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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E J Jun 02. 2021

명탐정 코난이신 나의 시어머니

명탐정, 그건 바로 나야 나

오늘은 제목이 다소 자극스럽다.

"명탐정 코난" 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았는데.....이 단어 말고는 나의 시어머니를 설명할 방도가 없어, 저 단어를 오늘의 제목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나와 신랑은 모두 시어머니이자 신랑의 어머니께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시어머니로부터 최소 3-6개월은 "방학"의 시간을 갖자고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또, 그러한 방학이 정말로 필요했다.


따로 이사 트럭을 빌리지 않고, 신랑의 자가용으로 시댁과 우리의 신혼집을 두번 왕복하며 이사를 하는데.....

내가 짐싣는 시간 중간에 잠시 시댁에서 화장실을 가는 시간이 있었다.


길어봐야 5분인 그 시간에, 시어머니는 내가 없는 틈을 타신건지... 신랑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날리셨다.

"너 그래서 새로 입주하는 거기 아파트 주소 뭐야? 시애틀 그래서 정확히 어딘데?"


신랑은 질문을 듣고는 짐을 차에 싣고 정리하느라 바쁜척을 했단다. (기특해라......)


시어머니는 갑자기 신랑에게 버스패스를 주시면서

"출퇴근할때 타고다녀! 시애틀이랑 타코마는 버스가 잘되어있어서 너무 좋아~ 자면서 출근하면 얼마나 좋니~ 버스는 하루에 소독을 두차례 진행하고, 마스크 필수라 마음 놓고 탈 수 있어. 노선은 내가 알려줄께 나에게 다 물어봐"


가만~히 듣고 있던 신랑은, 어머님께 "엄마, 나 회사 걸어서 5분이야. 그리고 코로나라서 당분간 재택근무를 한대. 6월 중순이나 말에 주 몇 일 출근 할 수 있긴 하지만... 걸어서 5분거리를 버스타면 돌고 돌아 1시간 걸리는거 아냐? 그러니 버스 이야기는 그만해.....지난번에도 나는 운전해서 출퇴근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라고 대답을 했다.


혹시나 나의 신랑이 4가지없게 대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간단하게 한 줄 설명을 추가하자면.....

시어머니의 버스 사랑은 남다르시고, 신랑은 산지 2년 반이 되었으나, 그 중 12개월은 할부금내며 한국에서 군복무하느라 운행을 못하고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중간중간 타시며 관리해주신 꽤 신차가 있고, 시어머니는 신랑이 면접보는 회사들마다 위치를 알아내시고는 버스타고 출근하라고 이미 수십번을 이야기 하셨으나..신랑은 이미 수십차례 거절한 전례가 있다. 이미 수.십.차.례 거절을.ㅠㅠ..


그런데도 또 버스를.....


그러나 시어머니의 저 버스 타령은 내가 생각하는 단편적인 버스타령+강력한 추천+버스홍보 이상의 요소가 숨어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랑이 "엄마 나 회사 도보로 5분거리야" 라고 대답한것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들의 동네 위치(대략적 주소)를 알아내시기 시작하신것이다.


시애틀에는 우리 신랑이 근무하는 그 회사의 사무실이 아주 많이 있다. '회사이름-사무실이름' 이런식으로 붙어 건물이 여러개로 시애틀 도심에 좀 퍼져있는데.. 시어머니는 그동안 신랑이 이야기한 본인의 담당 부서, 집에서 스페이스니들이 보이는지 여부, 도보로 5분거리에 출근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후보지 몇군데를 이미 골라두셨다.


어찌보면 지난번에 미국 독립기념일에 우리집에 와서 불꽃놀이를 보고 자고가겠다고 오더를 미리 내리신것도... 스페이스 니들에서 진행하는 불꽃놀이가 보이는지 아닌지 멀리 보이는지 아닌지 등등을 알아내 대략적으로 거리를 추측하려고 하신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내가 글을 이렇게만쓰면...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 나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지금 시어머니의 저 추측과 저런 모든 행동들은, 내가 이 아파트에 이사를 가고있는 그 상황, 아직 아파트 열쇠를 다 받지도 않았는 그 상황에 발생을 했다. 아파트 열쇠를 다 받으면 아파트 매니저와 함께 하자 점검을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그러한 모든것이 다 진행되기도 전에......


또, 신랑의 가구들의 대다수는 미군과 계약된 창고에 보관중이라 (미군 전역시 본인의 주소 등록지(주로 본인이 입대한 지역)로 이사 비용을 미군이 지불합니다. (전역후 90일 이내 이사 완료 조건) 그러나 사정이 생겨 더 길게 창고에 보관해야하는 경우 본인이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창고에 이삿짐 보관이 가능함. 나중에 거주지가 확정난 후에 따로 이삿짐 배송 서비스 신청을 해야함) 이삿짐 아저씨들 오시는 날짜도 잡아야하고, 가구도 많이 없고, 짐 정리도 안된집에... 왜이렇게 혼자 주소까지 알아내서 오고싶어하시는 걸까...


왜 우리가 집 정리할 그 시간도 주지 않으시는걸까...


시어머니는 본인이 업자들을 불러 본인의 할머니가 쓰시던 낡고 엄청 무거운 장롱 하나를 물려주고 싶어 하신다. 

역시 우리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신 채... 

그 장롱이 우리집으로 이동한다면 본인의 집에 여유공간이 더 많이 생겨서 개들이 좋아할거라는 말과 함께...


나에겐 본인의 맹인 안내견이 자꾸 본인과 외출하지 않아 훈련을 해야해서 우리집에 꼭 와야한다는 말도 하셨다.



나는 시어머니와의 분리를 꿈꿨다. 시어머니는 신랑이 가진 유일한 혈육이니 완전한 분리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는 앞에서 언급했듯, 나의 마음이 정리되고 다시 치유되는 약 3-6개월의 "방학"을 바랬다.


그리고 군대를 나와 민간인으로 처음 살아가는 신랑이 직장에서 자리잡고 일에 적응하는 기간동안, 신랑이 다른것에 신경쓰지 않고 사회에 적응해가는 것에 집중하기를 바랬다.


나의 바람이 너무 큰 것이었나.....


동네 슈퍼, 약국, 우체국이 어디에 있는지.. 만약 시어머니가 진짜 버스타고 오신다면 나는 어디로 마중가야하는지...

나 조차도 아직 위치를 모르는데.. 본인이 저렇게 열심히 추리를 막 하시는 연유는 무엇일까...


짐을 다 싸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시애틀로 돌아가려는 우리 부부를 붙잡고 시어머니는 한가지 본인의 계획(?)을 설명해주셨다.

"나 이 집 팔고, 시애틀에 있는 노인 전용 아파트로 이사가고싶어"

"노인전용 아파트는 입주 대기가 기니까 그 사이에 노견들은 대체로 정리될거 같아. 작은개 한마리랑 안내견이랑 나랑 셋이서 시애틀로 이사가면 되겠다 그치? 그리고 각종 미국 명절은 너네 집에서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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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열정적인 추리에도 다 큰 그림과 계획은 존재했다.

나의 시어머니는 예측이 불허하고, 본인이 갑자기 계획을 여러가지를 세우고, 그 중에 한가지를 그냥 막 선택하시는 분이니......앞으로가 매우 걱정이 된다.

저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께 당분간 우리의 집 주소는 비밀로 하자는 약속만 화이팅했다.


명탐정 코난, 이 사진이 마치 나의 시어머니가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 신혼집 주소 알아내시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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