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인더드림 Dec 02. 2021

꿈에만 그리던 내 가게, 꿈이었으면 하는 내 가게

<사장은 오늘도 혼자서 웁니다.>

 "사장님, 저는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게스트하우스 창업이 목표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확히 1년이면 그 생각이 없어지실 거예요."


 사람 만나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던 나지만, 게스트하우스 창업 1년 만에 누구보다 사람이 무서워졌다.

 

----------------------------------------------------------------------------------------------------------------------           

 나는 여행중독자였다. 하지만 누구랑 함께 여행을 다니진 않았다. 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혹시나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이런 상황이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어... 혹시 이 길로 가보지 않을래?"

 "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길도 좀 복잡해 보이고..."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원래 가려던 곳으로 가자."


 내 시간을 내서 여행을 왔지만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맞춘다는 것이 아까웠다. 그래서 항상 혼자 몰래 떠나곤 했다. 하지만 사실 혼자하는 여행은 심심하다. 멋있고 예쁜 것들을 봐도 즐거움을 함께 나눌 사람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이 2개일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가끔 혼잣말을 하면서 돌아다니면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그런 여행의 마무리는 항상 게스트하우스였다. 간단한 맥주와 함께 내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12시간 동안 묵언 수행을 하다 이제 겨우 말을 할 수 있으니 대화 주제도, 경험담도 술술 나왔다. 그렇게 다음날이면 전날의 즐거운 파티를 뒤로하고 다시 나 홀로 묵언 수행을 떠나곤 했다. 

 

 비단 국내 여행뿐만이 아니었다. 외국 여행도 혼자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도 어김없이 게스트하우스를 잡았다. 국적과 상관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흑인 형님들과 발가벗고 맥주를 먹기도 하고, 남녀 혼방에서 외국 여성분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난 6년간 국내외 50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를 다녔다. 그러다 문득 회사원이었던 나에게 게스트하우스 창업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결국 난,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아는 형님과 함께 우리의 숙소를 차리게 되었다. 


---------------------------------------------------------------------------------------------------------------------------


 2018년 2월 제주로 넘어와 11월이 다될 때까지 우리가 머물 게스트하우스를 지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하면서 어느 곳보다 이쁜 숙소를 완성했고 드디어 오픈을 하게 되었다. 과연 어떤 손님들이 올까. 너무 기대되었다.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매력의 사람들과 얘기할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그 기대는 정확히 1년 만에 무너졌다. 


 보자마자 반말하는 손님, 본인 방에 왜 다른 사람이 자고 있냐고 따지는 손님, 술 먹고 1층 2층 구역질하는 손님, 몰래 친구를 데리고 와서 같은 침대에서 자는 손님.... 수도 없는 진상들이 몰려왔다. 초기부터 몰린 진상들 덕에 그때부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고 나는 모든 진상들에게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다음에 혹시나 재예약을 할 경우 어떤 진상이었는지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목폴라 맥주남, 달밤의 황금박쥐, 주차장 xx남녀, 새벽 3시 조수미남, 203호 보리차녀 등등....


 물론 좋은 손님도 많았지만, 사람은 괴롭힘당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고 했던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내 가게였지만, 어느 순간 이런 손님들이 올 때마다 이게 다 꿈이었으면 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다. 그렇게 약 3년간 운영했던 내 게스트하우스, 내 기억 속 강력하게 각인된 손님들의 기억을 풀고자 한다.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나의 3년간의 이야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