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파트너스 Case1: 안단테 데이어리 코리아
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상품 뒤에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하기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사와 컬리팀이 있습니다. 컬리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품 뒤에 숨어 있는 파트너사의 이야기요. 파트너사와 컬리가 어떤 노력을 통해 상품을 선보이는지, 품질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컬리 파트너스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창업 후 1여년이 지난 2016년 어느 날 새벽, 컬리에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눈을 의심했다. 김소영 치즈 아티장으로부터 협업 제의가 담긴 메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컬리는 창업 초창기부터 다양한 치즈 구색 마련에 집중해 오던 터였다. 쉴새 없는 야근으로 피곤한 상태였지만, 새벽 3시경 지체없이 회신했다. 컬리와 김소영 아티장의 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스팸 메일인 줄 알았어요. 글로벌 성공시대 다큐멘터리에 나오실 정도로 이 분은 치즈쪽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분이시거든요. 다시 읽어보니 진짜 김소영 선생님이 직접 보내신 메일이었어요. 영광이었죠. 저희가 창업한 지 1년 정도밖에 안된 상황이어서 고생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저희가 갖춰놓은 치즈들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셨다고 하는 메일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 컬리 김슬아 대표
김소영 아티장은 1989년 연세대 식품공학과 학사, 1991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박사과정 중 떠난 프랑스 여행 중 다양한 치즈를 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캘리포니아 칼폴리 낙농대학에 진학하여 우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치즈를 만들기 위해, 1999년 ‘안단테 데이어리(Andante Dairy)’ 치즈공방을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아티장 치즈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였다. 아티장(Artisan)은 사전적으로 ‘손으로 만드는 수공 장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인근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의 젖을 받아 치즈를 생산한다. 아티장 치즈마다 다른 지역적 특색이 반영되며, 만드는 시기에 따라 지역 내의 계절적인 변화도 담겨 있다. 어떤 떼루와(Terroir) 즉, 어떤 토양, 기후, 위치에서 가축을 기르는지에 따라 원유의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티장 치즈는 프랑스에는 이미 자리잡은 개념이다. EU국가에서는 독특하고 특출난 품질을 지닌 치즈에는 지리적표시제(GI: Geographical Indication)를 적용하여, 지역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오래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김소영 아티장의 안단테 데이어리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쪽 지역에 위치하여 해당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그의 치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프렌치 런더리'(French Laundry)에서 사용하고, 유기농 식재료 전문 유통기업인 홀푸드(Whole Foods)에 입고되는 등 셰프들과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치즈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치즈 산업은 상당히 획일화 되어 있다. 가장 익숙한 노란색 슬라이스 치즈, 피자나 떡볶이 위에 올려먹는 토핑용 피자 치즈가 대부분이며 좀 더 생각을 해봐도 카페에서 베이글과 함께 제공되는 크림치즈,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곤 하는 스트링 치즈 정도 밖에 없다. 예로부터 치즈를 먹는 식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다양성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커피, 와인과 같은 품목의 확산과 비교해 봤을 때는 속도가 더디다.
반면, 치즈의 종주국인 프랑스를 보면, 제 18대 대통령인 샤를드골이 치즈를 정치에 비교하며 ‘258개의 다양한 치즈가 있는 나라를 어떻게 통치하겠는가?’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다양한 치즈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생치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국내 치즈 산업은 가공치즈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김소영 아티장은 이러한 한정적인 국내 치즈 산업에 다양한 발효 숙성 치즈를 수반한 새로운 식문화를 제시하고 싶었다. 김소영 아티장은 국내 한 식품기업의 글로벌 소싱팀을 컨설팅하여 해외 유명 아티장 치즈들로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치즈 매대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백화점이 갖고 있는 특성이 다양한 치즈를 판매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김 아티장만의 코너를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제안했을 때도 이러한 백화점 유통의 특징 때문에 한사코 사양했던 그다.
