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를 통한 '디지털 해킹'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유저들이 '망한 알고리즘'으로 고통을 호소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텐데,
이제는 '알고리즘 리셋'이라는 기능으로 간편하게 알고리즘을 정화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도 컨텐츠에 관심 없음을 표시하여 일부 키워드를 차단할 수 있긴 하였지만,
그런 컨텐츠들이 다시 슬금슬금 기어나와 유저들을 귀찮게 만들곤 하였다.
나의 경우에도 지저분한 화장실 영상이 지속적으로 나와 참 곤란했던 적이 있었는데,
왜 이제서야 이 기능이 나왔는지,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
각종 플랫폼에서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아내어, 그게 맞는 컨텐츠를 계속 보여주듯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나의 알고리즘이, 내가 경험하는 많은 요소들을 결정한다.
뭐 '끌어당김의 법칙'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데, 어찌보면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가령,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고,
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길에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유독 더,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수많은 식당들이 유독 더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관심사가 시야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알고리즘'이 작용한 것인데,
이 알고리즘을 조금 조정해 볼 수 있다면,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뇌에서는 이 알고리즘을 관장하는 기관이 버젓이 존재한다.
'RAS'. 망상 활성계, 혹은 그물 활성계라 불리는 이 기관은 망막 뒤편에 자리한 기관으로,
우리가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수많은 정보를 필터링한다. 중요한 정보는 기억하고, 쓸모없는 정보는 버린다.
바로 이런 원리에서 개인만의 알고리즘이 생성이 되는 것인데, 한 개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과
유사한 형태의 극히 적은 정보들은 저장을 해두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잊혀진다.
SNS에 하루에만 수백 만개의 컨텐츠가 업로드되지만 우리에게는 극히 일부만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머릿속의 이 망상 활성계를 어떻게 좀 컨트롤할 수 있다면,
들어오는 정보의 종류도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이중의 일부는 RAS의 변화가 신체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알고리즘 리셋(?)을 어떻게 하면 잘 해볼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뇌는 현실과 가상을 그다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
가령, 우리가 꿈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분명한 행복을 느끼고,
심지어 영화를 볼 때, 그것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심장이 뛰고, 식은 땀이 난다.
마찬가지로, 내가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유사한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RAS는 일종의 피드백을 받고, '알고리즘'을 수정한다. 이것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더 건강해지고 싶다면, 건강과 관련된 직접, 혹은 간접 경험을 최대한으로 늘린다.
적극적인 행동으로는 운동을 하는 방법이 있고, 소극적인 행동으로는 건강 컨텐츠를 보는 방법이 있다.
우울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최대한 우울함과 상반된 경험을 최대한으로 늘린다.
우울함이 악화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우울함에 젖어 그것을 지속적으로 되새김질 하는 것이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물론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무언가를 시작해서 노력을 들이붓는 것이겠지만,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한 사람의 일화를 보고 들으며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런 말들이 사실이라면, 위의 슈퍼카를 보는 것만으로도 RAS에 자극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그것과 관련된 정보들을 RAS가 필터링하고,
일부 의견에 따르면, 관심사에 유리하게 단백질이 생성될 수도 있다고 하니,
단순히 받아들이는 정보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넘어, 실제로 신체에도 영향을 주는 셈이다.
물론, 망상 활성계의 이러한 기능들이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들에서 나만의 '알고리즘'이 생기고,
그것에 따라 내가 필터링하는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당연하기까지 하다.
뭐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 통찰력이 생기고,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고,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면, 실제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기는 하다.
우리 몸 속의 '알고리즘'도 가끔은 리셋이 필요하다.
나도 이제부터 러키비키 부자 알고리즘을 갖고 살아야겠다.
RAS야, 잘 부탁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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