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seok Feb 15. 2023

언어는 환경 : Headspace, Notion AI

올해도 새해 계획은 영어 공부

영어 공부를 언제 처음 시작했을까, 그보다 더 전일지도 모르지만 7살 유치원을 다닐 때 영어로 백설 공주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사를 외워서 했겠지만 어쨌든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영어라는 언어를 곁에 두고 살아왔으니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어로 가득 찬 글을 보면 머리부터 아프고, 영어로 한 줄이라도 글을 쓰려고 하면 막막하게 느껴진다. 매년 새해 계획에 영어 공부를 추가하고, 슈퍼팬 튜터링 스픽 캠블리 좋다는 영어 공부 앱은 다 깔아봤다.


대학생 때 9박 10일 동안 영국, 네덜란드, 독일에 있는 사회 혁신 기업과 인터뷰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언어가 다를 뿐 다 비슷한 인간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인도 여행에 갔을 때도 어렵지 않게 소통을 할 수 있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졌다.


또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로 말할 기회도 없고, 해외여행을 갈 시간 여유도 없어지면서 자연히 영어와는 멀어진 채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도 항상 매년 새해 계획으로 영어 공부를 추가했다. 스터디파이에서 손민지 통역사님의 비즈니스 영어 강의를 듣고, 당근 영어에서 화상 영어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영어 실력은 제자리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언어는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환경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은 한글에 노출되는 환경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도 마날리에서 만난 소녀가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했던 이유도 비슷했다. 그곳에서는 영어가 자주 들렸고, 영어로 이야기할 일도 많았다. 왜 그렇게 학교 다닐 때부터 팝송으로, 미드로 영어 공부하기를 하라고 했는지 이 언어를 접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요즘 아침은 Headspace 앱의 wake up 명상으로 시작한다. 침대에 누워 들을 때도 있고, 헤드셋을 귀에 끼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하며 들을 때도 있다. 이마저도 할 시간이 없으면 출근길 버스에서 눈을 감고 breathe in and breathe out을 따라 한다. 명상 콘텐츠가 영어 공부로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제일은 말이 느리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명상 가이드는 말을 빠르게 하지 않는다. 축약하지도 않고 명확한 표현을 한다. 나오는 단어들도 어렵지 않다. find your comfortable position, close your eyes, 이런 문장들이 반복된다. 내가 좋아하는 가이드 선생님은 Dora인데, 전부터 즐겨 들었던 Daily shine의 멤버라서 목소리와 톤이 익숙해서 좋다.



회사 내 컴퓨터 한쪽 화면에는 항상 노션이 켜져 있다. 주로 업무 일지를 작성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용도가 하나 더 늘었다. Notion AI를 활용해 영작을 하는 것이다. Notion AI는 현재 노션이 alpha 단계로 일부 사용자에게만 공개한 기능이다. 대기 리스트를 등록하면 차례로 접근이 가능하다.(2023년 2월 현재 대기자는 150만 명가량이다.) ChatGPT의 사용 경험으로 GPT-3의 활용성을 살짝 맛보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일한 GPT-3 모델을 기반으로 한 Notion AI를 시작하는 것은 훨씬 쉬웠다.


페이지 내용을 기반으로 액션 아이템을 투두 리스트로 생성해 주거나, 페이지를 요약해 주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Fix Spelling & Grammar, Improve writing, Change Tone 이 세 개다. 처음에는 하루에 두 문장 정도를 썼다. 'How to sustain a morning routine well?'이라는 문장이 첫 문장이었는데, 모닝 루틴을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에 틀린 철자는 없었지만 Improve writing을 돌리니 'How can I maintain a good morning routine?'라는 문장이 나왔다. how to~ 보다는 how can I가, sustain보다는 maintain이 맥락에 더 어울리는 단어구나. 이런 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감이 왔다.


그 뒤로 매일 두 문장씩 영어로 쓰고 Notion AI 선생님의 첨삭을 받았다. ChatGPT를 잠깐 써본 경험 때문인지 처음에는 자꾸 의문문으로 문장을 쓰고 Notion AI의 응답을 받아 기록하는 형태로 사용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문장이 점점 길어졌고, 이제는 4-5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문단(paragraph)을 매일 하나씩 쓰고 있다.


짧은 문장을 쓰다가 문단을 쓰려고 하니 중간중간 영어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다. 문단 중간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It looks so 대단'이라고 적은 후 'Fix Spelling & grammar'를 돌렸더니 'It looks so impressive'라고 나왔다. Change Tone도 정말 유용하다. 영어를 공부할 때 어려운 점은 문화권이 다르다 보니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표현이 좀 더 자신감 있어 보이는지, 캐주얼한 상황에서는 어떤 단어가 더 나은지, 전문적이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문장 맺음은 무엇인지 등등은 오랜 시간을 들여 환경에 노출되어야 익힐 수 있는 것인데, Change Tone을 활용하면 보다 쉽게 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럼 Notion AI가 어떻게 첨삭을 해주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최근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Stand Out of Our Light)를 읽고 있어서 디지털 세상의 주의력에 관한 생각을 하던 중이라 관련 문단을 썼다.


