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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un 21. 2024

낙원상가 옆 고향풍천장어 집

기력 회복!



고향풍천장어 낙원동

서울 종로구 수표로 134 태종빌딩 1층

0507-1308-3142


https://naver.me/GhENvGFD


오랜만에 낙원상가 옆 풍천장어 집에 갔습니다.


원래 더울 땐 수산물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자칫 물도 상하기 쉽고, 고인 물의 수온이 올라가 물고기 상태가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론 상해서 배탈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여름철 음식 조심은 기본입니다.


그래도 어떡하나요. 저에겐 더울 땐 기력 보충으로 장어를 한 번씩 먹으라는 말이 더 와 닿습니다.

그렇게 믿고 있어서 그런지 장어구이를 먹고 나면 다음 날 뭔가 힘이 더 납니다. ^^


원기회복, 스태미너의 음식이라고 하며 꼬리 쟁탈전이 일어나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은 플라시보 효과 비슷한 것이라고 하는데,

(몸에 좋은 약이라고 믿고 먹으면 약발을 받는 효과)

그러던 말던 그냥 맛있게 잘 먹고 푹 잘 자고 힘 받으면 장땡입니다 ㅎㅎ


원래는 광화문에 삼겹살 집에 가서 몸에 좋지 않다는 고기 기름칠을 하고,

그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해물 누룽지탕을 먹으려 했는데 저녁에 낙원상가 쪽에 일이 있어서 지인과 약속 장소를 바꿨습니다.

(이 가게는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 아시는 분은 이미 감이 오셨을 겁니다.)


둘이 만나거나 적은 수의 사람들의 만남이면 이런 면이 편합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은 잘 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곳에 가면 기가 빨려요 ㅎㅎ 저만 그런가요? ^^;


사장님은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장어를 굽고 계셨습니다.

참 한결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몇 달 만에 가도 얼굴을 알아봐 주시는 것이 신기합니다.

(일단 아는 척 하는 장사의 신 기술은 아니겠지요? ^^;)


“예, 잘 지내셨지요?

일하고 여기 저기 불러주는 데 다니다 보니 이 동네도 자주 못 오네요 ㅎㅎ

여전하시네요.”


“매일 장사하는 게 어디 가나요. 저 쪽에 앉으세요.”


“넵”


이 집은 15년 전에 처음 왔었는데, 골목길 좁은 가게지만 서민적인 느낌이 있었고,

다른 장어집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저를 처음 이 집에 데리고 와 주신 분이 장어구이를 좋아하는 분이셨는데,

“우리 같은 회사원들 부담스러워서 잘 못 먹는데 여기는 그래도 조금 저렴하면서도 장난 안 치고 질 좋은 장어 가져온다.”

라고 추천을 해주셨지요.


과연 맛있고 먹고 나서도 속도 편하고 다음 날 기운도 더 생겨서 단골이 되었습니다.

회사 회식에서도 비싼 장어 집에 가면 50만 원 넘게 나오기도 해서 놀라기도 했는데,

이 곳은 그런 곳에 비하면 반값 정도에 먹을 수 있으니 부담이 조금 덜합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15년 전부터 왔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래 다닌 가게에서는 음식이 아닌,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어느새 그때 함께 이곳에 왔던 동글동글한 장교 출신 부장님, 노총각이었다 늦게 결혼해서 초등학생 아들은 키 큰 부장님도 다들 집으로 가시고, 제가 그 분들 나이가 되어 가고 있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그러다 지인 분이 오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요.

젊은 남자 직원이 왔습니다. 밝게 말하는 걸 보며 알바생 잘 뽑으셨네 했지요.

그렇게 주문을 하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직원이 사장님께,


“아빠, 저 쪽 테이블 소금구이 2개 추가요.”

하시더군요.


헐헐헐. 아드님이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 그리고 서글서글한 말투가 닮은 것 같더군요.

그래서 여름 더위를 날려 버리는 시원하게 마신 맥주를 추가 주문했을 때 아드님이셨냐 하고 물으니 맞다고 하더군요.


“저도 회사 다니고 있는데, 퇴근 일찍 한 날은 와서 가끔 이렇게 도와 드려요.

맛있게 드시고,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사실 15년 전에 다녔을 때 아드님을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조그만 초등학생이었지요.

그랬던 친구가 어느새 20대 후반의 청년이 되어 30을 바라보고 있다니, 저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더군요.


이 가게를 노포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삶에선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고, 이 곳에 처음 저를 데리고 와 주신 선배들. 그리고 제가 데려온 후배들. 거기다 사장님과 아드님의 인생까지.


오래된 맛집에는 이렇게 추억과 우리네 삶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 기운 떨어지셨을 때 힘 받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드리구요.

복분자까지 마시면 궁합이 딱 떨어집니다.

대신 부작용은 기운이 과하게 넘칠 수 있다는 점 ^^;


근래에 날도 덥고 이것 저것 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았는데,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분과 담소하며 힘 받는 음식을 먹으니 마음도 풀리고 기운도 올라갑니다~


식사를 하시고 바로 옆이 익선동이니 까페나 특색 있는 가게에 가보셔도 좋구요.

종로3가역 근처로 저녁엔 포장마차들이 쭉 늘어서니 그곳에서 사람 구경하며 한 잔 해도 좋습니다. 길을 건너면 인사동이고 쭉 내려가면 종로로 이어지니 다니시기 괜찮으실 겁니다 ㅎ

종로 3가 지하철역 근처에 있으니 만나서 가기도 편하구요.


시원하고 맛있는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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