직장으로 취직이 가능합니다. 4단계는 하루 32달러의 소득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대학 교육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삶에는 여유가 있어 여기에서 3달러를 더 번다고 삶의 질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면, 1800년에는 대부분의 인류가 1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멀리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는 1단계에서 4단계로 가장 빠르게 진입한 국가입니다. 불과 1960년대에는 국민의 대부분이 1단계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년 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9%가 1단계의 삶을 살았다고 하면, 현재는 불과 9%만이 1단계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인구에서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의 변화만 봐도 우리는 충분히 세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한국의 모습. 전 국민의 대다수가 1단계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오해의 원인을 저자는 10가지 본능 중 '부정 본능'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전쟁, 기근, 자연재해, 정치적 실패, 부패, 예산 삭감, 질병, 대량 해고, 테러 등 안좋은 소식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극빈층 비율처럼 세계는 다양한 분야(아동 사망, 아동 노동, 전기 보급, 여학생 교육 등)에서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진적인 개선은 뉴스거리가 되기 힘듭니다. 특히 더 이상 비밀이 없는 미디어의 시대가 된 요즘엔 과거보다 더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탄생하고 그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범죄 뉴스가 나올수록 많은 분들이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과연 요즘 우리 나라의 길거리가 거리 조명도 빈약하고, CCTV도 없어서 치안 사각지대가 넘쳐났던 80, 90년대보다 더 위험할까 생각하면 '팩트'는 금새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10가지 본능 중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것은 6장에 나온 '일반화 본능' 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생각할 때는 일반화 된 '고정관념'에 맞추어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예전에 축구를 안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놀랄 일이 전혀 아닌데 말이죠. 브라질의 인구가 2억 명이 넘기 때문에 10%만 축구를 안좋아한다고 해도 축구를 안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의 숫자는 2천만명이 넘습니다. 한국 사람 중에도 김치 싫어서 안 먹는 사람도 꽤나 많습니다.




한국인의 김치 선호도(2019), 5.8%의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출처 : 디지틀조선일보)





저자는 사람의 생활 방식은 국가, 문화, 종교 등 보다 오히려 소득수준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중국의 2단계 소득인 사람은 같은 중국의 4단계 소득인 사람보다 오히려 지구 반대편 나이지리아의 2단계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합니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젊은이의 생활 모습은 같은 한국의 지방 벽지에 있는 어르신보다 같은 대도시인 런던, 도쿄 등의 젊은이의 모습과 더 유사할 것입니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아프리카' 입니다. 미국, 중국, 인도를 넣어도 더 큰 땅에 54개국 1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곳에도 1단계부터 4단계의 삶이 다양하게 공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말할 때 '아프리카에서는...'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 할 때가 많습니다. 그 덕분에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케냐의 관광객이 줄어고 타격을 받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두 국가와 케냐간의 거리는 무려 런던과 테헤란의 거리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 미국, 중국, 인도 등 3개 대국을 넣어도 부족합니다.




이 책은 '세상은 좋아지는 부분도 있고, 나빠지는 부분도 있다. 다만 사실에 충실해서 이해하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보다 한 권만 읽어본 사람이 더 위험하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개그맨 이경규의 명언인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즉, 우리는 우리 가지고 있는 지식 수준 내에서만 세상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와 관련 자료들을 충분히 찾아보는 습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러한 데이터와 자료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통찰력을 훈련하는 것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 입니다.




책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저자인 한스 로슬링이 글 자체도 정말 잘씁니다. 특히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매 챕터마다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탁월하며, 깔끔한 문장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여 읽기에도 매우 편하고 부담이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따라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의 틀을 깨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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