반면, 컬리와 같은 온라인 채널은 여타 오프라인 채널에 비해 치즈와 같은 가격대가 높고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의 초창기 시장을 선도하는데 적합한 구조를 갖는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전국의 소비자들을 집결시킬 수 있다. 특히 컬리의 직매입 구조가 숙성 치즈의 확산에 더 적합하다. 유통기업이 입고되는 식재료의 본질에 대해 이해와 인사이트가 있어야만 입고되는 상품을 더 신중하게 선정할 수 있으며, 입고된 후에도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담아내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
“치즈랑 허브 같이 우리나라 식문화에 아직 덜 녹여진 상품군은 근본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아주 적합한 상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의 경우, 전국에 있는 브리야 사바랭 팬들을 집결을 시켜서 물류센터 한 군데서 출고를 시키기 때문에 폐기도 최소화할 수 있고 품질 관리도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전국에 있는 300개 마트의 치즈 매대 위에 올려놓으려면, 1개씩 놓을 수도 없고 놓더라도 소비자에게 설명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팔아야 한다면, ‘우리 컬리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컬리 김슬아 대표
새로운 식문화를 도입하고 확산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전후방산업이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 발효 숙성의 치즈는 특히 온도에 민감해서, 유통 과정에서 온도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질의 치즈라도 망가지는 데에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숙성 치즈는 생산과정도 중요하지만, 치즈 속 곰팡이가 호흡을 하며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을 생성하기 때문에 생산 후 보관 및 유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김소영 아티장은 단순히 치즈의 구색을 제시하고 컬리에 입고시키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컬리의 소비자가 가장 좋은 상태의 숙성 치즈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물류창고 세팅부터 시작했다.
“초반에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치즈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어요. 이유를 찾아보니, 물류창고 내 위치에 따라 온도 및 습도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팬 바로 앞은 습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고 엄청 추워요. 반대로 팬에서 먼 코너에 있을 경우는 온도 차이도 2~3도 정도 나고 바람도 안 붑니다. 제가 처음에 가서 컬리에 요청했던 것은 온도계를 30개 정도를 사서 창고 내 주요 위치마다 놓은 다음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MD는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 창고에 와서 온도 추적을 했었습니다. 물류 창고의 온도 맵이 생긴거죠. 최상의 치즈 품질의 유지를 위해서 환경을 이해하는 노력이 처음 시작된 것입니다.” – 김소영 아티장
컬리와 김소영 아티장은 협업 초기부터 15개 종류의 치즈로 시작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좋은 치즈샵이라면 꼭 갖춰놓는 구색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공 치즈 일색의 한국 시장에, 다양한 숙성 치즈를 소개하는 것으로 모자라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아티장 치즈의 개념까지 제시하다 보니, 매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초기에는 수요 예측마저 어려워 재고가 쌓이자, 유통기한이 임박한 값비싼 아티장 치즈로 온 컬리 직원이 모여 치즈 샌드위치로 재고를 털어 내기도 했다. 매 점심식사 때 억지로 먹었던 ‘고급 숙성 치즈 샌드위치’에 직원들이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를 컬리 김슬아 대표가 웃으며 전하기도 했다.
끈질기고 꾸준했던 컬리의 두드림에 소비자가 드디어 응답한 것일까? 2020년부터 안단테의 치즈 매출이 움직였다. 특히, 컬리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이는 코로나19의 상황과 맞물리며 정착된 홈술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외식 상황이 아닌 집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미식의 관점에서 술과 안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체다, 파마잔과 같은 단단한 타입의 경성치즈나 크림치즈를 라인업하면서,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엔트리 레벨도 마련했다. 음식의 토핑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파마산 치즈의 경우에는, 12, 18, 24개월로 숙성 기한을 달리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차별점을 보여준다. 또한 지속적으로 치즈에 접근하기 쉽도록 치즈와 함께 먹기 좋은 크래커, 초콜릿, 잼 등을 제안하여 치즈를 소비하는 다양한 상황을 제안하며 새로운 식문화로 안내한다. 2022년 11월 기준,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소영 아티장의 치즈들은 30여 개에 달한다.
컬리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한 구색의 숙성 치즈, 아티장 치즈를 제안하고, 각 상품의 특성을 세심하게 콘텐츠화 하여 고객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컬리와 김소영 아티장이 함께 꾸는 꿈이 있다. 국내에서 치즈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는 별도의 숙성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생치즈 마저도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냉장유통이면서 유통기한이 짧아 통관에 걸리게 되면 대량 폐기가 일어나 리스크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치즈부터 다양한 숙성 치즈까지 한국에서 생산된 원유로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아티장 치즈를 만들어 컬리와 함께 치즈 식문화를 이끌어나고자 한다.
“저와 안단테 직원들의 10년 계획이 있어요. 한국에 목장을 사서, 소를 제대로 키워서 우유를 생산하고, 그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싶어요. 10년은 걸릴 것 같아요. 그 꿈을 향해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안단테데이어리코리아 김소영 아티장
“부라타 치즈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부라타 치즈가 없나 전국을 뒤졌습니다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급 치즈들에 대한 시장 규모가 아직 애매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뛰어 들기 힘든 게 아닐까요? 컬리가 확산하고자 하는 치즈 문화가 시장의 규모를 더 키우게 되면, 그때에는 국내산 원유로 국내에서 만든 고급 치즈들이 출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슬아 컬리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