[내가 쓴 문단] i’m a tech worker too, i think tech world is too much to influence to people. even though they don’t relize that. i think it is so big proble, but many people don’t agree that. someone said that is just the person who 인터넷에 주의를 빼앗긴 is a control-less person and 의지가 부족한. but i don’t think so. the environment around us is changing and draw the people to addicted digital world. this is the problem about ‘tech environment.’


일단 중간에 '인터넷에 주의를 빼앗긴', '의지가 부족한'이라는 한글이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이 문단을 쓸 때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영어 어순에만 맞추어 정말 '막' 쓰기 때문에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한글로 적는다. 중간에 보면 'relize'같은 오타도 있다. 부끄러하지 않고 일단 영어로 적어보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문장을 적은 후, Fix spelling & grammar를 돌렸더니 아래와 같이 출력했다.


[Fix spelling & grammar] I'm a tech worker too, and I think the tech world has too much influence on people, even though they don't realize it. I think this is a big problem, but many people don't agree. Someone said that it's just the people who are careless with the internet and lack willpower. But I don't think so. The environment around us is changing and drawing people into an addicted digital world. This is the problem with the 'tech environment.'


한글 표현은 사라졌다. 오타도 잡아주었다. 의지가 부족한 -> lack willpower 정도로 했는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뉘앙스를 살린 것인지 의문이 남았다. 이 단계에서 Improve writing을 한번 더 돌렸다.


[Improve writing] I'm a tech worker too and I believe the tech world has too much influence on people, even if they're unaware of it. This is a major issue, yet many don't agree. Someone argued it's only those who are careless with the internet and lack self-control. I disagree. Our environment is changing and drawing people into a digital world of addiction. This is the issue with the 'tech environment.'


lack self-control이라는 표현이 lack willpower보다 덜 직접적이고 내가 표현하려는 의도를 더 담아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Casual 톤과 Professional 톤까지 같이 돌려봤다.


[Change Tone - Casual] Yeah, I'm a tech worker, so I know what's up. And I think the tech world has waaaay too much influence on people without them even realizing it. It's pretty messed up, but a lot of people don't see it that way. Someone even said it's just down to those who are careless online and lack willpower, but that's not the whole story. Technology is changing our lives and drawing us into an addicted digital world. That's the real issue with the 'tech environment.'


[Change Tone - Professional] As a tech worker, I am aware of the pervasive influence the tech world has on people, even if they are completely unaware of it. This is a serious issue that many do not acknowledge. One individual suggested that this is only an issue for those who are careless and lack self-control when it comes to the internet, which I strongly disagree with. Our environment is evolving and this is leading to an increasing number of people becoming addicted to the digital world. This is the major problem with the 'tech environment.'


영어만 가득해서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DeepL의 도움을 받아 뉘앙스의 차이를 느껴보자. DeepL은 크롬 익스텐션을 지원하는 번역기인데, 익스텐션을 설치한 후 웹 브라우저 노션에서도 ctrl+shiift+Y 단축키 하나로 지정한 block의 번역을 수행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번역도 아주 자연스러워서 요즘 잘 활용하고 있다. 안녕 2022, 안녕 2023의 한글을 GoodBye 2022, Welcome 2023으로 번역하는 유일한 번역기라는 트윗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DeepL로 위의 문장들을 돌려봤다.


[Fix spelling & grammar] 저도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기술 세계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인터넷에 부주의하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디지털 중독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 환경'의 문제입니다.


내가 처음 마구 쓴 문장의 철자와 문법만 고친 버전이다. 기계 번역 투의 문장같이 느껴진다. 내가 영어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지 않고 기계처럼 쓰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Improve writing] 저도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기술 세계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인터넷에 부주의하고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만 이런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환경은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디지털 중독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 환경'의 문제입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 같은 반복되는 단어가 사라졌고, '하지만'과 같은 불필요한 연결어도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깔끔해진 느낌이 든다.


[Change Tone - Casual] 네, 저는 기술 업계 종사자라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술 세계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꽤 엉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온라인에 부주의하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 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를 디지털 중독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 환경'의 진짜 문제입니다.


[Change Tone - Professional] 기술 업계 종사자로서 저는 기술 세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 개인은 이것이 부주의하고 인터넷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저는 이에 강력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환경은 진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 중독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 환경'의 주요 문제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확연한 톤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렇게 노션으로 영작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느낀 점은, 노션 AI가 고쳐준 표현을 보며 나 스스로도 학습한다는 것이다. 처음 쓴 문장에서 고쳐줬던 표현을 오늘 쓴 문장에 사용하는 학습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AI가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것은 다 인간이 학습하는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번역도 쉬워지고 정보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도 쉬워지는 세상일수록 영어에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세상에 한글로 된 정보는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영어로 된 정보는 절반이 넘는다. 아무리 AI가 번역과 요약을 잘해준다 해도, 원본이 되는 source를 찾아내는 능력이 없다면 정보의 바다도 무용하다.


그리고, 원본이 되는 source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여전히 유의미하다. 이런 세상이 될수록 더욱 유의미해질 것이다. 나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영어가 된다면 더 좋겠다. 지금 내가 쓰는 글도 Notion AI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다시 써보고 싶다. 영어를 접한 지 20년이 넘은 지금이 되어서야, 어떻게 그리고 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션으로 Reading List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