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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의 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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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Mar 27. 2024

아주 사소한 순간



완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보통 아주 사소한 순간이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

나는 느낀다.

노래 좋다. 뮤비 좋다.

목소리 좋다.


그러다 쓴다.


바다에 가고 싶어.

모래사장을 거닐고 싶어.

나무와 풀 냄새를 맡고 싶어.


다시 갈 수 없는 어떤 곳으로, 걷고 있어.

기억으로만 존재할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스며들듯이 여기에서 거기로 거기에서 여기로.


여기 있으면서도 언제나 거기로 갈 수 있어.

각자에게 상영되는 영화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하지 못했던 말처럼, 짓지 못했던 표정처럼,

습관적으로 애매한 얼굴을 하고 어중간하게 서 있어.


영화 ‘그레이트 뷰티’를 떠올려.

천장 모서리에서 펼쳐지는 바다를,

나만 그릴 수 있는 어떤 바다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언제나 기억하는 것처럼.


어떤 기억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 돼.


완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를 테면 노래를 듣다가  안에 깊이 빠져 드는 순간, 그러다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기억이 말을 거는 순간,  순간으로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런 순간.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황홀감과 착각에 빠지게 되는 순간, 비눗방울처럼 부푼 마음이 만져도 거기 그렇게 햇살 아래 둥둥 떠다닐 것만 같은 순간, 그런 완벽한 순간이 있다.



사진 출처 - 크러쉬 ‘산책’ / ‘badhabits’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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