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날
선선해진 반가운 아침입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반가운 것도 있지만,
반갑지도 않고 보낼 때 아쉽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이 여름같은 불청객이지요.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을 설치기도 하지요.
그렇게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아침부터 나가서 일하고 사람 만나다 보면 지치고 힘든 것이 배가 됩니다.
그래서 피서, 여름 휴가는 가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가만 있어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기 쉽기에, 다툼이나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이상한 짓을 하거나 사건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요. 다들 힘드니 서로 서로 배려하며 잘 지내고 그래야 하는데, 구조상,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소수의 인간이 안된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상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하는데, 더위 피한다고 해수욕장을 가거나, 계곡으로 가거나, 몰캉스 간다고 대형 쇼핑몰에 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온 사람들 틈에 치여 지냅니다.
돈 있는 분들이 별장에, 수영장과 넓은 마당이나 테라스를 마련해 두고, private 하게 시원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려고 하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지요.
이번 생엔 집도 하나 사기 힘든데,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게요. 그래서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다들 그나마 갈 수 있는 곳으로 몰리니, 말씀 드린 곳들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겠지요.
그냥 사람 구경한다 생각하고, 찬 물에 발 담글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할 뿐입니다.
올 여름엔 처서 매직이라는 말이 무색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 선선해지긴 했지만, 처서가 지난 8월 말에도 낮엔 찌고, 밤엔 열대야가 여전했지요.
절기를 바꿀 정도로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길어지고 더워진 여름을 보면, 태국이나 싱가폴,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 일 때문에 가 있을 때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더워질지 모르고 7월 초에 강의를 잡아서 진행했더니, 저도 그렇고 오시는 분들도 힘든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역시 너무 더울 때나 추울 땐 무슨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침에 오는 길부터 사람 많은데 덥고 추워서 기분이 별로인데, 아침부터 저기압이라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 화가 날 수 있거든요.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시원한 수박 쥬스와 함께 웃으며 잘 끝내서 다행일 뿐입니다.
7-8월엔 생각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덕에 한 템포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양면이지요.
쉬어가는 길에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1-2 주 정도는 일에 푹 파묻혀 있기도 했습니다. dead line이 있는, 부담스러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마냥 퍼져 있을 수 없었고 집중해서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요일에 월요일 출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도 있었고, 여행 겸 출장을 다녀오며 바람도 쐬기도 했네요. 덥고 짜증 나고 힘들다 해도 삶은 유유히 흘러가고 동네 어귀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부쩍 선선해진 9월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온화한 mild 한 날씨에, 책 읽기도 좋고 저녁엔 야외에서 좋은 사람들과 담소하며 식사하기에도 참 좋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계절 좋은 기회가 닿아 한번 성실히 달려보길 기도해 봅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니까요 ^^
거기다 한 달만 있으면 추석 연휴지요.
10월 3일 금요일이 개천절이니, 10/4-5 토일을 지나,
10/6-7 월화 추석 연휴에, 10/7 수는 추석 대체휴무와 10/9 목 한글날까지, 꽉 채운 7일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훗훗
거기가 10/10 금요일에 휴가를 내면, 10/11-12 토일까지 합쳐서 10일의 연휴가 완성되지요.
어떤 나이 많은 선배님은 벌써부터 쓸데없는 걱정이십니다.
일주일, 10일 날아가니 일은 언제 하노?
10일 동안 집에서 뭐하노?
사무실 나와서 점심 사 먹고 일하는 게 편하다
아니,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나와서 앉아 있는 게 마음 편하다는 우리 선배님.
그 와중에 10일 연휴는 안된다며,
왜냐고 물으니,
다들 해외여행 가서 내수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나라 걱정하는 선배님 22.
그냥 쉴 땐 쉬세요 쫌!
남이사 연휴 때 해외 여행을 가든, 국내 여행을 가든, 방콕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요.
돈 있고 여유 있으면 이럴 때 여행 가서 바람 쐬고 오는 거고, 국내 여행지가 해외 여행지보다 맘 편하게 비용도 가성비 있고 바가지 안 씌우면 다들 해외 여행 안 가고 국내 여행 가겠지요.
제주도 같은 곳 한 달 살기도 있고,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자전거 일주같이 좋다는 사람들은 알아서 다 갑니다요.
경기도 안 좋고, 회사들 구조조정 한다니까 50 넘은 우리 형님들은 불안해서 더 그럴 겁니다. 55 넘은 임피 (임금피크제 직원. 매년 연봉 약 10 프로 삭감) 형님들 다음은 이 분들이고, 벌써 40 혹은 그 이하까지 내려온 곳들도 있으니 불안하시겠지요.
이해합니다.
이 여름이라는 시절이 가는 것처럼,
긴 연휴를 보내고 오면 책상이 치워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연휴는 일단 편하게 쉬고 오라고 한 다음 오자마자 내년 사업 계획 전에 정리한다는 소문까지.
어찌하겠습니까?
가랑이 잡고 짜르지 말라고 사정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처자식을 생각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눈물로 사정해도 내려온 숫자에, 나이라는 순서에 의미 없는 몸부림일 수도 있지요.
애들 중고등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며 사교육 받고,
대학생 애는 몇 백씩 하는 등록금에 한창 돈 많이 들어가는 시절이라 암담하겠지만,
회사는 시킬 일이 있어서 뽑아서 쓴 것이지 이제는 필요가 없어지면 내보낸다는 경향이 강하고 평생직장은 없다고 하니 아껴 쓰고 모아서 대비하고, 퇴직 위로금에 자녀 대학 등록금이라도 같이 챙겨서 나올 밖에요.
봄 가을이 짧다 보니,
이 추위 언제 가나 하다 보니 봄이 되었고,
잠깐의 봄을 지나 언제 그리 추웠나 하다 반팔을 입고 다녔습니다.
긴팔에, 겉옷을 입고 벌써 가을인가 싶어질 것이고,
패딩을 입을 겨울이 또 오겠지요.
세월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는 그러하지요.
안타깝지만 좋은 시절은 짧고, 힘든 시절은 길기도 합니다. 짧은 좋은 시절 마음껏 달려 봐야 할 이유이지요.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빠지네요.
오늘은 여기서 그만해야겠습니다.
인생은 진퇴와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위한 준비는 잘 나갈 때 해야 하는데,
잘 나갈 땐 그런 삶이 계속될 거라 착각하는 일이 많지요. 지나면 늦으니 지금이라도 내 인생, 내 가족 인생 챙기고 대비하며 살렵니다.
사자성어로 마무리 합니다.
有備無患
유비무환
이 가을 과실을 따서 잘 저장해서 한겨울 먹으며,
봄을 기다리듯,
준비할 수 있을 때 준비하셔서,
힘들 때를 잘 대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