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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Sep 27. 2021

코로나 시대의 생명과 생존

PD수첩 긴급취재

 국가는 어느 정도까지 개인 자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을까. 코로나 19 사태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체제는, 개인의 자유와 국가 영역에 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방역과 거리 두기가 한 개인의 자유를 넘어 기본적 생존권까지 침해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일까? PD 수첩, K-방역 자영업자 편은 이에 대한 답을 추적해간다.      


 생명권과 생존권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정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이는 코로나 19라는 극한의 전염병 상황에서 국가가 질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자유 영역의 일부에 개입하는 근거가 된다. 종교활동과 집회 등, 자유로운 개인의 활동은 질병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에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범위’이다. 즉,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국가적 개입과 자유의 제한이 용인되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생명권 침해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한 가지 권리가 있다. 바로 개인의 ‘생존권’이다. 생존권은 개인이 인간다운 생활 또는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여러 조건의 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생존권에는 기본적 삶 영위를 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과 어느 정도의 경제력 역시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통은, 단순히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넘어 생존권이라는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 뉴스에 연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수, 그 위험성 및 전파력 정도가 보도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침해되는 생존권은 경시되기 쉽다. 그러한 점에서 PD수첩의 이번 특집은 국민 다수의 보편적 고통과 비교하면 경시되기 쉬운 자영업자의 고통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생명권 못지않게 생존권 역시 중요하다는 PD수첩의 시선을 잘 담아낸 특집이라 생각한다.            

    

데이터의 힘

 자영업자의 고통을 조망하는 PD수첩의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실, 코로나 19 사태와 거리 두기로 인해 자영업자가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대략 알고 있지만, 그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반인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사회 속 일부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이를 실감 나게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PD수첩의 자영업자 특집에서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를 담으면서도 독특하게도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관한 구체적 데이터나 수치를 사용한 측면이 인상적이었다.  


       


 PD수첩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등록된 총 190개의 업종 중 우리 생활과 밀접한 53개의 업종의 폐업 현황을 분석했다. 서울의 주요상권인 신촌에서는 611개, 이태원에서는 345개의 가게가 폐업했다. 명동, 홍대, 이태원 그리고 이대 상권까지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가게가 폐업했다. 2019년 대비 서울시 자영업 매출의 40% 감소, 자영업자 대출 규모 831조. 매일 뉴스와 인터넷 페이지에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공개되어 코로나 19 유행의 실태를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자의 고통에 대한 수치는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으로 인해 나타난 자영업자의 어려움의 실태를 보여준다. 특히나 개인 차원의 인터뷰가 자영업자 보편의 고통으로 직결될 수 없는 것에 반해, 구체적 데이터의 경우 고통스러운 상황이 단지 일부 자영업자의 이야기가 아니며, 대다수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방 안의 코끼리임대료 문제

 코로나 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따라 자체적으로 임대료를 삭감해주는 건물주의 선행이 여러 차례 보도된 적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가 임대료를 삭감해주지 않는 건물주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며,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는 특히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였던 임대인-임차인 문제와 연결되며 더더욱 큰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임차인 지위에 있는 사람은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자본을 소유한 경우가 많기에 공동체적 관점에서 이러한 비판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사실 건물주에게 임대료는 생계 수단이며, 적절한 임대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재산권이라는 측면에서 함부로 임대료 삭감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비판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임대료 문제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방 안의 코끼리’ 같은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PD수첩에서 임대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도 어느 한쪽에서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이 문제에 대해 PD수첩은 ‘정부’의 책임을 환기한다. 임대인, 임차인 그 누구에게도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PD수첩은 조금은 불편한 임대료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 지 2년, 사람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간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현시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나, 벌써 2년째 생존의 위협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우수한 방역 체계로 칭찬받았던 K-방역이지만, 그 그늘에서 존재해왔던 누군가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PD수첩의 메시지가 가치 있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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