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가 보여준 짧은 휴머니즘 한 편
지난주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 씨가 한 여성분께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여성분께서 당근 마켓에 자전거를 가르쳐주실 분을 구한다고 올렸고, 유재석 씨가 응답한 것이다.
몸도 피곤하고 귀찮을 법도 한데 전혀 내색지 않고 용기를 북돋우며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해당 장면은 꽤 화제가 되었다. 방영된 지 벌써 3일 정도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놀면 뭐하니>라는 검색어 뒤에 자전거가 자동 완성으로 따라붙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해당 장면에 공명했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나.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담담히 속삭이는 유재석 씨의 따스함도, 자전거를 타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는 여성분의 열정도 모두 감동적이었지만, 나에게 더 큰 감동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라는 소재였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순간이 기억난다. 두 발 자전거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기댄 채 “아빠, 절대 놓지 마.”라고 외치던 나. 뒤에서 “알았어, 알았어.”라며 웃음을 보이시던 아빠의 냄새가 옅어져 갈 때쯤 나는 그의 손에서 멀어져 공원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이 자전거에 대한 비슷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혹은 학원에 다니며 취득한 여타 기술과 달리, 자전거는 어린 시절 자신을 지탱해주었던 존재로부터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전유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줄 누군가의 부재는, 평생 자전거를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원을 찾아가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다짜고짜 누군가를 잡고 가르쳐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등장인물 피비의 경우가 그러하다.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던 피비는 자전거를 가지지도,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지도 못했다. 피비의 친구 로스는 자기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중 피비로부터 그러한 사연을 전해 듣고 그에게 자전거를 선물해준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첫 자전거는 있어야 하잖아.”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신 여성분께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 역시 모종의 이유로 어린 시절 첫 자전거를 갖지 못했으리라 추측해본다. 그의 용기 있는 도움의 목소리가 유재석 씨에게 전해졌고, 그에게 첫 자전거를 함께해준 사람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공백이란 있는 법이다. 모두에게 당연한 경험이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의 공백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당근 마켓에 올린 사소한 요청이 누군가의 평생 소망을 이루어준 것처럼 당신의 공백을 채워줄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혐오와 증오로 얼룩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놀면 뭐하니>가 보여준 짧은 휴머니즘 한 편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